[관전포인트②] 넥센, 재도전 키워드 '강정호'·'가방'·'잔치'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꿈 같은 시간이었다. 잠실구장 3루를 가득 메운 분홍색 막대풍선 물결을 보고 이택근은 “보지 않은 척 했지만 정말 뿌듯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넥센은 더이상 약팀이 아니다. 강정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제는 지면 화가 나는" 탄탄한 팀이 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눈 앞에서 놓쳤던 ‘팀 히어로즈’가 다시 한번 분홍빛 물결에 취할 수 있을까.

▶개막전은 김하성 그래도 윤석민

넥센의 ‘강정호 빈자리’ 이야기는 강정호의 빈자리가 생기기 전부터 나왔다. 강한 어깨와 훌륭한 장타력 그리고 스타성까지 지닌 주전 유격수 강정호가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넥센은 기쁜 마음으로 강정호를 보내줬지만, 솔직히 팀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실이다. 가장 확실한 유격수 패가 손아귀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염경엽 감독은 일찍부터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갈 경우 3루수 윤석민을 유격수로 키우겠다”고 공언했고, 가을부터 ‘유격수 윤석민 프로젝트’가 가열차게 진행됐다. 염경엽 감독은 “윤석민이 기대만큼 잘 따라와주고 있다”고 후한 점수를 매겼다. 그러나 김하성과의 경쟁 구도도 잊지 않았다.

프로 2년차 김하성은 튼튼한 수비가 일품이다. 하지만 공격력 특히 장타력에 있어서는 윤석민이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 “어차피 두사람 다 풀타임을 뛸 수는 없다”고 판단한 염경엽 감독은 묘안을 내세웠다. 앤디 밴헤켄, 라이언 피어밴드 등 확실한 투수들이 선발로 나서는 경기에는 수비가 좋은 김하성이 선발 유격수 그렇지 않은 경기에는 공격력이 좋은 윤석민이 선발 유격수로 나선다. 그래서 밴헤켄이 선발인 개막전 유격수는 김하성이다. 체력 안배와 공격력 증가까지 고려한 셈이다. 물론 윤석민과 김하성의 경쟁 구도가 어떤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한현희는 새 가방을 받을 수 있을까

넥센의 ‘토종 선발’ 갈증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목마른 나그네만큼이다. 가능성 있는 인재들은 충분히 많았고 지금도 많다. 하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10승’에 도달한 넥센의 토종 투수는 지금은 두산으로 옮긴 이현승(2009년) 이후 전무했다.

올해는 한현희와 문성현 등이 10승에 도전할만한 토종 투수다. 프로 입단 이후 초강력 필승조로 활약하며 홀드왕까지 거머쥐었던 한현희는 올해부터 선발에 도전한다. 타고난 승부사 기질을 가진 한현희는 마운드 위에서만큼은 프로 10년차 투수만큼 관록이 묻어난다. 시범경기까지의 페이스도 기대 이상이다.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염경엽 감독은 “한현희가 올해 10승을 하면 가방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가을 1군 투수코치로 부임한 손혁 코치는 세심한 당부가 담긴 워드 파일을 직접 출력해와 선수들이 드나드는 웨이트장 출입문에 붙여놓았다. 손 코치의 열정이 어떤 결실을 맺을까.

▶’눈 뜬’ 스나이더, 핵타선에 합류하다

브래드 스나이더가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이자 ‘콘텍트 렌즈를 바꾼 후 눈을 떴다’는, 마치 전설 같은 이야기가 화제였다. 본인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며 과장이 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그가 한국야구에 ‘눈을 뜬’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지난해 넥센은 ‘만능 용병’ 비니 로티노와 한 해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 로티노는 포수 마스크까지 쓰면서 팀이 필요한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넥센은 로티노와의 결별을, 그리고 스나이더 영입을 선택했다.

올해 스나이더에게 기대를 걸어도 좋은 까닭은 시즌 도중 합류했던 지난해와 달리 스프링캠프 처음부터 선수단과 호흡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비록 시범경기에서 타율 1할을 기록하긴 했지만,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또 다르다. 스나이더 역시 “전혀 문제 없다”며 ‘이상 무’를 외쳤다.



▶올해도 기록잔치?

지난해 넥센 선수들은 기록을 우수수 쏟아냈다. 어느 하나 시시한 것이 없었다. 박병호와 강정호가 각각 100타점-100득점을 쓸어 담았고, 강정호는 유격수 최초 40홈런으로 박병호는 12년만의 50홈런으로 기쁨을 더했다. ‘백척간두진일보’의 정신으로 무장한 ‘서교수’ 서건창은 201안타를 달성하며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 보유자가 됐다. 이미 서건창의 안타 그리고 박병호의 홈런은 매 경기 리그 최고의 관심사다.

▶그리고

데뷔 이후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든 주장 이택근,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유한준, 스나이더까지 외야는 여전히 빽빽하다. 그리고 ‘절대 유망주’로 지지 받는 강지광이 버티는 가운데, 시범경기에서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인 문우람은 얼마만큼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또 ‘염갈량’이 콕 찝은 신인 투수 김택형의 1군 적응력도 관건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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