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3.23 07:28 / 기사수정 2015.03.23 07:28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세상이 어지럽고 사는 게 팍팍할수록 사람들은 영웅을 그리워한다. 영웅이 없어도 되는 세상을 꿈꾸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암담한 현실을 살아가고자 상상 속의 영웅이라도 존재해야만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영웅의 이야기는 그래서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기를 끈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십자군 전쟁이 한창인 12세기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로빈훗’도 이러한 영웅담을 기본으로 한 작품이다. 로빈훗은 본래 잉글랜드 만담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로 60여 명의 호걸들과 함께 불의한 권력에 맞서고 부자들의 재산을 약탈해 빈자에게 나눠주는 의적이다. 뮤지컬에서도 로빈훗은 불의에 맞서 과잉 추징된 세금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을 돕는 자로 나온다. 필립 왕세자와 우정을 쌓고 악한 이들에 맞서 그의 왕위 계승을 돕는 내용도 극의 한 축을 이룬다.
시작부터 빠른 전개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로빈 록슬리가 동료 길버트에게 배신당해 리처드왕을 살해한 반역죄인으로 몰리고, 감옥에서 탈출한 뒤 셔우드 숲 무리들의 우두머리가 되는 내용 등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극이 무거워질 만하면 리처드 왕의 동생이자 폭군 존이 등장해 재미를 준다.
그런데 2막은 1막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 일단 캐릭터 간 감정 이입이 어렵다. 악인인 길버트와 존왕에게 악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부여하는데 감정이입할 시간이 적어 몰입하기 어렵다. 사랑이 아닌 권력을 택한 마리안의 행동도 당위성이 없다. 충분히 매력적인 역할이 될 수 있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남았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과정이 없다보니 로빈훗에게 복수를 하는 결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억에 남을 만한 킬링넘버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따라가기 쉬운 줄거리와 진지하지만은 않은 분위기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다. 더 이상 신선할 것 없는 이야기지만, 셔우드 숲속 호걸들의 액션 활극과 대중적인 영웅담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성장담 혹은 영웅담으로서의 보편성을 갖췄다. 권력의 칼을 마구 휘두르는 악한 자들에 맞서는 로빈훗의 모습을 통해 답답한 시국을 사는 관객에게 쾌감을 준다. 그것만으로도 이 뮤지컬은 의미가 있다.
규현은 리처드 왕의 철없는 아들에서 세상을 바로잡는 왕으로 성장하는 필립 역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눈에 띄는 배우는 다나다. 보이시하면서도 당찬 조이 역을 제 옷을 입은 듯 소화해냈다. 규현과의 ‘케미’도 좋다.
29일까지 서울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4월 19일부터 5월 2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도 공연된다. 8세 이상 관람가. 공연문의: 02-764-7857~9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로빈훗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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