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거침없다. 조금은 무모해 보이던 선수시절의 선택처럼 지도자로 출발하는 설기현(36)의 모습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설기현이 그라운드를 떠나 벤치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설기현은 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알려진대로 설기현은 곧장 성균관대 축구팀 감독으로 부임한다. "생각해왔던 단계의 팀에서 제안이 와서 갑작스럽게 결정하게 됐다"는 설명대로 아직 B급 지도자 자격증만 소유하고 있는 설기현은 당분간 직무대행으로 팀을 이끌며 올해 안으로 A급 자격증을 취득할 생각이다.
단편적인 부분만 보더라도 설기현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선수시절 설기현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갔다. 유럽 진출이 낯설던 15년 전 설기현은 홀홀단신으로 벨기에로 떠나 이름도 생소한 로얄 앤트워프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벨기에에 도착해 처음 만난 할머니로부터 "왜 그렇게 약한 팀에 입단을 하느냐"는 말을 들을 만큼 설기현의 선택은 도박적이었다. 당시 청소년대표팀을 거치고 광운대 시절에도 이름이 알려졌던 설기현이었기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이후에도 설기현의 행보는 놀라웠다.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2006년 박지성과 이영표만 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3호 한국인 선수로 진출하는 성과를 쓰기도 했다.
남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가던 설기현의 지도자 변신도 파격적이다. 코치도 유럽연수도 마다하고 곧바로 감독직을 선택했다. 그는 "막연하게 지도자를 생각할 때부터 감독으로 시작을 하고 싶었다"면서 "유럽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나만의 축구철학을 확립했다. 내가 내 축구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감독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이 넘친다. 현역에서 물러나자마자 대학팀을 맡은 그지만 "늘 나만의 축구를 생각해왔고 능력은 앞으로 보여주면 된다. 부족하다면 비판을 받을 것이고 현명하게 풀어나가겠다"며 "대학팀 수준에서는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도자 설기현의 최종 목표는 선수 시절처럼 유럽이다. "지금은 많은 선수가 유럽에서 뛰고 있다. 이제 한국축구에 필요한 것은 좋은 지도자"라며 "K리그 지도자는 물론 해외에 나가 팀을 지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스스로 "처음 유럽에 나갈 때와 비슷한 심정이다. 두려우면서도 기대감이 있다"는 말처럼 지도자의 출발마저 설기현다운 선택이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설기현 ⓒ 서울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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