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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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일夜화] '눈길' 담담하게 풀어낸 위안부 이야기…그래서 더 아팠다

기사입력 2015.03.02 07:45 / 기사수정 2015.03.02 01:15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김새론과 김향기 두 소녀와 김영옥이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2월 28일과 3월 1일, 이틀에 걸쳐 KBS 1TV 광복 70주년 특집극 '눈길'이 전파를 탔다. '눈길'은 일제의 수탈 속에서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종분(김향기, 김영옥 분), 그리고 그녀가 동경했던 예쁘고 공부도 잘했던 같은 동네 친구 영애(김새론) 두 소녀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우정을 다룬다.

'눈길'은 국내에서는 한 번도 다뤄진 적 없는 위안부를 소재로 다룬 만큼 방송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아왔다. 1회에서는 두 소녀가 슬픈 운명으로 엮이게 된 사연이, 2회에서는 이들의 아픈 과거와 현재가 이어 그려졌다.

15세가 되기 전까지 종분과 영애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각각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남자에게 끌려가고, 아버지가 주재소로 끌려간 뒤 근로정신대에 지원해 만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같은 운명으로 만나게 됐다. 결국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오게 됐고, 서로 의지하며 힘든 삶을 이어갔다. 영애는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종분의 만류로 살아남았다. 이렇듯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힘든 삶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들은 조선말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일본군에게 흠씬 맞아 얼굴에 멍이 들고 코피가 나기 일쑤였고, 친하게 지내던 위안소 동료가 피부병에 걸려 눈앞에서 총살당하는 것을 목격한 뒤 이곳에서 도망치기로 마음먹었다. 도망가는 길에 총상을 입은 영애는 결국 한참을 도망온 뒤 종분에게 "먼저 가"라는 말과 함께 위안소에 함께 있던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건네며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어느덧 여든이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종분의 삶도 수월하진 않았다. 지하 다세대 주택에 함께 세 들어 살던 여고생 장은수(조수향)를 챙기며 어느새 그의 든든한 보호자가 돼 준 종분은 은수에게 영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서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또 생지옥이었다'는 종분의 말과 함께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과의 이별 이야기, 종분이 영애의 이름으로 살아왔던 지난 과거가 드러나며 아픈 역사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했다. "난 그냥 안 둬. 억울해서 못 살아요"라고 말하는 은수에게 종분은 "일본 놈한테 당한 거 생각하면 억울해 살 수가 없지. 자꾸 '남의 일이다, 없던 일이다' 모르는 척 하고 살아야지. 내가 나를 속인다 이 말이야"라고 담담하게 응수한다.

극 막바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자신을 챙기는 종분의 진심을 이해하게 된 은수가 종분을 향해 "그거 부끄러운 거 아니에요. 할머니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요. 그 새끼들이 나쁜 거지"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위안부 문제의 아픔을 대사로 표현하면서 시청자에게 드라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이처럼 '눈길'은 위안부를 소재로 했지만 자극적인 장면 없이 연기자들의 대사와 풍경 등으로 극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 출생으로 실제 10대인 배우 김새론과 김향기의 절제된 연기가 극에 현실감을 불어넣었고, 현실을 살아가는 김영옥과 조수향의 연기는 세대 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뛰어난 호흡을 느끼게 해줬다.

또 극 마지막 장면에서는 '2015년 3월 1일 현재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신 238명의 할머니 중 185분이 돌아가시고, 이제는 53분만이 생존해 계십니다.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하고 떠나신 수많은 피해자 분들과 지금도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립니다'는 자막이 나왔다. '눈길'이 만들어지고 3·1절을 맞아 방송하게 된, 특집극의 제작의도가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눈길' ⓒ K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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