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임창우(23, 울산 현대)는 2014년 생애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으로 활약했고, 대전 시티즌을 2부 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대전에서 1년 임대 기간을 채운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친정팀인 울산으로 복귀했다. 1년 사이 그의 위상은 달라졌다. 떠날 때는 벤치를 지키는 선수였지만, 이제 당당히 팀의 주역이다. 이용(29)의 입대 등으로 팀 내에서 그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임창우는 2010년 울산에 입단한 이후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특히 같은 포지션의 이용은 넘지 못할 산과 같은 존재였다. 이용이 다치거나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돼도 다른 선수가 오른쪽 풀백 자리를 맡았다. 축구선수로서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큰 상실감이 밀려왔다. 동기들이 경기에 뛰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는 "사실 (이)용이 형은 정말 잘해서 경쟁 상대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 힘들었다. 아이스박스를 들고, 공을 나르는 것이 내 역할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내 실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땀을 흘렸다. 결국 지난해 대전 유니폼을 입으며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시민구단인 대전은 분명 울산보다 운동 여건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욕만큼은 어느 팀보다 강했다. 팀워크로 똘똘 뭉쳐있었다. 4년 간 좁은 우리에 갇혀 있던 맹수는 대전의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임창우는 주전으로 활약하며 대전의 돌풍을 이끌었다. 2부 리그 우승과 1부 리그 승격을 확정짓는 순간은 여전히 잊지 못할 기억이다.
그는 "열정적인 서포터즈와 함께 기쁨을 나누며 감격스러워했다. 너무 소리를 질러 목이 멜 정도였"”고 멀했다. 축구 인생의 전기를 마련해 준 대전이지만, 이젠 상대 팀이다. 승부의 세계란 냉정하다. 이젠 울산의 우승을 위해 뛰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마음 한 구석엔 아련한 감정도 있다. 그는 "원래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다. 영화를 보고도 눈물을 잘 흘린다. 올 시즌 대전월드컵경기장에 가서 팬들에게 인사를 하면 가슴이 울컥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임창우는 2015 호주아시안컵을 앞두고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고 제주 전지훈련에도 합류했다. 비록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돼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진 못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호주 아시안컵에서 스타로 떠오른 이정협(24, 상주 상무)과 김진수(23, 호펜하임) 등 동기들의 활약은 그에게 좋은 자극이 됐다. 차기 월드컵에선 A대표팀의 당 당히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임창우는 "몸으로 하는 축구가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체력적인 부분은 자신이 있지만, 기술을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유럽 진출의 꿈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울산의 윤정환 감독은 올 시즌 임창우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뛰어난 오버래핑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임창우는 성남에서 이적한 미드필더 김태환(26)과 함께 팀의 오른쪽을 책임진다. 두 선수가 찰떡 호흡을 보여주며 김신욱(27)과 양동현(29)을 겨냥한 크로스를 많이 올려준다면, 울산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시나리오다.
임창우는 "활동량과 희생을 강조하시는 감독님의 축구가 나와도 잘 맞는 것 같다. 특히 (김)태환 형과의 조합은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우승을 위해 선후배간에 서로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역할도 잘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임창우 ⓒ 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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