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한국 축구가 이번에도 정상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과에 큰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그 중에서도 박주호(29)의 시프트는 긍정적인 효과로 그 가능성을 엿보였다.
박주호 등이 출전한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시드니 오스트레일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호주를 상대로 1-1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내줘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경기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왔던 박주호를 왼쪽으로 돌렸다. 공격과 수비에 모두 무게를 싣겠다는 생각이었다. 수비가 좋은 박주호가 왼쪽에서 김진수와 함께 공격가담이 좋은 이반 프란지치(호주)를 봉쇄해주기를 바랐다.
갑작스러운 변화지만 박주호에게는 어색하지 않았다. 예전에 왼쪽 미드필더로 뛰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수비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박주호지만 당시만 해도 빠른 공격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었다.
2006년 19세이하 청소년대표팀에서 왼쪽 미드필더를 뛰었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잠시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에도 왼쪽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오갔다. 일본 J리그 주빌로 이와타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박주호는 왼쪽의 공격을 책임지기도 했다.
당시의 기억을 잘 살린 박주호는 경기가 시작되자 호주의 오른쪽 진영을 종횡무진 누볐다. 상대의 돌파와 패스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압박했고 공격시에는 뒷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하기도 했다.
전반 6분 박주호는 기성용과 패스를 주고 받은 뒤 빠르게 왼쪽 공간으로 돌파를 시도했다. 수비수들 틈에서 잘 피해서 빠져나가던 박주호는 마지막에 상대의 다리에 걸려 넘어져 파울을 유도했다.
이어 전반 37분에는 손흥민의 위협적인 슈팅까지 가는 과정에 힘을 보탰다. 왼쪽에서 남태희, 김진수 차례로 이어지는 패스 과정의 시작점 역할을 했고 이는 곧 골문 앞에서 손흥민의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됐다. 공은 아쉽게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후반전부터 한국이 공격의 고삐를 당기면서 박주호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후반 3분 반대쪽에서 차두리의 크로스가 넘어오자 이를 잡아 재차 골문 앞으로 공을 올려주려고 했지만 수비에 막혀 코너킥을 얻어냈다.
박주호는 후반 27분 한국영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이후 기성용을 공격적으로 올리는 등 더욱 공세에 나섰던 대표팀은 경기 막바지에 손흥민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면서 경기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지만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우승컵을 놓치고 말았다.
비록 55년 만의 한을 씻지 못했지만 한국은 동아시안컵 등 또 다른 도전에 다시 나선다. 여기에서 박주호 시프트 등 이번 대호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장면들은 앞으로도 더욱 다듬어져 대표팀의 좋은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박주호 ⓒ AFPBBNews=News1 ]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