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주도권은 내줘도 승리를 가져가는 축구. 내용은 좋지 않아도 결과는 보장하는 축구. 한국식 늪 축구가 잠자던 투혼을 이끌어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2일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8강전에서 연장 전반과 후반 터진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너무 힘들었다. 30도를 훌쩍 넘긴 멜버른의 무더위만큼 진땀이 저절로 흐르는 경기였다. 대표팀은 1994년 이후 패배가 없는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90분 내내 고전했다. 점유율 60%는 허상이었다. 볼을 더 오래 가지고 있었을 뿐 위험지역에서 볼이 더 많이 돌고 위력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쪽은 우즈베키스탄이었다.
그래도 한국은 무실점 경기를 전후반 이어갔다. 조별리그 내내 보여줬던 흐름이 그대로 반복됐다. 이번 대회 대표팀은 상대의 공격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와 김진현 골키퍼의 선방에 힘입어 어렵사리 승리를 챙기고 있다. 수많은 위기를 맷집으로 버텨내고 한 번의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모습에 '늪 축구'라는 찬사를 보냈다.
한동안 대표팀에 보이지 않던 정신력이 살아났고 실리를 확실하게 챙기는 모습은 달라진 축구 흐름이다. 물론 늪 안에 숨어있는 진짜 모습은 부족함으로 가득하다. 세부적인 공격 전술 없이 기성용의 롱패스에 의존하는 공격 방법과 득점 기회를 놓치는 산만함, 상대 측면 플레이에 허둥대는 수비진까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모습은 55년 만에 우승을 주장하기에 너무도 부족했다.
하지만 대회 들어 속출한 부상자와 수중전과 무더위를 겪은 상황에 120분을 뛰어야 하는 체력적인 부담에도 막기 위해, 이기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모습은 늪 축구의 매력이다.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모든 선수가 그라운드에 드러눕는 투혼은 슈틸리케 감독이 그토록 한국 축구에 심고 싶던 남다른 정신력이 잘 보여준 장면이다.
이제 남은 것은 상대를 늪으로 초대하기 전에 짓누르는 파워다. 숙적 이란을 상대하게 될 것이 분명한 4강인 만큼 남은 시간 정신력 이상의 경기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가 됐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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