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5.01.22 11:51 / 기사수정 2015.01.22 20:53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연극 ‘멜로드라마’에서 결혼 10년 차 남편 찬일은 이렇게 말한다. “부부관계에는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어. 하지만 사랑 자체가 의무가 될 수는 없는 거야”라고. 결혼은 과연 사랑의 종착점이 될 수 있을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며 사는 게 가능한 걸까.
‘사랑이 과연 의무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멜로드라마’는 메마른 사이를 유지하는 부부와 어릴 적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그날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로 유명한 장유정 감독의 연극 데뷔작이다.
‘백년가약’이라고도 하는 결혼 제도가 존재하는 이상 불륜은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공통된 화두다. 극 중 서경은 연하남 재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결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약속인데 그걸 깨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
서경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결혼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약속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랑과 불륜, 도덕과 부도덕, 선과 악을 명확하게 정의하진 않는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누구의 행동이 잘못됐는지에 대해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과 불륜의 경계는 어디인지 관객이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그래서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막장이 아닌 공감과 치유로 다가온다.
짧은 시간에 새롭게 찾아온 사랑 앞에 선 인물들의 감정의 떨림이 세심하게 담긴다. 장면 전환도 빠르고 매끄럽게 이어진다.
배우들은 등장인물의 심리적 갈등과 변화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연극 ‘클로저’ 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홍은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대왕의 꿈'(2012) 이후 주로 예능에 출연해 온 홍은희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듯 자기 통제가 철저하고 우아한 큐레이터이자 결혼 10년 차 아내 강서경 캐릭터를 절제된 감정 연기로 표현해낸다.
완벽한 여자 서경이 음정 박자 무시하고 찬송가를 부르거나 술을 마시고 정체불명의 막춤을 추는 코믹한 모습도 잘 어울린다. 초반 딱딱한 연기톤을 보여주는듯 하지만 금세 역할에 녹아든다.
박원상, 배해선, 홍은희, 조강현, 박성훈, 박민정, 김나미, 전경수 등이 출연한다.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다. 공연 문의: 02-580-1300.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멜로드라마 ⓒ 예술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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