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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머 붕괴'로 돌아보는 역대 남자골프 대역전극

기사입력 2015.01.20 14:46 / 기사수정 2015.01.20 18:05

조희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 이래서 골프다. 마르틴 카이머(31,독일)이 마지막 날 10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세계랭킹 357위(현재 103위) 개리 스탈(22,프랑스)에게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하지만 슬퍼할 필요는 없다. 대역전극은 카이머만의 아픔이 아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2015 HSBC 아부다비골프챔피언십' 마지막 날 카이머는 2위에 6타차 앞선 상태에서 라운드를 시작했다. 지켜보는 사람 중 카이머의 우승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차세대 황제' 로리 맥길로이도 "카이머는 그만의 세계에서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우승은 확실시됐다.


시작도 좋았다. 1번홀(파4)과 2번홀(파5)에서 버디를 내리 잡아낸 카이머는 4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잡아내 자신의 우승에 마침표를 찍는 듯 보였다. 하지만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6번홀(파4)에 들어설 당시 카이머는 2위에 10타를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이 홀에서 보기를 잡은 카이머는 이후 9번홀(파4)에서 더블보기까지 범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전환점은 13번홀(파4)에서 일어났다. 1,2,3라운드에서 모두 13번홀 버디를 잡아낸 카이머의 티샷은 수풀 속으로 들어갔고 카이머는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벌타를 받았다. 이후 '드롭'한 공도 좋지 않은 위치에 놓여 카이머는 결국 트리플 보기를 남긴 채 홀아웃을 해야 했다. 

최종 순위 3위로 대회를 마친 카이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충격적이고 너무 놀랐다. 내 현재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굉장히 흥미로운 날이었다.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PGA 투어 역사상 종종 있었던 일이다. '백상어' 그렉 노먼(호주)은 1996년 마스터스 대회에서 2위보다 6타 앞선 채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섰다. 하지만 12번홀에서 친 샷이 그린 앞 연못에 빠지며 리드를 빼앗겼고 '컴퓨터 스윙' 닉 팔도에게 역전 우승을 허용한 적이 있다. 노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골프란 원래 그런 것이다"라고 한숨을 쉰 바 있다.

1999년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장 반 드 벨드(프랑스)가 3타차 리드로 마지막 홀에 들어섰지만 트리플 보기를 기록하며 우승컵을 내주는 극적인 상황도 있었다.

최근 사례를 보면 2009년 PGA챔피언십 타이거 우즈(미국)가 있다. 당시 우즈는 우승이 확실시되고 있었다. 이유는 우즈가 3라운드까지 1위로 마친 지난 14개 대회에서 한번도 패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즈는 마지막 날 3오버파를 기록하며 부진했고 '바람의 아들' 양용은이 2타를 줄이면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양용은은 이 대회 우승으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렸다.

2012년 브리티시오픈에 출전한 아담 스콧(호주)은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4타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마지막 4개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결국 그 해에도 메이저 우승컵을 거머쥐지 못한 스콧은 2013년에 와서야 자신의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사진 = 마르틴 카이머 ⓒ AFPBBNews=News1]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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