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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배상문 병역' 우회 방법 없다…현명한 판단할 때

기사입력 2015.01.10 11:56 / 기사수정 2015.01.10 12:00

조희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희찬 기자]이제 법에 기댈 곳은 없어 보인다. 배상문(29,캘러웨이)은 빠른 시일 내에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됐다. 

앞서 한차례 대학원 입학을 이유로 군입대를 미룬 배상문은 이제 만 28세를 넘겼다.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국외여행기간연장'을 신청했지만 병무청으로부터 거절당했다.

병무청은 2가지 사실에 입각해 배상문의 국외여행기간연장 승인불가를 알렸다.
첫째, 배상문이 신청한 '국외 이주' 목적의 기간 연장은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배상문과의 목적과 그 뜻을 달리하므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

둘째, 병역법상 국외여행기간연장을 신청하려면 최소 1년 이상 단 한번도 국내를 방문하지 않고 해외에 체류해야 한다. 하지만 배상문은 2013~14년에 133일간 국내에 체류했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배상문이 이달 말까지 입국해 입영하지 않을 경우, 병역법 94조에 따라 고발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 언론들은 병무청의 고발이 '강경대응'이라고 해석했지만, 병무청으로서는 '위법자'에 대해 '당연한 절차'를 밟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배상문 측은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의 어머니 시옥희씨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상문이가 아무리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골프를 놓는 건 못 본다"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국적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암시를 했다.

물론 배상문에게는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아예 입대를 하지 않거나, 행정 소송을 제기해 소송 기간 동안 입대 시기를 늦추는 방법이 남아있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 획득은 국내 스폰서와의 이별을 의미한다. 시민권을 획득한 배상문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을 것이고 국내 기업들은 상품성이 떨어진 모델에게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소송 역시 현재 상태로서는 승소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두 선택 모두 결과적으로 배상문에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에 빛나는 배상문의 현재 활약상은 절정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 스타로 최경주와 양용은이 떠오르지만 그 둘을 이을 유일한 대체자로 배상문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앞길이 창창한 배상문이 병역 문제라는 '걸림돌'을 만나게 된 상황에 대해 많은 팬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군대 문제'는 한국 청년들이 곧잘 빠지는 '딜레마'다. 언제, 어떻게 '국방의무'를 마치는 게 좋을 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 특히 젊은 시절에 경력의 많은 부분이 결정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은 더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가수 유승준이나 '병역 기피 의도' 논란을 빚었던 박주영 선수 등등의 예에서 보듯이 한국인들은 유명인들의 군입대 문제를 그 어떤 사안보다도 가차없고 냉정하게 바라본다. 법 앞에선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의 경우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세계대회, 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릴 때 병역 특혜를 주는 제도가 있다. '국위를 선양' 한만큼 그 정도의 '보상'을 줄 수 있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는 것이다.

배상문 선수의 경우도 뛰어난 골프 선수로서 해외에서 널리 이름을 알림으로써 대한민국을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할 수 있겠다. 또한 전성기를 누리는 그에게 2년 가까운 시간은 경력의 중단을 의미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법'과 '규정'으로는 배상문을 '구할 수' 있는 방도가 없는 것 같다. 배상문 개인으로나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지금 입대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아픈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의 인간이 '법'을 이길 수는 없다. 여론이 아무리 우호적일지라도 '법은 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배상문은 '우회로'를 찾다가 길을 잃기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을까. '궁하면 통한다'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배상문에게는 제3자의 너무나 한가한 소리일 지 모르지만, 어렵고 고통스러울 수록 냉정하게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사진=배상문 ⓒ AFPBBNews=News1]

조희찬 기자 etwoo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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