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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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축배' 삼성 라이온즈, 우승 뒷 이야기

기사입력 2014.11.12 18:01

스포츠부 기자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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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통합 4연패를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 '삼성 왕조'를 일군 사자 군단이 우승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숨길 수 밖에 없었던 안지만의 부상

한국시리즈를 며칠 앞두고 안지만이 스트레칭 도중에 등쪽에 담 증세를 호소했다. 1년 농사를 마무리하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불펜 핵심투수가 부상을 입었으니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모두가 말은 안 했지만, 선수단에 일말의 불안감이 깃든 게 사실이었다.

안지만은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채로 지난 3일 진행된 미디어데이에  박한이와 함께 대표선수로 참석했다. 여기서도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당초 안지만은 넥센 선수들에게 "내 공을 칠 수 있겠는가"라는 직설적인 질문을 하려 했다. 기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나름 공격적인 질문을 골랐다.

그런데 넥센 선수들에게 먼저 질문 순서가 주어졌고, '초구 직구 승부' 제안이 나왔다. 안지만은 약간 당황했다. 투수 입장에서 절대 불리한 제안이기 때문이다. 이어 안지만의 질문 차례. 본래 준비한 질문을 하지 못하고 "내 공을 상대로 자신이 있는가, 직구와 변화구 중 어떤 구질에 자신있는가"라는 내용으로 어정쩡하게 완화됐다. 이어 상대가 또다시 "서로 강점이 있는 직구로 한판 붙자"고 답했다. 안지만은 미디어데이를 마친 뒤 동료 투수들에게 웃으며"뭔가 말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순간에도 안지만의 머리 속에선 부상에 대한 걱정이 교차됐을 것이다.

그리고 4일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이 2-4로 패한 이날 경기에서 안지만은 적절한 타이밍에 투입되지 못했다. 경기 전까지도 담 증세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중 불펜에서 한차례 웜업을 했지만 그건 등판을 전제로 했다기 보다는 몸상태를 체크하는 수순이었다. 당시 안지만은 불펜피칭을 하는 과정에서 연신 양쪽 어깨를 돌리고, 몸을 좌우로 굽히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상태를 체크했다. 불펜 쪽에서 덕아웃에 전달된 사인은 '뻐근하지만 일단 큰 이상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리즈는 길다. 안지만은 경기에 나가지 않았다. 1차전서 패한 뒤 안지만이 투입되지 않은 것 때문에 논란이 있었지만, 류중일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부상 사실을 알렸다. 어쩌면, 이날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은 류 감독의 선택이 이후 경기에서 안지만의 호투로 이어졌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박해민과 2만원짜리 스노우보드 장갑

지난 5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삼성은 7-1로 승리했지만 이 과정에서 중견수 박해민이 왼손 약지 인대 부상을 했다. 2루에서 부상한 뒤 교체를 사양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하나. 박해민은 부상 직후 엄청난 통증 속에서도 스스로 손가락을 제 위치로 돌리려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손가락에서 뭔가 소리가 났다고도 했다. 인대의 약 50%가 손상됐다. 삼성 트레이너들에 따르면, 손가락 인대 부상이란 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게맛살을 세워놓고 가운데 부분을 옆으로 조금씩 잡아당기면 완전히 갈라지진 않지만 튿어지면서 빈 공간이 생긴다. 이렇게 손상된 정도가 50%라는 것이다. 2차전 도중에 박해민의 검진 결과가 실시간으로 덕아웃에 전달됐다. 처음엔 "대주자 정도로밖에 뛰지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1승1패로 균형을 맞췄지만 또 한번 어두운 그림자가 삼성 덕아웃에 드리워졌다.

그러나 이틀 후 열린 3차전. 놀랍게도 박해민은 경기전 훈련 때 티배팅과 프리배팅을 실시했다. "억울해서 이대로 못 있겠다"는 박해민의 의욕을 코치들도 말릴 수 없었다. 그 결과, 생각보다 통증이 크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진통제의 도움도 빌렸다. 박해민은 조심스럽게 캐치볼도 하면서 상태를 점검했다. 공을 받을 때 충격을 줄이기 위해 팔을 연신 가슴쪽으로 끌어당기며 부자연스럽게 캐치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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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지켜보던 김평호 1루코치가 분주해졌다. 구단 직원에게 "손가락 구분이 없는 장갑을 구해서 박해민에게 끼도록 하자"고 요청했다. 운영팀 직원이 바빠졌다. 목동구장 인근 백화점을 다 돌아도 구하지 못했던 장갑을, 모 마트에서 발견했다. 약 2만원짜리 스노보드용 장갑. 박해민은 3차전 8회에 대주자로 투입될 때 이 장갑을 착용했다. 그리고 이승엽의 행운의 중전안타 때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들어 천금 같은 동점을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글러브를 끼기 위해 장갑을 벗은 박해민은 9회말 수비에선 상대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내 승리를 지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박해민은 "잡을 수 있겠다 싶어서 몸을 날렸다. 손가락에 대한 걱정은 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안타때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들 수 있었던 것도 성실한 주루플레이 덕분이었다. 박해민은 "아웃이 될 것 같아도 뛰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루에 다가갈 때 김재걸 코치님이 팔을 너무 열심히 돌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등 뒤에서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끝까지 뛰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박해민의 부상 투혼에 대한 동료 베테랑 선수들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저 어린 연차의 아이가 인대가 50%가 나가는(손상되는) 부상을 하고도 저렇게 열심히 뛴다. 말이 안 되는 모습이다. 해민이를 봐서라도 이번 시리즈는 꼭 이겨야 한다."

▶박한이, 당황스러웠던 3초간의 기억

박해민이 부상 투혼을 발휘했던 3차전. 타석에선 박한이가 9회초 2사 1루에서 극적인 우중간 홈런을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데 당일 박한이로부터 들은 홈런 순간의 상황이 다소 코믹했다.

"딱 맞는 순간 무조건 홈런이라고 직감했다. 게다가 홈런이 많이 나오는 목동구장 아닌가. 정말 중요한 상황이었고, 또한 홈런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너무나 자신있게 두 팔을 번쩍 들어 세리머니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어~, 어~ 하면서 당황스러웠다. 상대 외야수 두 명이 너무 열심히 타구를 쫓아가는 게 눈에 들어왔다. 타구가 우중간을 뚫은 건 확실했다. 그런데 홈런이라고 생각해서 팔을 들어올렸는데 안타로 그치면 난감하지 않은가. 뒤늦게 큰일날 수도 있겠다 싶어 뛰기 시작했고 곧이어 담장을 넘어가는 걸 확인했다. 그 때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타구가 진짜 겨우, 살짝, 넘어가더라. 하마터면 망신 당할 뻔 했다."


▶최형우와 박한이가 서로를 존경한 이유

4차전을 패해 2승2패 상황. 잠실로 장소를 옮겨 맞이한 11월10일 5차전. 완벽하게 패하는 분위기였다. 8회 무사 만루에서 무득점에 그치면서 라이온즈 덕아웃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모든 구성원들이 '이런 패턴으로 지면 6차전까지 순식간에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삼성의 한 선수는 "최근 몇 년간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겪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역전승은 상상도 못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9회말 2사 1루 상황. 연속 2안타가 나와야 어떻게든 동점이라도 만들 수 있는 조건.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채태인이 우전안타를 터뜨리며 2사 1,3루로 조건이 바뀌었다.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나온 안타. 뒤이어 최형우가 극적인 우익선상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기적과도 같은 끝내기 승리를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대주자 김헌곤의 필사의 홈 대시도 인상적이었다. 러닝시 죽기 살기로 뛰는 김헌곤의 간절한 얼굴 표정도 화제가 됐다.

아웃카운트 26개가 쌓이는 동안 점점 초상집 분위기로 변해갔던 삼성 덕아웃은 최후의 1분간 잔칫집으로 돌변했다. 시리즈 경험이 많은 고참 선수들도 매우 흥분했다. 승리를 만끽하는 끝내기 세리머니를 한 뒤 돌아온 라커룸. 모든 선수들이 최형우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특히 박한이는 큰 목소리로 "형우야! 이젠 내가 너를 존경하기로 했다"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알고보니 3차전에서 박한이가 역전 2점홈런을 터뜨렸을 때 최형우가 박한이에게 "한이형, 정말 존경스러워요"라며 박수를 쳤다.

이날 라커룸에선 몇분간 계속해서 "말도 안돼"라는 삼성 선수들의 자축의 탄성이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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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환, 우승 세리머니의 막후 지휘자

11월11일 6차전에서 삼성은 11대1로 넉넉한 승리를 거두며 초유의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운 뒤 삼성 선수 전원이 마운드에 집결했다. 마무리투수 임창용을 중심에 놓고 원을 그렸다. 잠시 고개를 숙였던 임창용이 하늘을 향해 손가락 4개를 펼치며 팔을 뻗었다. 이어 둘러싼 선수들 모두가 같은 동작을 취하며 세리머니를 했다.

이 같은 우승 세리머니는 6차전 승리투수인 윤성환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점수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윤성환이 동료들에게 제안했다고 한다. 윤성환은 "손가락 4개는 통합 4연패 자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알고보니 지난해 통합 3연패 당시의 세리머니도 윤성환이 낸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마무리 오승환을 중심으로 세리머니가 이뤄졌다. 마무리투수를 축으로 선수들이 환희의 세리머니를 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다.

윤성환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거뒀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시리즈 MVP를 거머쥐었지만, 삼성 선수들은 "윤성환도 당연히 MVP 자격이 넘치고도 남는다"고 말하고 있다. 윤성환은 6차전에서 손톱이 깨지는 부상을 하면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에도 막후 지휘자 역할을 한 셈이다.

▶1에 얽힌 예언들

1이 4개 겹친 11월11일에 삼성 라이온즈가 4번째 1위(통합우승)를 차지한 사실이 팬들 사이에서 즐거운 이슈가 됐다. 실은 라이온즈 내부에서 일찌감치 이 같은 얘기가 나왔다.

4차전까지 2승2패로 균형을 유지한 상황에서 삼성 김태한 투수코치는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기분 좋은 징조다. 11월11일에 유니폼넘버 1번(윤성환)이 선발투수로 나간다. 5차전에서 밴덴헐크가 잘 던져줄 것이다. 그렇다면 6차전에서 1이 겹친 날, 등번호 1번 투수가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가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대로 됐다.

6차전을 앞두고 김평호 1루코치도 "날짜상으로 1111인데 우리가 4번째 1을 앞두고 있다. 분명 좋은 우연이다"라며 웃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삼성은 11안타로 11득점을 했다. 스코어도 11대1. 그러고보니, 지난해 통합 3연패를 달성한 날이 11월1일이었다.

마지막 에피소드 하나. 6차전 3회에 2타점 선제 적시타로 대승의 도화선 역할을 한 채태인은 이날 양말을 뒤집어 신고 경기를 치렀다. 주변 누군가가 그렇게 하면 승운이 따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다. 그렇게,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 스토리는 벅찬 환희와 잔잔한 웃음을 여운으로 남기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스포츠부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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