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을 가진 박찬호 ⓒ 광주,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광주, 나유리 기자] 온 국민의 레전드.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작별을 고했다.
18일 오후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앞서 박찬호의 공식 은퇴식이 거행됐다.
이날 경기전 팬사인회를 진행하며 팬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박찬호는 올스타전 시구자로 나서 정든 마운드와의 작별 인사를 고했다. 특히 이날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시포자로 나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박찬호는 시구 후 챔피언스필드 인터뷰실에서 공식 기자 회견을 열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박찬호 기자회견 전문.
- 은퇴 소감
"솔직한 감정인데 슬프다. 뭔가 떠나는 기분이 정말 든다. (한화 시절) 마지막 등판했던 경기가 나 혼자서는 그게 마지막일거라고 예상은 했었는데 그렇게 됐다. 그뒤로 지난 20개월 동안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끊임없이 해왔다. 오늘 이 자리가 공 하나만 던질 수 있는 자리지만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영광스럽고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후배 선수들이 저를 위한 자리를 만들어준게 굉장히 큰 영광이고, 나에게 어떤 일을 해달라는 책임감을 주는 것 같다. 야구계에 의와 애가 공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김경문 감독이 은퇴식의 시포자로 나섰는데.
"내가 부탁을 드렸다. 감독님은 저에게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꿈을 주신 분이다. 미국에 있을 때도 가끔 봬면 높고 먼 선배님으로 생각이 들었는데도 다정하게 용기를 주셨다. 프로야구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쌓으실때마다 존경스럽다. 훌륭한 분이고 또 좋은 선배님이다. 또 후배들이 저를 이 자리에 서게 해줬듯이 선배님에게 마지막 공을 받아달라고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받아주시겠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은퇴 발표하고 20개월 동안 훈련을 멈출 수가 없었다.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했었다. 그래서 오래전에 텍사스에 있을때 어려움을 겪을때 심리치료를 했다. 그때 박사님이 '너가 아무리 힘들어도 은퇴를 하고 나면 미래가 없기 때문에 그게 더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 하셨었다. 그게 이해가 안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내일 다시 홈런을 맞을 지언정 희망은 있지 않은가. 근데 은퇴를 하고 나니까 선수로서의 희망이 없다. 그게 굉장히 불안했다. 그래서 훈련을 계속하며 뛰고 또 뛰었다. 한화가 시즌 중에 어려움을 겪을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몸을 만들었다(웃음).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 출신들이 은퇴 이후에 심리적인 기복이 심할 것이다. 골프를 최근 시작했다. 너무 안되니까 골프에 집중하다보니까 치유가 되더라(웃음).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생기니까. 올해는 아이들 가르치고, 학교 보내고, 가사일도 돕고 그런 것에 매진하고 있다. 나름 새로운 공부와 느낌들을 많이 갖게 됐다."
- 책임감이 엿보인다.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많은 분야에서 여러가지 일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준비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 때문에 지금은 공부할 시간을 갖고 있다. 내가 볼 때는 한국야구가 언젠가 또다른 위기가 올텐데 꾸준한 발전을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아시아에서 한국야구를 주목할 수 있는 것들을 연구하고 있다. 또 선수들과 교류하는게 굉장히 크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를 통해서 어떤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지 의미있게 생각하고 있다."
박찬호 ⓒ 광주, 김한준 기자
- 감독이나 코칭스태프 복귀 예정은 없나.
"굉장히 매력적인 보직인 것 같다. 그러나 보통 준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 꿈을 가지고 있다면 더 많은 공부와 성찰이 필요하겠다 싶다. 감독은 굉장히 매력적인 역할이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하고 싶은 더 다양한 분야들이 따로 있기 떄문에."
-오늘 아내와 아이들도 함께 은퇴식에 참석했다.
"아이를 키우다보니까 아이들의 습득 능력이 굉장히 빠르더라. 저희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참 빨리 성장한다. 그것을 자신의 감성이나 이성에 빠르게 융화시키더라. 저희 작은 아이는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잘 모른다. 그냥 야구장에서 공 던지는 사람이라고 한다. 수염있고 공던지는 사람은 다 아빠라고 그랬었다. 그게 인상 깊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 보다도 아이들 스스로 제가 하는 일을 보면서 나중에 어떤 길 역할을 할 것 같다. 딸 둘 있는게 굉장히 행운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도 아이들과 시간을 같이할 수 있어서 치유가 빠르다."
-류현진과 코리안데이때 시구를 했는데. 류현진을 보면 어떤가.
"류현진을 보면 아주 큰 보람을 느낀다. 내가 기대한 이상을 해준다. 내가 미국가서 활동하면서 한국인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그게 참 큰 책임감이자 부담감이었다. 그래서 항상 안주하는게 불안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한국야구의 질을 높이고 있다. 아시아야구의 리더 역할을 하게 될거라고 생각한다. 류현진은 나보다 한국야구에 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잘 도와야되고 후배들이 뒤를 이어야 한다. 선배로서는 고맙고, 영광스럽다. 성공한 후배가 없으면 선배의 문은 낡아 없어진다. 선배의 영예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후배들의 뒤따른 성공과 활약이 중요하다."
-류현진에게 조언을 한다면.
"지금처럼 하라고 하고 싶다."
한편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우완 투수 박찬호는 LA 다저스-텍사스 레인저스-샌디에고 파드레스-뉴욕 메츠-휴스턴 애스트로스-필라델피아 필리스-뉴욕 양키스 등 다양한 팀을 거쳐 동양인 최다승인 124승을 달성했다. 또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활약한 후 지난 2012시즌에는 고향팀인 한화 이글스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 광주,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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