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쿠이아바(브라질), 조용운 기자] 월드컵 비운의 스타였던 이근호가 4년 만에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이근호가 홍명보호에 귀중한 승점1을 안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러시아의 우세라던 평가를 뒤집고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여준 한국은 후반 24분 교체로 들어간 이근호가 회심의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비록 상대 맹공에 동점골을 내주면서 무승부에 그쳤지만 이근호는 아쉬웠던 박주영 원톱 카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근호는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당시 최종명단에서 제외된 아픔이 있다. 아시아예선에서 맹활약하며 대표팀을 본선으로 이끌었지만 정작 월드컵을 앞두고 컨디션이 떨어지면서 눈물을 흘린 바 있다.
이근호는 경기 후 "4년 전 탈락하면서 4년 후에 골을 넣겠다던 상상이 현실이 됐다"고 감격에 잠겼다.
역대 대표팀 중 가장 많은 해외파로 구성된 홍명보호에서 당당히 국내파로 이름을 올린 이근호는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인식하며 월드컵을 준비해 왔다.
러시아전을 하루 앞두고 만났던 이근호는 밝았다. 그는 "나는 후반 조커 역할이다. 조커를 부여받은 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면서 "후반에 들어간 선수들은 더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래선지 이근호는 러시아전에서 후반 투입 직후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고 조커가 갖춰야 할 덕목을 그라운드에서 뿜어냈다. 역할에 충실했다. 그는 "앞선에서 뛰는 선수들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뒷공간과 사이드로 빠지며 희생해야 2선에서 골을 넣을 수 있다"던 말처럼 뛰고 또 뛰며 지쳐있는 상대 수비를 흔드는 데 성공했다.
조커였던 만큼 기대를 하지 않았던 이근호는 "세리머니 생각을 미처 못했다. 그냥 달렸다"며 "그래도 거수경례는 했다. 다행이다"고 만족해 하며 밝게 웃었다. 이근호의 첫 월드컵은 그렇게 소박함에서 시작됐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