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지윤 기자] 결전의 날이 찾아왔다. '1강' 벨기에가 버티고 있는 H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을 꺾어야 한다. 최근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두 팀의 대결을 H조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이 경기가 H조의 행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란 뜻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18일(한국시간) 오전 7시 브라질 쿠이아바에 위치한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두 팀은 지난해 11월 두바이에서 한차례 평가전을 치른 바 있다. 당시 한국은 김신욱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2로 역전패 당했다. 하지만 평가전은 평가전이다. 본 게임에서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전국민의 시선이 브라질로 향했다.
러시아, 자만인가 자신감인가
러시아는 2012년 명장 파비오 카펠로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히며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그 결과 유럽 조별 예선에서 포르투갈을 꺾으며 2002년 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안착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자국리그 선수를 중심으로 한 조직력과 팀 정신을 앞세워 사상 첫 16강에 도전한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카펠로 감독은 "한국 선수들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고 발언해 한국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물론 일종의 신경전에서 나온 발언일 수도 있다. (아니면 홍명보호의 '가짜 등번호' 작전이 통했거나)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국전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악의 평가전 결과…본무대에서는 다를까
브라질월드컵을 맞이하는 한국인의 기대감은 역대 최하 수준이다. 2002년 이후 높아졌던 기대치는 최근 치른 평가전 참패로 다소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혹시'라는 기대감을 저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 한국은 역대 최다 해외파(17명) 선수와 함께 러시아를 격파하고 16강 진출에 우위를 점할 생각이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였던 '희생', '정신력', '팀워크' 같은 단어들이 어느 순간 낯설어 졌다. 선수 선발 과정 이전부터 갖가지 잡음이 흘러나왔고, 평가전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은 축구팬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제 모든 논란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홍명보호의 '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이란 슬로건을 다시 마음에 새겨야 한다.
승패는 스트라이커에서 갈린다
러시아는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가 최전방을 지킨다.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고, 가장 많은 골을 성공시킨 간판 공격수다. 그러나 최근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케르자코프를 제치고 '카펠로 황태자' 알렉산드르 코코린이 원톱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미드필더진이 코코린에게 충분히 볼을 공급해줄 수 있는가에 달렸다. 로만 시로코프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크다.
지난 몇차례의 평가전에서 박주영은 철저하게 고립됐다. '박주영을 찾을 수 없었다'는 일본 언론의 비아냥에도 할 말이 없다. 러시아전에서 이런 문제가 반복된다면 더 이상의 '쉴드'는 불가능하다. 손흥민-이청용의 연계플레이가 시너지를 발휘하고, 박주영의 '한 방'이 터진다면 경기는 한결 쉬워진다.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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