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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구의 탐구생활] 추억은 추억일 뿐, '스타1'과 뜨겁게 작별하자

기사입력 2014.02.25 13:32 / 기사수정 2014.02.27 16:53

한인구 기자


▲ 스타크래프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이하 스타1) 프로게이머 출신 홍진호, 강민, 박정석, 이병민은 지난 5일 이벤트 전으로 치러진 '스타 파이널 포(STAR FINAL FOUR)' 스타1 대회에 출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스타1 팬들은 이 대회로 '관람하는 게임'에 대한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출시된 지 15년이된 스타1은 팬들의 옛 향수를 자극했다.

대한민국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휘청였다. 부모들은 직장을 잃고 대학생들은 취업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미국 블리자드사에서는 이듬해 스타크래프트를 발매했다. 이 게임은 경제위기로 주춤하던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동네 곳곳에 PC방이 생기기 시작했다. 스타1은 'PC방 문화' 탄생의 출발점이 됐다.

또 스타1은 우리나라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게임으로 밥벌이를 하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과 e스포츠의 태동을 알렸다. 게임이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의 발판이 됐다.

특히 '쌈장' 이기석을 시작으로 '황제' 임요환, '폭풍' 홍진호 등 스타1 게이머들은 말그대로 스타가 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e스포츠협회가 창설됐고 통신사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프로팀을 창단했다. 그야말로 스타1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스타1의 기세는 의외의 지점에서 꺾였다. 스타1 전현직 게이머들이 불법 베팅 사이트와 연루된 승부조작 사건이 2010년 드러났다. 스타1과 e스포츠의 인기를 주춤하게끔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블리자드사는 같은해 '스타크래프트 2: 자유의 날개'(이하 스타2)를 발매했다. 게임 팬들은 스타2가 e스포츠의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스타2의 중계권을 놓고 블리자드사와 게임방송사, e스포츠협회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스타1의 바통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한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타1 팬들은 스타2의 빠른 속도감을 강조한 변화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승부조작 사건과 스타2의 발매 이후로 e스포츠는 사실상 공백기에 들어갔다. 스타1 프로게이머 김택용, 이제동 등이 활약했지만 팬층은 예전만 못했다. 스타1·스타2 전 프로게이머 김명운은 최근 열린 'GOM 클래식 시즌4' 스타1 대회에서 "팬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옛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스타2 대회에는 관객보다 선수 및 코칭스태프 수가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말해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다시 e스포츠에 활기를 불어넣은 게임은 라이엇게임즈가 2009년 선보인 리그오브레전드였다. 스타1으로 대표됐던 실시간 전략(RTS·Real Time Strategy) 게임은 설 자리를 잃었고 AOS(Aeon of Stripe) 게임 리그오브레전드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한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로팀이 하나 둘씩 생겨나며 e스포츠도 다시 회생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스타1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우진 못했다. 스타1은 하나의 문화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게임 팬들이 기억하는 스타1의 첫 인상은 강렬했고 e스포츠 태동기를 추억하는 이가 많았다. 학생, 어른 가릴 것 없이 PC방에 앉아 스타1을 즐겼고 TV 속에서는 매일 프로게이머들의 현란한 경기가 전파를 탔다. 게임 팬들의 마음 속에는 스타1가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홍진호, 강민, 박정석, 이병민 등 스타1이 가장 빛났던 2000년 초중반대 프로게이머들이 다시 경기를 펼치며 이슈가 된 것은 당연한 일지 모른다. 스타1에 열광했던 팬들은 그들의 플레이를 보며 PC방에 앉아 스타1을 플레이하던 자신과 TV속 영웅들을 떠올렸다.

최근 되살아난 스타1의 인기는 게임 팬들이 추억을 소비하고 싶은 욕구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했던 스타1 게이머들의 경기를 접하면서 아련했던 추억을 다시금 느꼈던 것이다. 스타1이라는 게임은 그대로지만 그 시절 열광했던 팬들의 기억은 깊어졌다.

앞으로 스타1이 다시 e스포츠 종목으로 부활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표가 붙는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종종 이벤트 전에서 스타1 경기를 접할 순 있겠지만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게임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추억을 넘어 팬들이 달가워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e스포츠 팬들은 스타1의 인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기 전, 10여 년동안 접한 스타1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한 바 있다.

이제는 스타1을 놓아줘야 할 때다. 옛 추억에만 잡혀있다면 e스포츠는 제자리 걸음을 할 뿐이다. 추억은 추억일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이병민, 홍진호, 박정석, 강민 ⓒ 엑스포츠뉴스 DB]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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