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이쯤되면 '네덜란드 공포증'이다. 1000m 레이스에 나서는 '빙속 여제' 이상화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오렌지 군단'이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각)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부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74초70)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가 13일 밤 다시 1000m에 도전한다.
사실 1000m는 이상화의 주종목이 아니다. 500m에서 이상화는 지난해에만 4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을 만큼 세계 최고의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1000m에서는 우승 후보가 아니다. 지난 2010 밴쿠버 올림픽 당시 이상화는 1000m에서 1분18초24로 전체 2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500m 기록을 위해 1000m 훈련 역시 꾸준히 해왔고, 올 시즌 1분13초66까지 기록을 단축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이다.
이상화가 500m에서 목표를 달성한 만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1000m 레이스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일단 현재 1000m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은 당연히 네덜란드다. 밴쿠버 올림픽 1000m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기록 보유자인 크리스틴 네스빗(캐나다)의 경우, 지난 시즌부터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여자부 1000m에 총 4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이중 이상화와 함께 18조를 배정받은 로티 판 베크가 '다크 호스'다. 500m에서는 '무관'에 그쳤지만, 1000m와 1500m 중장거리에 더 강하다. 올 시즌 캘거리 월드컵 1000m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베를린 월드컵에서도 4위에 올랐다. 자신의 최고 기록 역시 1분13초36으로 올 시즌에 세웠다.
이레너 뷔스트 역시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한명이다. 이미 소치에서 3000m 금메달을 따내며 3연패에 성공한 장거리 강자지만, 지난해 소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1000m 준우승, 올 시즌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 3위 등 꾸준히 좋은 기록을 남겼다. 1000m 최고 기록은 1분13초33이다.
또 500m에서 이상화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한 마르호트 보어는 500m가 주종목이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1000m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왔다. 올 시즌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에서 5위, 캘거리 월드컵에서 6위를 차지했다. 최고 기록은 1분13초77이다.
사실 1000m에서 최근 몇년간 전통적인 강세를 보였던 나라는 미국이다. 이번에도 올 시즌 월드컵에서 3번이나 1000m 우승을 차지한 헤더 리차드슨과 브리트니 보우가 출전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 초반부터 강하게 불어닥친 '네덜란드 바람'을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소치의 빙질이 안좋은 탓에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낮은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지만, 네덜란드 선수들은 자신의 최고 기록을 소치에서 작성하고 있다. 이승훈, 모태범, 샤니 데이비스 등 남자부의 강력한 메달권 후보들이 포디움에 서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네덜란드는 이미 소치올림픽 빙속에 걸린 5개 중 이상화가 가져간 1개를 제외한 4개를 독식했다. 은메달과 동메달까지 합치면 총 10개에 이른다.
여자부 1000m에서도 네덜란드가 메달을 추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강자가 나타나 '오렌지 군단'을 막아설까. 흥미진진한 대결은 13일 밤 11시에 시작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이상화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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