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나유리 기자] 애런 헤인즈와 김민구가 '그 사건' 이후 다시 만났다. 약 한 달 만에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1월 1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서울 SK나이츠와 전주 KCC이지스의 4라운드 경기. 이 경기가 주목받은 이유는 순위 싸움이 아니라 김민구와 헤인즈의 만남 때문이었다.
자꾸 이야기를 꺼내는 것 같아서 두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그 사건'을 다시 복기해보자. 지난해 12월 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3라운드 맞대결에서 양 팀은 경기 내내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그러던 중 헤인즈가 돌연 백코트를 하던 김민구를 몸으로 강하게 밀쳤다. 코트에 넘어진 김민구는 가쁘게 숨을 몰아 쉬며 강하게 통증을 호소했다. 이후 그 날은 '헤인즈 사태'라고 불렸고, 헤인즈는 5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은 뒤 지난 9일 코트에 복귀했다.
그후 처음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 사실 헤인즈는 경기 시작 직전 코트 위에서 김민구에게 '제대로' 사과를 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거듭된 사과에 KCC 측이 만류(?)를 했고, 양 팀이 가볍게 몸을 푸는 연습 시간에 조용하게 만남이 성사됐다.
사실 SK 문경은 감독도 고민이 많았다. 헤인즈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함께 책임을 느껴왔던 문 감독은 "헤인즈가 지난 5년간 한국에서 쌓아온 것들을 한번에 모두 잃었다.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번이든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전 문 감독은 KCC 허재 감독을 찾아 얼굴을 보고 다시 사과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혹시 내 사과가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으니 고민이 된다"고 걱정했다.
허재 감독의 반응은? 쿨했다. 그는 뒤끝이 없는 '상남자'였다. "이미 지나간 일인데 뭐"라는 허 감독은 "앞으로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되지 뭐 그렇게 특별한 사과가 필요하겠느냐. 경기하다 보면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조용히 사과했으면 된거다. 하던대로 하자"고 말했다.
다시 그 시간의 코트로 돌아가 보자. 쭈뼛쭈뼛 어색하게 김민구를 향해 다가간 헤인즈. 김민구도 그런 헤인즈의 표정을 보자 씩 웃으며 반겼다.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는 헤인즈는 통역사를 대동해 자신의 진심을 김민구에게 전달했고, 김민구는 악수를 나누며 기꺼이 사과를 받았다.
"앞으로 더 잘해보자."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이 더욱 훈훈해지는 장면이다. 무엇보다 사과를 받아주는 미소 띈 김민구의 태도가 보는 이의 기분까지 좋아지게 만든다.
헤인즈는 지난 시즌 KCC로 트레이드 된 '옛동료' 김효범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사과 후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김민구도 SK 김선형과 만나 장난기 가득한 인사를 나눴다. 경기중에는 '이글 아이'를 장착하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승부를 펼치는 선수들이지만, 이럴 때 보면 20대 초반의 청년답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헤인즈도, 김민구도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승부를 펼쳤다. 이날 헤인즈는 22득점 13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더블 더블'을, 김민구 역시 3점슛 4개를 포함해 16점 5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애런 헤인즈와 김민구가 다시 만난 날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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