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위키드'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악한 자는 태어나면서 정해지는 걸까,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걸까.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악한 자가 알고 보니 더없이 착한 이였다면?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꽤 많다. 그래서 고정관념을 조금만 비틀어 본다면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들과 마주하기도 한다.
뮤지컬 '위키드'도 마찬가지다. 당연하게 여겼던 사실을 뒤집어보는 것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위키드'를 모티브로 했다. 지난해 내한 공연 당시 큰 화제를 모았으며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22일부터 한국어로 초연하고 있다.
화려한 무대와 배우들의 열연, 검증된 연출과 넘버 등 갖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뤘다. 170분여의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관객에게 한 편의 동화책을 읽는 느낌을 전달한다.
간단히 말하면 '위키드'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정반대인 두 소녀의 성장담이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부터 우정을 키웠던 두 마녀가 주인공으로, 나쁜 마녀로 알려진 초록마녀가 사실은 착한 마녀이고 인기 많은 금발마녀는 공주병에 내숭덩어리였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위키드'를 한 편의 환상적인 동화라고만 여기기엔 작품 안에 담긴 메시지가 심도 있고 철학적이다. 마법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작품이 얘기하는 것은 결국 진정한 사랑, 그리고 우정이다.
초록빛 피부색으로 태어난 엘파바(옥주현 박혜나 분)는 어딜 가나 놀림거리다. 하지만 엘파바의 따뜻한 심성을 보게 된 글린다(정선아 김보경)와 피에로(이지훈 조상웅)는 차츰 그에게 마음을 연다. 생김새가 다르면 어떠랴. 정해진 규칙 따위에서 벗어나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하면 편견 따위는 자연스럽게 깨지기 마련이다.
이후 절친이 된 두 마녀와 피에로는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성장통 덕분에 이들은 사랑과 우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값진 교훈을 깨닫게 된다.
'널 만났기에(For Good)', '파퓰러(Popular)', '중력을 벗어나(Defying Gravity)', '나를 놓지마(As Long as You're Mine)' 등 버릴 것 없는 넘버들은 작품의 재미와 감동을 두 배로 높인다. 무대는 지난해 오리지널 내한공연 때보다 객석과 가까워져 생동감을 살렸다. 객석까지 연장된 세트에서 펼쳐지는 엘파바와 글린다, 앙상블의 '단 하루(One short Day)'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화려한 라인업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선아의 연기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사랑스럽다는 말이 모자를 만큼 정선아표 글린다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나 사실 피에로와 결혼하기로 했어. 걘 아직 몰라"라며 꺄르르 웃고 엘파바에게 샤방샤방을 전수해주는 깜찍한 글린다는 정선아를 만나 더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됐다.
엘파바를 연기하는 옥주현 역시 더 깊어진 연기와 풍부한 성량을 자랑한다. 피에로 역의 이지훈, 네사로즈로 분한 이예은, 보크 역의 김동현, 마법사 남경주, 모리블 학장 김영주 등도 작품을 뒷받침하며 몰입을 높인다.
2014년 1월 26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다. 165분. 만 7세 이상. 공연문의: 1577-3363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위키드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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