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3년만에 가수로 돌아온 이정현. 그는 지난달 22일 발표한 신곡 'V'으로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서 활동 중이다. 좀비로 분장한 백댄서들에 둘러싸인 채 열심히 춤을 추는 모습은 그가 14년 전 데뷔곡 '와'로 활동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게 열정적이다.
이정현은 지난 31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엑스포츠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컴백을 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상세히 밝혔다. 또한 자신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부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털어 놓았다.
"보름만 활동하려 했는데… 박찬욱 감독님 합류로 일이 커졌죠"
이정현은 'V'에 대한 활동 기간을 이미 보름 정도만 기획하고 있었다. 본래는 2010년부터 준비해온 미니앨범으로 활동을 하려했지만, 타이틀 곡 선택이 되지 않아 3년간 컴백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파란만장', '범죄소년', '명량-회오리바다'까지 3편의 영화를 촬영하고 중국에서의 공연 일정이 계속 잡히는 등 스케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석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박찬욱 감독에게 'V'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부탁했더니, 박찬욱 감독이 그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덕분에 짧은 활동임에도 스케일이 무척 커졌다.
"이번 앨범은 3년의 시간을 기다린 팬들에게 선물이라는 개념으로 준비했어요"
이정현은 이번 컴백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워 행복해 하고 있다. 지난 22일 있었던 쇼케이스 때 많은 기자들이 현장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그를 기다려준 팬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 백댄서들의 좀비 분장이, 저보다 오래 걸렸죠
"그저 예쁜 여자 가수로 보이기보다, 남들과는 다른 가수로 남고 싶어요. 인상을 쓰고 강한 표정을 짓는 것도 그 때문이죠"
이번 'V'의 콘셉트 중 하나는 백댄서들이 좀비로 분장한 채 괴기스러운 분위기의 춤을 추는 것이다. 이정현은 예쁜 치마보다는 피 묻은 드레스를 입어했고, 평범한 무대 보다는 좀더 공포스러운 무대를 꾸미고 싶어했다.
"더 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흰 드레스에 피를 묻힌 콘셉트로 무대를 꾸미려 했어요. 그런데 15세 관람가인 만큼 제약 사항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최근 한 음악 방송에 오를 때의 이야기다. 그는 결국 면사포에만 약간의 피를 묻힌 분장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좀비로 분장한 백댄서에게는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백댄서들이 좀비로 분장하는 데는 4~5시간이나 들었다. 이정현의 분장 시간이 2시간이면 충분한 것에 비하면 배 이상 많이 드는 셈이다.
■ 박찬욱의 연출로 더욱 두드러진 이정현의 색깔
"요즘 아이돌이 3개월에 한 번씩 활동을 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놀랐죠"
데뷔 때부터 무대마다 특이한 스타일을 선보이던 이정현은 앨범 준비를 위해 많은 준비 과정을 거친다. 과거 기획사에 소속돼 있던 시절에는 계약 문제 때문에 음반을 빠르게 준비해야 했다. 그 때도 앨범 하나를 내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렸다.
"제 앨범이 늦게 나오는 이유는 제가 즐길 수 있는 앨범의 콘셉트를 정하기 위해서예요. 내가 즐기지 못하면 팬 분들도 좋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정현은 여러 가지 곡을 받는 과정, 콘셉트를 잡는 과정, 곡을 그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며 앨범을 준비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무대 구상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번 'V'의 경우 박찬욱-박찬경 형제 감독이 뮤직비디오의 연출을 맡으며 준비 과정에 속도가 붙었다.
"저에 대한 캐릭터 설정 정도만 감독님에게 간략히 말씀을 드렸죠. 그러자 시나리오부터 콘티까지 100가지 새로운 것들을 금세 만들어 주시더군요. 준비가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그만큼 즐기면서 촬영을 할 수 있었어요"
촬영 분위기는 좋았다. 영화만 하던 스태프들이 뮤직비디오를 처음 만들어 본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이다. 스태프들은 즐겁게 촬영에 임했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댄서들도 힘이 났다. 3~4일간 쉴 새 없이 춤을 추면서도 싱글벙글했다.
"진구씨와의 호흡도 너무 잘 맞았죠. 복잡한 촬영들이 한두 테이크에 다 끝났어요"
배우 진구는 뱀파이어인 이정현에게 홀린 채,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 역할을 맡았다. 뮤직비디오 중에는 이정현과 진구고 서로 끌어안고 맨땅을 구르는 등 촬영하기에 쉽지 않은 장면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작업은 척척 진행됐다. 이정현과 진구가 이미 영화 '명량-회오리바다'에서 함께 연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정현은 '끼'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가수다. 가수이지만 특정한 설정을 통해 무대에서 연기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박찬욱-박찬경 감독의 연출력은 그런 이정현의 색깔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뮤직비디오에서 이정현은 눈꺼풀에 또 하나의 눈동자를 그리고 무표정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한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지으며 눈동자를 굴려 보는 이를 섬뜩하게 만든다.
"감독님이 디렉션을 끝내주게 해주신 거죠.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누군가를 발견했을 때의 표정을 지어볼래?'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을 뿐이에요"
■ 배우와 가수, 갈림길에서의 딜레마
이정현은 가수로 데뷔한 뒤 큰 성공을 이뤄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배우로 데뷔했었고, 그에 대한 역량도 뛰어나다. 배우로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그가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팬도 많다. 그로서는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
"진실성이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영화나 음악 모두 제 맘대로 되지는 않으니까요"
이정현은 영화 데뷔작인 '꽃잎'에서 '신들린 이미지'가 각인되며 배역 폭이 제한돼 버렸다. 공포 영화 역할 정도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중국 드라마에서나 그런 선입견 없는 배역이 주어졌다. 그런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은 박찬욱 감독이었다. 그가 이정현을 주연으로 발탁한 단편 영화 '파란만장'이 2011년 베를린영화제 단편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이정현에게 다양한 역할 제의가 들어왔다. 이정현은 "박찬욱 감독이 기회를 주셨다. 감사드린다"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표현했다.
음악이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현은 무대에서 항상 새로운 콘셉트를 만들어내고 싶어 한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그가 현재 음반 기획사를 떠나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예전에는 기획사와 계약 관계에 있다 보니 6개월이나 최소 1년에 한 장씩은 앨범을 내야 했다. 이정현은 그 것을 "기계처럼 음악을 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제는 즐기면서 하고 싶다. 그래야만 팬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 남자 친구는 아직… 마음에 맞는 사람 나타나면 언제든 결혼하고 싶어
이정현은 현재 자신이 솔로임을 밝히면서, 결혼에 대해서도 열린 생각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사람을 만나는 게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20대 초반이라면 이 친구 저 친구 만나고 하겠는데, 이제는 한 번 만나면 진지하게 만나야 되니까 남자 친구를 쉽게 못 만드는 것 같아요. 이제는 주변에서 '빨리 남자 친구 생겨야 되는데…'라며 걱정을 할 정도예요"(웃음)
그는 결혼에 계획에 대해 "마음이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할 것 같다. 내 또래 연예인들이 다 하지 않았느냐"며 부러워했다.
어느 덧 3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아름답다. 어떤 팬은 'V'에서의 뱀파이어 콘셉트가 '늙지 않아서 무서운' 이정현과 완벽히 어울린다고도 했다.
"안 늙는 비결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성격이 낙천적인 편이라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잊어버리고, 피부 관리나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기는 해요. 그런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제가 왜 안 늙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이정현이 가수로 데뷔한 것이 1999년. 벌써 14년 전이다. 최근에는 활동까지 뜸해지다 보니 어느덧 그를 '추억의 가수'로 칭하는 경우도 생겼다. 그는 언제까지 가수로 활동할 수 있을까.
"저와 대중이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무언가만 찾을 수 있다면 언제든지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아직까지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는 배우 이정현이라는 말이, 가수일 때는 가수 이정현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꾸준히 유지될 수 있다면 너무나 행복하겠죠"
■ 연말 국내 콘서트 개최가 목표
이정현은 예정대로 'V'의 짧은 활동을 마치고 오는 5일 중국으로 출국해서 프로모션 일정을 소화한다. 9월 말부터는 현지에서 투어 콘서트를 열고 하반기에 새로운 영화로 팬들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팬들과의 만남이 짧다는 것에 아쉽고 미안해했다.
"저를 이렇게까지 반겨주실 줄 몰랐는데 너무나 감사드려요. 오랜만에 음악 방송에서 팬분들을 만났는데, 응원 소리가 왠지 한이 맺힌 듯 들렸어요.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활동 기간이 길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뮤직 비디오에 신경을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정현은 "요즘은 세상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이제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저를 보실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SNS를 꾸준히 하면서 팬들과도 꾸준히 소통할 생각이다.
이정현은 연말에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 때 국내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가수와 배우로서 국내에서 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이정현 ⓒ 에이바필름앤 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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