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뛰어난 골 결정력, 폭발적인 스피드 그리고 몸 싸움에 필요한 무시무시한 힘을 갖추고 있다. 측면 공격수로도 뛸 수 있으며 처진 공격수 자리도 무리없이 소화한다. 강철같은 체력이 있어 수비에도 적극 가담한다. 1선과 2선은 물론 최후방까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빈다. 머리는 물론 오른발과 왼발을 모두 사용한다. 고의적이고 거친 반칙으로도 기관차처럼 달리는 그를 막기 어렵다. 그라운드에 넘어지더라도 수비수보다 먼저 일어나 어느새 공을 향해 달려간다. 축구를 위해 태어난 야수처럼.
잉글랜드 국가대표 공격수 웨인 루니 얘기다. 그는 정말 야수같다. 녹색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보이는 놀라운 투지에 내로라하는 베테랑들도 혀를 내두른다.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잉글랜드 대표팀의 수비수 존 테리는 루니를 가리켜, 실제 '야수(Beast)'라고 표현했다. 그는 "수비를 하다 볼을 몰고오는 루니와 부딪히면 마치 탱크와 충돌하는 느낌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훈련하면서 늘 루니에게 당하는 역할을 했다. 한번은 나를 비롯해 5명의 수비수가 그를 막지 못하고 잔디 위에 나뒹군 적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과장은 있을 지 몰라도 거짓은 없다. 루니가 그라운드의 야수로 불리게 된 데에는 경기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그의 거친 행동 탓도 있다. 볼을 다투던 상대 선수를 그라운드에 내팽개치고 싸움을 말리는 팀 동료에게 욕설을 내뱉기도 한다. 루니의 거친 언행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루니가 경기 도중 하도 욕을 해대는 바람에 영국 학부모협회가 프리미어리그 중계 방송사를 고소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선수의 욕까지 따라할 수도 있는 일이니 부모로서는 충분히 그럴 법 했다.
그런데 루니에게 야수같은 모습만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지명도는 없었을 지 모른다.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치열한 그라운드만 떠나면 루니는 순수하고 소탈한 20대 중후반의 청년으로 돌아간다. 해맑은 미소를 지을 때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같다. 맨유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박지성을 향한 천진난만한 미소가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다. 꼭 이게 아니더라도 경기가 아닌 훈련시, 팀 동료들과 함께 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두 얼굴의 사나이' 루니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짜 루니는 어느 쪽에 가까울까. 지난 2007년 여름,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 행사차 맨체스터를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던졌던 질문이기도 했다. 루니는 "주위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가까운 친구들도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두 모습 모두 나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평소의 나는 말수가 적고 부끄러움도 많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서면 달라진다. 필드의 경쟁은 생각 이상으로 치열하고 나는 언제나 이기고 싶다. 지는 것이 싫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싸운다. 그런 모습들이 카메라에 잡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에만 서면 본능이 이성을 앞서는 것이라 이해했다. 진정한 프로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두 얼굴의 사나이'였던 루니가 최근에는 잔뜩 찌푸린 얼굴만 하고 있다. 아기같은 미소는 사라졌다. 짜증난 듯 험상궂은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루니가 소속팀 맨유와 이별 수순을 밟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루니와 관련된 비판이 만만찮고 지역 팬심은 완전히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아내 콜린 루니의 SNS 이슈가 터져 일상마저 일그러졌다. 맨체스터에서 루니의 '아기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비단 남의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루니 ⓒ 엑스포츠뉴스DB, 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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