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삿포로(일본) 서영원 기자] 일본프로야구의 인기팀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즈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팀으로 일본 전역에 걸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 외에 또 하나의 인기팀이 있다. 바로 설국 홋카이도를 연고로 하는 니혼햄 파이터스다.
니혼햄은 한반도 크기의 3/4에 해당하는 홋카이도를 기반으로 한다. 쉽게 말해 도시연고가 아닌 광역연고다. 한국으로 치면 시군구 단위를 넘어 도 단위를 전체연고로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인데 니혼햄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니혼햄의 팬심을 삿포로에서 확인해 봤다.
광역연고 그리고 홋카이도 대표팀
니혼햄은 홋카이도 중심 도시 삿포로에 위치한 삿포로돔을 홈구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1년 내내 삿포로에서만 경기를 하진 않는다. 니혼햄은 관광지로 유명한 오비히로, 아사히카와, 하코다테 등에서 페넌트레이스를 소화한다. 뿐만 아니라 2군경기를 활성화해 더 외진 곳까지 찾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도시당 1년에 3,4번씩 찾아가 홈경기를 치르는 일은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지방으로 뻗어가는 일은 니혼햄 뿐만 아니라 원정팀에게도 부담이 된다. 하지만 니혼햄이 내건 모토는 ‘홋카이도 프라이드’로 그들의 자부심을 의미한다. 이동의 불편함 정도는 충분히 참아내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홋카이도의 대표성은 팀 유니폼에도 나타난다. 니혼햄의 홈 유니폼은 '파이터즈(Fighters)를 가슴에 새기고 있지만 원정경기에서는 '홋카이도 니혼햄(Hokkaido Nipponham)'을 가슴에 새긴다. 그리고 니혼햄 선수들의 야구모자 역시 니혼햄의 'N'이 아니라 홋카이도의 앞 글자를 따서 'H'를 그려넣었다. 시즌 중 일정 기간 특별 유니폼으로 니혼햄을 지우고 홋카이도를 내세우기도 한다. 홋카이도 도민을 위해 존재하는 그들의 정체성이 잘 표현돼 있는 사례다.
야구단은 야구만 잘하면 끝?
프로야구단의 근본적 목표는 승리를 하고 우승을 해 팬들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하지만 니혼햄은 야구도 잘하고 팬에게도 사랑받는 구단을 추구한다. 지역연고 밀착을 위해 홋카이도 출신 인재들을 채용하고 지역문화를 이해한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니혼햄만 가지고 있는 마케팅은 ‘캐러밴’이라 불리는 행사다. 야구 영향권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니혼햄이 찾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 행사에서 니혼햄은 대형전광판을 통해 길거리 응원을 유도하고 니혼햄 상품 그리고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작은 마켓도 운영한다. 치어리더 공연, 각종 이벤트 등을 실시해 야구에서 소외된 지역 팬들을 끌어들였다.
니혼햄의 구단 이념은 '스포츠 커뮤니티(Sports Community)’다. 야구로 인해 홋카이도 도민을 하나로 묶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 모토 아래 홋카이도 지역 중소 사업자들은 니혼햄을 응원한다는 문구로 작은 후원을 하고 있다. 일개 야구단이 팬클럽, 후원회 등 5개 이상의 응원 단체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이밖에 니혼햄은 유아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에 걸친 스포츠 교실과 농장체험, 환경운동을 통해 도민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갔다. 프로야구단은 야구를 잘하면 된다. 하지만 팬들과 함께하며 잘해야 한다는 것을 니혼햄은 온 몸으로 말하고 있다. 비단 야구 뿐 아니라 타종목에서도 '재밌으니 보러와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왜 우리팀을 응원해야 하는지 설명해서 이해시키고 뇌리에 각인시켜야 한다. 니혼햄이 살아가는 법이다.
서영원 기자
sports@xportsnews.com
[사진=니혼햄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