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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맨 오브 스틸', 붉은 망토를 두른 예수의 재림

기사입력 2013.06.11 23:17 / 기사수정 2013.06.20 18:2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크립톤 행성 이름은 칼엘, 지구 이름은 클라크 켄트. 크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자 태양의 에너지를 받으면 지구에서 '절대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살아있는 실물을 단 한번도 보지 못한 친아버지 조엘은 그의 모든 것과 다름없다. 평범한 지구인으로 살고 싶은 의지가 강했지만 신과 같은 존재인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결국 평범한 삶을 거부한 그는 전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의붓아버지는 가난한 농부다. 평생 큰 욕심 없이 살아온 의붓아버지는 클라크에게 도덕심을 가르쳤다. 결코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 앞에서 발휘하지 말 것. 또한 특별한 능력을 감추는 상황에서도 타인에 대한 연민을 버리지 말 것. 이러한 의붓아버지는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클라크의 '초능력'으로 구조될 수 있는 상황이 있었지만 이를 거부한다. 그렇게 희생된 의붓아버지를 추억하면서 사명감을 간직하며 산다. 친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초능력'과 의붓 부모에게 받은 '희생'과 '헌신' 그리고 '사랑'은 그를 완전무결한 이로 만들었다. 북극에서 마침내 자신의 존재와 사명에 대해 눈을 뜬 그는 붉은 망토를 휘날리면서 세상 밖으로 날아간다. 그 때 그의 나이는 33세였다.

2000년 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한 가난한 목수 집안에서 태어난 이가 있다. 아버지를 따라 충실하게 목수의 삶을 살았지만 끊임없이 신의 이끌림을 받았다. 결국 광야에서 40일 동안 자기수행에 들어갔고 당시 최고의 예언자이자 랍비인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다. 그리고 로마가 지배하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하느님의 나라(새로운 세상)'을 설파하고 불순한 무리(지배계층, 종교 지도자들)에 저항한다. 인류의 구원을 위해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평범한 삶에 안주할 것인가 등 '인간적인 고뇌'에 빠진 그는 결국 십자가에 못 박힌다. 예수라 불린 이 청년이 골고다 언덕에서 처형을 당했을 때 나이는 33세였다.

이렇듯 슈퍼맨의 이야기는 성경 속에 등장하는 예수의 일대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이 전에도 슈퍼맨의 모티브는 예수의 삶에서 받았다는 해석이 많다. 실제로 슈퍼맨의 이야기는 1930년대 유대계 청년 두 명에 의해 창조됐고 인류를 구하는 '구세주'의 이미지는 예수와 많이 흡사하다. 평론가 스티븐 스켈튼은 슈퍼맨을 예수와 같은 존재라고 주장했다.



슈퍼맨, 당신의 믿음에 따라 행동하십시오.


'맨 오브 스틸'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장면이 있다. 강에 빠진 버스를 들어 올려 친구들을 구한 어린 클라크는 자신이 '지구인'이 아닌 외계에서 온 '이방인'이란 사실을 확인한다. 혼란을 느낀 그는 "아버지의 평범한 아들로 살 수는 없는건가요?"라며 의붓아버지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 분)에게 호소한다. 평범한 삶에 대한 클라크의 갈구는 어린 시절부터 청년이 된 시점까지 줄곧 이어진다.

마치 인간적인 삶과 희생의 길 사이에서 방황하던 예수처럼 그의 고뇌를 끊임없이 이어진다. 스스로가 해답을 찾지 못한 그는 성당에 들려 신부를 찾아가 "조드(크립톤 행성에서 온 장군)가 찾고 있는 외계인이 바로 접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라고 질문한다. 잠시 놀란 신부는 "당신의 믿음에 따라 행동하십시오."라는 말을 남긴다. 이렇듯 '맨 오브 스틸'에는 예수에게 모티브를 받은 슈퍼맨을 곳곳에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슈퍼맨 캐릭터의 정통성'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유대계 청년들이 창조한 슈퍼히어로인 슈퍼맨은 예수와 유사하다는 해석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1978년에 완성된 리처드 도너 감독의 '슈퍼맨'에서도 이러한 유사성이 드러난다. 이와 비교해 '맨 오브 스틸'에 등장하는 슈퍼맨은 '전지전능한 구세주 예수'가 아닌 '고뇌하는 청년 예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과 잭 스나이더가 만났을 때 나타난 결과물은?


2006년에 발표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슈퍼맨 리턴즈'는 '최강의 슈퍼히어로'를 부활시키는데 실패했다. 결국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리부트 버전(전작의 연관성을 버리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을 선언한다. 이 프로젝트에 전면으로 나선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이다. 이미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로 블록버스터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는 놀란은 배트맨에 이어 슈퍼맨 되살리기에 착수했다.

하지만 홀로 제작과 연출 시나리오에 참여했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와는 달리 '맨 오브 스틸'에서는 메가폰을 잡지 않았다. 놀란은 스토리 초안과 제작에만 손을 댔고 연출은 잭 스나이더가 맡았다. '300'과 '왓치맨'을 통해 화려한 영상과 액션 장면을 보여줬던 스나이더는 '맨 오브 스틸'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크립톤 행성의 파괴는 물론 클라크가 일으킨 갖가지 기적들(어부, 어린아이 구하기)을 수려한 화면으로 완성해냈다. 특히 영화 막판에 등장하는 슈퍼맨과 조드의 격투 액션은 워낙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여기에 기존 슈퍼히어로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놀란의 시선도 깃들여 있다.



'맨 오브 스틸' 완성도의 중요한 포인트는 놀란과 스나이더의 조화였다. 이들의 궁합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함정이 되기도 했다. 2시간40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지나치게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했기 때문에 스토리도, 액션도, 그리고 슈퍼맨의 고뇌도 너무 넘쳐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는 철학적 주제를 끊임없이 던지면서도 양념 같은 유머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맨 오브 스틸'은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보다 한층 진지하다. 클라크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지녀야하는 고민을 방대하게 담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고뇌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고민'에 머물 뿐이다. 슈퍼맨의 인간적인 고뇌는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만 이로 인해 그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후속작을 의식해 여백을 남겨둔 듯 보이지만 적어도 '맨 오브 스틸'이라는 한 작품만 놓고보면 주인공 심리와 성장의 개연성이 떨어진다.

이럼에도 기존 슈퍼맨 영화와 차별성이 드러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악당 조드 장군은 지구에 처음 경고를 보낼 때 'You're not alone'이라는 문구를 TV화면에 내보낸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지구인들 외에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리며 '당신들은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라고 경고하는 장면은 흥미롭다. 또한 슈퍼맨의 트레이드 마크인 'S'도 새롭게 해석했다. 슈퍼맨은 자신을 추격하는 기자이자 흠모의 대상이기도 한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 분)과의 대화에서 "이 마크는 우리 가문(크립톤 행성)의 상징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에 로이스 레인은 "지구에서는 그저 S자일뿐이에요."라고 답한다. 크립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자 지구의 교육과 도덕을 배우고 자란 슈퍼맨의 양면적인 모습을 함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맨 오브 스틸'은 슈퍼히어로 중 최강의 능력을 가진 슈퍼맨을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놓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러나 놀란과 스나이더의 조합은 의외로 부조화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성공이 '맨 오브 스틸' 시리즈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쉽게 점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인간적인 슈퍼히어로 영화'로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다.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여러 각도에서 새롭게 해석한 시선은 7년 전에 발표된 '슈퍼맨 리턴즈'를 뛰어넘고 있다. 12세 관람가, 13일 개봉 예정.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맨 오브 스틸 스틸컷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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