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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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의 철두철미] 아이돌 음악에는 과연 '음악성'이 없는가

기사입력 2013.05.31 18:56 / 기사수정 2013.05.31 18:58

신원철 기자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아이돌과 음악성은 정말 가까이할 수 없는 사이일까? 해묵은 논쟁에 아이돌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걸그룹 포미닛은 29일 방송된 tvN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에서 "아이돌 그룹은 음악성이 없다"는 편견에 대해 "음악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권소현),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해 왔다"(허가윤)며 속내를 드러냈다.

'아이돌 가수는 음악성이 없다'는 명제는, 어느 정도는 '참'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하지만 (권소현의 말대로) '음악성'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음악성'을 넣어보자. "음악의 감상·이해·표현의 가능성을 종합한 것이 음악성이다"라는 설명이 나온다. 아쉽지만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의 용법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흔히 '음악성'이라는 개념은 '수준있는 음악' 혹은 '대중적인 것의 반대'로 통했다. 여기에는 '대중문화'가 곧 하위문화라는 시각이 큰 영향을 끼친다. '아이돌의 음악은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물음표를 붙이고 싶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중문화가 곧 주류가 된 이 시점에서 더 이상 대중문화에 저급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곤란하다.

지난 2월 28일,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어떤 상인가. 오롯이 '판매량이 아닌 작품의 질'만을 선정 기준으로 삼아온 시상식이자 획일화되어 가는 대중음악 시장에서 묻히고 잊히는 인디·언더 뮤지션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온 고집 있는 시상식이다. 올해도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가 3관왕을 차지했고 정차식, 소리헤다 등 TV에서 보기 힘든 뮤지션들이 트로피를 받아갔다.

이날 시상식에는 걸그룹 에프엑스의 빅토리아도 참석했다. 에프엑스가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 수상자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드래곤 역시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로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그동안 아이돌 음악을 비판하기 위해 쓰여왔던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이제 재고돼야 한다. 음악성이라는 단어의 추상성이 그 첫 번째 이유고, 평단의 평가에 있어서도 음악성을 인정받는 아이돌이 적지 않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혹자는 "스스로 만든 음악이 아니기에 무효"라고 주장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악성이라는 단어가 싱어송라이터에게만 주어지는 훈장 같은 것은 아니다. 프로듀싱과 퍼포먼스를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아이돌 가수들이 능동적으로 활동 방향을 잡고 음악을 선별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아이돌 가수가 음악성을 말하지만 대중이 듣기에는 '그게 그거'다. 이렇듯 아이돌 위주의 가요 시장이 가지는 문제의 본질은 음악성이 아니라 획일화다.

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아이돌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 '아이돌이 돈이 된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시장에 물건을 내놓듯 신인 그룹을 내세운다. 하지만 1년도 버티지 못하는 신인이 수두룩하다. 한 연예기획사 홍보 담당자는 "매니지먼트가 뭔지, 기획이 뭔지 모르고 신인 그룹을 내놓는 회사가 너무 많다"며 답답한 심정을 이야기했다.

개성을 만들어 줄 차별성 있는 프로듀싱의 부재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유행하는 음악'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곡을 '찍어내는' 시스템이 문제다. 무대 위에서 춤추는 가수만큼이나 그들이 부를 노래를 만드는 작곡가, 프로듀서 육성이 필요하다. '잊히지 않기 위해' 중독성 있는 후렴구만 궁리할 일이 아니다. 누군가 듣기도 전에 사라지는 노래가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포미닛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작 소개  ⓒ tvN 방송 캡처, 한국대중음악상 홈페이지 캡처]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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