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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제일여고 해체로 본 한국배구의 현주소.

기사입력 2007.10.14 09:44 / 기사수정 2007.10.14 09:44

조영준 기자


(사진 - 마산제일여고 출신의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곽미란)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금 한국배구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은 남녀대표팀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아니다. 바로 배구를 하겠다고 나서는 미래의 꿈나무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현재 코트에서 활발히 뛰고 있는 구미 도로공사의 곽미란과 대전 KT&G 아리엘스의 임명옥 등을 배출한 마산 제일 여자고등학교의 배구부 해체는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여자배구의 인기가 물이 오를 대로 올라있다. 지난 9월에 있었던 아시아선수권의 시청률이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면서 10%를 상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일본 내에서의 배구의 인기는 다른 프로스포츠에 버금가는 국민 스포츠로 불릴만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은 초라하다 못해 미래조차 불투명하다. 적은 고교 팀에서 해마다 드래프트를 통해 선발되는 신인들 중, 5년이 넘도록 장기적으로 선수생활을 하는 선수는 드물다. 그 와중에서도 가뭄에 콩 나듯 한국 여자배구에 희망을 줄만한 새 얼굴이 등장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유망주들 몇몇은 배구의 길을 사양하고 다른 길을 찾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제 국내 스포츠 중 배구는 더 이상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선망의 종목이 아닐뿐더러 기피종목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점프와 착지가 잦은 배구 경기의 특성상, 부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유망주들의 배구 기피 이유 중 하나이다. 배구를 자신의 길로 선택한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척박하다. 겉만 번지르르한 프로화의 간판아래를 살펴보면 리그를 운용해 나가기도 민망한 팀 부족이 무엇보다도 큰 문제이다. 남자부 4팀과 여자부 5개 팀. 프로리그의 윤곽을 최소한 갖추려면 적어도 6개 팀은 있어야 제대로 된 리그를 운용할 수 있다.

KOVO측에서는 '모든 배구인의 염원이 신생팀 창단'이라고 수도 없이 밝혀왔다. 그러나 2007'~2008' V리그가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새로운 팀이 생길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구단주의 완력이 강했던 이전에 비해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고 여러 가지 협약을 거쳐야만 되는 지금의 상황은 예전에 비해 물론 다르다.

자본이 있다해도 이전보다 더욱 프로 스포츠 팀을 창단하기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KOVO가 결정적으로 프로화의 명분을 구체적으로 기업들에 제시하지 못하고 절충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문의를 해온 기업들과의 가장 중요한 논제인 대회 운영비 부분에서 명쾌한 답안을 제시하지 않고 그저 더 좋은 조건을 들고 나오는 기업들을 찾아 나선 것은 분명히 KOVO의 책임이 크다.

한국배구의 숙원인 프로 팀 창단에서도 미진한 부분을 보인 KOVO는 지난 8월 23일 슬그머니 집행부의 임기 연장안을 KOVO의 정관에 삽입하였다. 따라서 올해 말 임기 3년을 채우고 물러나기로 했던 김혁규 현 KOVO 총재와 현 집행부는 내년 6월까지 임기기간이 조정되는 일이 일어났다. 또한, 신생팀의 창단은 힘들다 하더라도 최소한 불거져 나온 한국전력의 프로화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지어야했었다. 그러나 이 역시 한전자체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란 말로 미뤄지게 되었다.

한국배구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업을 추진해야했던 기존의 KOVO 집행부는 결국 아무런 방향성과 결과도 제시하지 못한 채 2007~2008 V리그를 이끌어가는 해택만 부여받았다. 결국 중요한 숙원사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활동할 수 있는 프로 팀 수가 적고, 선수들이 졸업과 동시에 설 수 있는 자리가 협소해지니 당연히 중도에 배구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나서는 일은 다반사이다. 이경석 경기대 감독은“선수들의 취업문이 좁고 프로로 가는 선수가 한정되어 있는 만큼 중도에 배구를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수원 한일전산여고의 차해원 감독 역시 "유망주들이 1학년부터 프로선수를 위해 꿈을 키우지만 극히 적은 수의 팀 때문에 프로로 가는 선수는 한정되어 있어서 3학년이 되기 전 배구를 포기하는 선수가 많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결국, 프로배구가 출범했으나 전혀 내실없는 체계로 인해 프로팀의 창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꿈나무가 자라야할 고등학교 팀마저 해체되고 있다. 이런 풍토가 계속돼 나간다면 한국배구의 미래는 없고 올림픽 출전 국가란 타이틀도 과거의 업적으로만 기록 될지도 모른다.

전국체전이 한창인 현재, 궁극적으로 한국배구의 토대를 이루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선적으로 프로 신생팀이 창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배구의 젖줄이 될 중·고교 팀들의 창단이 이루어져 더 이상의 해체가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왜 많은 스포츠 유망주들이 배구를 기피하게 되었는지를 그저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현 배구계가 지니는 풍토를 살펴봐야 한다. 이제 일방적으로 누가 시켜서 하는 스포츠는 동기부여가 안 된다. 그만큼 미래의 확신이 서고 자신이 맘껏 꿈을 펼칠 도로가 펼쳐져야 비로소 자신의 재능을 그 길에 투자할 수 있다.

지난 2006'~2007'시즌 전년대비 관중증가율 46.7%를 기록하며 새로운 신생팀 창단이 기대되었다. 이번 2007~2008시즌도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적은 팀을 가지고 리그를 치러야 할 형국이 됐다. 더더욱 아쉬운 것은 어느 해보다도 남녀 팀 모두 다 유망한 신인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 해여서 신생팀 창단시기가 최적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또한 적어도 배구의 프로화가 명백히 존재하는 국가라면 KOVO뿐만이 아닌 대한배구협회의 행정도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아직도 국제경기를 하기 위해서 장기간 비행기 안에 장신의 선수들을 그 좁은 일반석에 앉혀서 보내는 것이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하기엔 너무나 열악한 환경은 반드시 수정되어야한다.

전력분석관의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부상선수들을 방지할 보다 전문적인 의료진과 트레이너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선수들이 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주지 못한 채, 일방적인 애국심만 들먹이며 국가대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올해로 프로배구는 4년차를 맞이해 간다. 그러나 그 4년 동안 새로운 신생팀의 창단도 없었으며 체계적인 배구의 선진화를 보인 부분도 보이질 않는다. 또한 배구가 프로화 됐음에도 배구 꿈나무들은 줄어가고 고등학교 팀은 해체되고 있다. 이름뿐인 프로화는 더 이상 유지되어선 안 될 것이다.

출범 4년차에 접어든 프로배구. 이제 한국배구도 최소한의 내실을 갖출 시점에 도달했다. 이 기로에서 또다시 그릇된 길로 빠진다면 한국배구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다.

부디 프로배구가 존재하는 국가답게 알찬 행정력과 유망주들이 자라나는 그런 한국배구가 되길 기원해 본다.

(아래 사진  - 올해 수원 한일전산여고를 졸업하는 국가대표 배유나)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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