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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박찬호와 다저스는 다시 만났다.

기사입력 2007.12.10 18:06 / 기사수정 2007.12.10 18:0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올드보이'에 대한 이미지는 결코 화려하지 않습니다. 전성기를 지낸 그 추억을 뒤로하고 팬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옛 추억 속에 각인되어 있는 친근함입니다. 지금 자신이 94년도에 데뷔했던 팀이자 눈부신 전성기를 펼쳤던 다저스에 돌아온 박찬호의 감회도 남다를 것입니다.

빅 리그 선수로서 더 유리한 계약 조건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찬호는 다저스의 유니폼을 다시 입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내년 스프링캠프 때, 초청선수로 다저스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구단에 전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아시아 지역예선 때문에 국가대표로 참여했던 시점에는 다저스를 제외한 다른 팀과의 협상도 가능하다는 뜻을 남겼지만 결과적으로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따내게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좋은 시절의 추억을 안겨 준 팀이자 정신적으로도 가장 편하다는 LA에 다시 둥지를 튼 것은 박찬호가 스스로 원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다저스를 떠나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에 6천500만 불의 대박 계약을 따낸 지 무려 8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 셈입니다.

다저스를 떠나서 텍사스 - 샌디에이고 - 뉴욕 메츠 - 휴스턴 등지로 옮겨다니던 시절의 박찬호는 한국의 야구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다저스 시절의 박찬호가 아니었습니다. 다저스 시절의 2000년과 2001년의 전성기 투구를 다시 찾고자 눈물겨운 노력을 펼쳤던 박찬호의 모습을 두고 여러 가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20대 후반부터 쇠퇴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FA 실패 선수라는 지적부터 고질적인 허리 부상과 여러 가지 심리적인 부담감이 박찬호에게 악영향을 미쳤다는 옹호론 등이 맞서며 그의 부진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갔습니다.

한국은 물론 극동 아시아계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로 뛰며 18승을 올리던 시절의 박찬호에겐 장밋빛 미래만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프로의 실리를 추구하고 많은 돈을 받으며 옮긴 텍사스 시절부터는 박찬호에게 오르막길이 아닌 내리막길이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다저스 시절부터 오랫동안 참고 등판하면서 붉어진 허리 부상이 치명적이었습니다. 또한, 해를 거듭하며 자신의 구질을 바꿔보고자 노력했지만 변화구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그의 주특기인 강속구는 점차 위력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텍사스 시절에도 박찬호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오렐 허샤이저 전 투수 코치는 변화구 구사율이 높고 직구의 위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박찬호의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5년 기간에 6천500만 불이란 대박을 터트리고 태만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이미 여러 차례 알려졌듯 박찬호는 언제나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이고 야구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이번 올림픽 예선에서도 선동렬 대표팀 투수코치의 지적처럼 사소한 연습이라도 가장 성의 있게 임하는 선수가 바로 박찬호라고 지적한 점은 그런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박찬호의 전성기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의 눈물겨운 재기의 몸부림 속에서도 야속하리만큼 이전의 눈부신 피칭은 끝내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현 시점에서 박찬호가 원하는 것은 더 이상 찬란했던 옛 시절의 영화나 부가 아닙니다. 이제 그는 순전히 그런 것들을 떠나서 순수하게 야구에 임하는 ‘올드 보이’로 다저스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되었습니다.

내년 스프링캠프 때, 박찬호는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비록 제이슨 슈미트가 아직도 부상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나 브로드 페니와 데릭 로우, 채드 빌링슬리 등은 건재하며 다저스의 팜 시스템은 내셔널리그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저스에서 순수 길러낸 신인 투수들이 나머지 선발을 꿰찰 가능성도 큽니다. 그러나 지금의 박찬호를 두고 그가 반드시 선발로테이션에 들 것을 염원하는 것보다는 중간 릴리프나 다른 보직을 맡는다고 해도 팀의 승리에 한몫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선수로 거듭나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다른 유리한 조건을 버리고 다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체결한 박찬호의 의지는 더 이상 부와 명예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껏 그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누려보지 못한 포스트시즌 진출과 승리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한 것이 강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객관적으로 지금의 구질 역시 20대 후반에 그가 보여줬던 절정의 구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팬들은 그가 앞으로도 전성기 시절의 그런 모습만을 바라며 거액의 돈만 챙긴 먹튀라고 하는 모습은 더 이상 그릇된 판단으로 생각됩니다.

비록 한국 야구팬들의 바람처럼 사이영 상에 근접하는 최상의 투수로는 성장하지 못했어도 그동안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올린 수확은 결코 과소평가할 것이 못됩니다. 이제 자신의 친정 팀에 돌아와서 야구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박찬호의 신념에 결론이 어떻게 되건 간에, 비판보다는 박수를 보내줄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찬호가 1승을 올릴 때마다 전 국민이 환호하고 스포츠지면 메인 장식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시절은 우리들의 바람대로 오랫동안 지속되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제 풍운의 꿈을 안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던 20대 초반의 박찬호가 아닌 야구 인생의 마지막 인생을 후회 없이 장식하고자 다저스 선수가 된 박찬호가 우리 앞에 서 있습니다.

IMF 시절, 골프의 박세리와 함께 모든 국민의 희망이 되었던 청년은 30대 중반의 노장으로 다가와 야구에 대한 신념을 다시 불태우려고 합니다. 그가 선발투수가 됐건 아니건 간에 친정팀에서 알찬 선수 생활을 하길 간절하게 기원해 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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