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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칼럼] FA의 젖줄 팀, 플로리다 말린스.

기사입력 2007.11.28 16:00 / 기사수정 2007.11.28 16:0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대어로 관심을 모았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결국 뉴욕 양키스와 재계약했습니다. 당초 그의 에이전시가 스캇 보라스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10년 계약에 3억 달러를 상회하리라 생각했지만 에이로드는 욕심을 접고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을 선택했습니다.

  최근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양키스만큼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근접한 팀도 드물 겁니다. 에이로드의 이러한 선택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선택할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습니다. 만약 그때, 돈 보다는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컸다면 매리너스와 재계약 하거나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같은 팀들과 계약을 했을 겁니다.

  일찌감치 자신의 앞날을 선택한 에이로드가 수면 아래로 잠잠해지는 현재, 스토브리그의 최고 관심사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투수인 요한 산타나와 플로리다 말린스의 3루수인 미겔 카브레라의 진로입니다.

  두 선수 모두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각각 투수와 타자 부분에서 현역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선수들입니다. 특히 미겔 카브레라같은 경우는 아직도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완성진행형인 선수로 평가되면서 이번 스토브리그에 나온 FA 중 최고의 인기 선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카브레라의 소속팀에 관련된 것인데 바로 현재 카브레라가 몸담고 있는 팀은 플로리다 말린스입니다. 플로리다 주에 탄생한 최초의 프로야구 구단이자 2001년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우승하기 전까지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 중, 창단 이후 가장 일찍 우승을 차지한 팀이기도 했습니다.

  말린스가 1997년도에 우승을 할 때,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못했습니다. 백만장자 구단주인 웨인 후이젠가의 재력을 앞세워서 돈으로 급조된 팀이란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월드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다음에 많은 투자 뒤에 오는 적자에 시달리자 곧바로 주전선수 대부분을 다른 팀에 팔아버렸습니다. 이러한 구단주의 태도에 불만을 느낀 홈팬들은 말린스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말린스 구단의 이러한 정책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구단주가 후이젠가에서 존 헨리, 그리고 현재의 제프리 로리아 구단주로 이어지면서 유명 선수들을 영입해 오는 것 보다는 유망주가 중심이 된 ‘긴축재정’의 팀으로 구단은 운영돼 나갔습니다.

  그리고 유념해야 할 사실 중 하나는 바로 말린스 구단이 스스로 원했던 아니건 간에 FA의 젖줄 팀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긴축 재정을 해야 하니 몸값이 비싼 배태랑 선수보다는 젊은 유망주들이 팀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FA 자격을 얻게 된다면 팀에서 재계약을 우선적으로 협상할 수 있지만 말린스는 결코 떠나는 선수들을 붙잡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 거함 뉴욕 양키스를 침몰시키고 두 번째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을 당시, 팀의 우승 주역이었던 이반 로드리게스와 마이크 로웰, 조시 베켓 등을 말린스는 다른 팀으로 보냈습니다. 그때까지 신인선수에 불과했던 에이스 투수인 돈트렐 윌리스와 미겔 카브레라는 이번에 협상권을 얻는 자격을 갖췄지만 지금도 이들을 팀에 잔류시키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구단 자체가 돈이 그리 넉넉지 않은 가난한 구단이라고 쳐도 이런 태도는 문제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말린스는 윌리스와 카브레라를 내주면서 또 다른 팀의 유망주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유망주들이 다시 성장하면 으레 이들을 FA 시장에 내놓는 것이 바로 말린스가 지금까지 보인 일관성 있는 태도입니다.

  구단의 짧은 역사에 비해 그동안 두 번의 월드시리즈 재패는 나름대로 만족할만한 성과일지 모릅니다. 2003년 내셔널리그챔피언십에서 말린스에게 거의 다잡은 경기를 놓치고 눈물을 삼켜야만했던 시카고 컵스에 비하면 말린스는 그야말로 행복지수가 넘치는 팀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결과론을 따지기 전에 말린스란 구단 자체의 비전을 생각하면 이런 구단 운영 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저 하위권에서 잘하면 중위권에 반짝하는 성적을 내고 가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하는 도깨비 팀으로 여겨지는 것은 팬들에게 매력적인 팀으로 여겨지기 힘듭니다.

  물론 97년도 당시에는 투자와 우승에 비해 흥행에서 그리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며 주축 선수들을 대거 다른 팀으로 판 후이젠가 전 구단주의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으며 그 여파가 아직까지 말린스 구단의 기형적인 구조에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습니다.

  연고지를 탓하고 구단의 재정을 생각하기 전에 팀의 건설적인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 말린스 구단의 모습도 변해야 할 것입니다. 성적이 부진해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며 서서히 성장하는 팀은 지역 팬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유망주들이 성장하고 떠나는 팀이 아닌 프랜차이즈 스타가 존재하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구단이 되도록 말린스 구단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말린스는 현재 한국의 김병현이 머무르고 있는 구단이기도 합니다. 최근 구단을 자주 옮겨 다니는 김병현의 거취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저니맨은 항상 존재하지만 김병현이 결코 저니맨이 되기를 원하는 한국의 야구팬들은 드물 것입니다.

  유망들과 배태랑 선수들이 공존하며 조직력으로 뭉쳐있는 끈끈한 팀에서 김병현이 활약해 주길 야구팬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어수선한 팀보다는 자체적인 팀 컬러를 가진 말린스가 필요할 시기입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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