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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스포츠라운지] 여자농구판 뒤흔드는 우리은행 벤치마킹 바람

기사입력 2013.04.01 22:03 / 기사수정 2013.05.08 16:55

홍성욱 기자


[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4년 연속 꼴찌였다가 선수 보강 하나 없이 챔피언 자리에 오른 춘천 우리은행 한새의 기적 같은 우승 후폭풍이 여자농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이유는 우리은행식 우승방법이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액을 들여 선수를 영입한 것도 아니고, 딱히 시설에 투자를 한 것도 없었다. 그저 ‘강력한 체력훈련’만 반복했을 뿐이다. 변한 것이 있다면 오직 코칭스태프뿐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초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박성배 코치 체제로 팀을 재편했다. 목표는 단 하나, 탈꼴찌였다. 4위를 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보겠다는 욕심도 떠올렸지만 1차 목표는 무조건 탈꼴찌에 맞췄다.

이를 위해 초보감독 위성우는 ‘체력농구’로 승부수를 띄웠다. 위 감독은 훈련강도를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엄청난 모험이었다. 선수들에겐 지옥이 따로 없었지만 시키는 입장에서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감독이 독기를 품고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다 선수들의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었고, 부상 등 변수에도 대비해야 했다.

우리은행이 이런 리스크를 뚫고, 순항할 수 있었던 것은 위 감독을 보좌한 전주원 코치와 박성배 코치의 도움이 컸다. 특히 선수들을 질책하며 호통을 치는 위 감독과 달리 섬세한 여성 리더십을 앞세워 언니처럼 다가가 소통한 전주원 코치의 역할은 감독과 선수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마력을 발휘했다.

우리은행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우승을 동시에 거머쥐며 2012~13시즌을 마무리하자 나머지 5개 구단은 시샘어린 눈빛을 애써 감춘 채, 다음시즌을 향한 발 빠른 행보를 시작했다. 그 흐름에는 ‘우리은행 따라 하기’가 엿보인다. 우리은행이 비시즌 때 최선을 다하면 꼴찌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만큼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일단 훈련강도는 5개 구단이 모두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지금의 훈련량으로는 우리은행의 ‘체력농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서든 체력을 엇비슷하게 맞춰놔야 다음 시즌에서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

또 하나의 벤치마킹은 ‘여성코치’ 영입이다. 지금껏 여성코치의 영역은 부각되지 않았다. 있으면 좋겠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게 구단들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필요하다는 쪽으로 흐름이 넘어갔다.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이다. 선수단의 목소리는 주장을 통해 감독과 소통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성코치가 있으면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창구가 바뀌며 소통이 편해진다. 코치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분명 주장과는 레벨이 다르다. 또한 여성코치는 강한 훈련에 대한 선수단의 반발을 설득할 수도 있고, 때론 선수들의 방호막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 선수단에 한 발 다가가 ‘언니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 전력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지난 시즌을 꼴찌로 마친 KDB생명은 안세환 감독을 선임하며 서둘러 팀 재정비에 나섰다. KDB는 유영주 코치와 최명도 코치도 함께 영입했다. 트라이앵글 체제는 우리은행을 쏙 빼닮았다. 이제 남은 건 강력한 훈련뿐이다.


KB국민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규시즌 막판에 서동철 감독을 영입하며 새로운 체제를 구축한 KB국민은 최근 구병두 코치를 수석코치로 승격시키고, 박재현 코치와 더불어 박선영 코치까지 보강하며 다음 시즌을 향한 잰걸음에 나섰다.

지난 시즌에서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신한은행을 격침시켰던 삼성생명은 은퇴를 시사한 맏언니 박정은을 코치로 선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미 구단은 코치 혹은 코치연수를 박정은에게 제안한 상태라 박정은의 선택만 남았다. 박정은은 최근 코치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여성코치 선임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는 팀은 신한은행과 하나외환은행이다. 그러나 이들 두 팀도 흐름에 편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지난 시즌 전주원 코치의 우리은행 이적으로 생긴 ‘여성코치’ 역할에 대한 공백을 느끼고 있다. 현재 하와이에서 선수단과 함께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임 감독이 구단에 정식으로 요청한다면 속전속결로 여성코치 선임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는 상황이다. 창단 이후 첫 시즌을 마친 하나외환은행도 코치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선수단의 신망이 두터운 여성코치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비시즌으로 접어든 여자프로농구에 불고 있는 우리은행 벤치마킹 바람은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력한 체력 농구에 기술 농구가 접목된다면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여성코치의 중용은 리그 출신 선수들의 진로가 넓어진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이들은 잠재적 감독후보이자 리그의 자산이다.

우리나라 여자농구는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을 넘어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이를 앞두고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건 여러모로 즐거운 일이다. 벌써부터 2013~14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챔피언결정전에서 우리은행 선수들의 활약에 기뻐하는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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