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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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했던 이혜천, 그를 살린 양의지의 한마디

기사입력 2013.03.24 00:14 / 기사수정 2013.03.24 00:15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잠실, 강산 기자] '절박함'이라는 세 글자, 참 무섭다. 두산 베어스의 좌완 이혜천은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뛰겠단다. 그만큼 절박하다. 그를 살린 포수 양의지의 한 마디는 "형은 가운데로만 던져도 공이 휘어요"다.

이혜천은 2011시즌을 앞두고 큰 기대 속에 친정팀 두산으로 유턴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기대치를 한없이 밑돌았다. 최근 2시즌 동안 70경기에 나서 2승 7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은 6.93였다. 탈삼진 55개를 잡아내는 동안 사사구도 47개에 달했다. 중요한 순간 볼넷으로 무너졌다. 일본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즈 진출 당시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난 2년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그런 이혜천에게도 '쨍하고 해뜰날'이 올 조짐이 보인다. 23일 시범경기 LG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사사구가 한 개도 없었다. 투구수 45개 중 스트라이크가 33개였다. '환골탈태'라는 표현이 딱 알맞다. 사실 그는 올 시즌 두산의 선발 요원은 아니다. "투구수를 늘리면서 밸런스를 잡으라"는 김진욱 감독의 배려로 선발 등판한 것.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다. 

경기 후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뜨자 두산 라커룸에 있던 선수들의 웃음소리는 복도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웬일이냐'는 의미와 '축하한다'는 의미가 모두 내포된 웃음일 터. 이혜천도 환하게 웃었다. 이혜천은 "지난 등판(20일 한화전, 2이닝 5볼넷 3실점)에는 한창 좋던 밸런스에 문제가 있었다"며 "오늘은 날씨도 좋았고 어깨도 풀렸다"고 말했다.

이혜천은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제구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예 가운데로만 던지자는 생각을 했다"는 이혜천이다. 후배 양의지의 공이 컸다. 양의지는 선배 이혜천에게 "형은 가운데로만 던져도 공이 휘기 때문에 약간의 변화만 주면 된다"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가운데 던져도 못 친다.", "오늘은 어느 정도 휘니까 가운데서 약간 벗어나는 코스로 던져보는 건 어떨까?"라며 계속해서 대화를 청했단다. 이혜천은 이런 양의지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생각이 참 많고 책임감도 강한 후배"라고 칭찬했다.

올 시즌에 임하는 이혜천의 각오는 평범하면서도 남다르다. "원포인트던 롱릴리프던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승부에서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한 번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던 예전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아직 정규시즌 개막 전이다. 이혜천이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규시즌에서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던지겠다"는 이혜천의 올 시즌이 어느 때보다 주목된다. 절박함에서 나오는 힘이 이혜천을 살릴 수 있을까. 든든한 양의지와 함께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이혜천, 양의지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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