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홍성욱 기자]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격침시키며 기세등등하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삼성생명이 15일 춘천서 열린 우리은행과의 1차전에서 42-62로 무너졌다.
한마디로 완패다. 역대 챔프전 한 경기 최소득점 기록을 47점에서 무려 5점이나 경신(?)했다. 공교롭게도 종전 기록이 2005년 겨울리그에서 역시 우리은행에게 당한 47-57 패배였다. 삼성생명 입장에선 당장 17일 춘천에서 열리는 2차전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과연 반전은 가능할까.
▲맏언니 박정은의 득점공장 가동 여부
1차전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박정은과 임영희의 3번 대결이었다. 우리은행 임영희가 17점 7리바운드로 펄펄 나는 동안 박정은은 무득점에 그쳤다. 3점슛 6차례와 2점슛 2차례 모두 림을 외면했다. 10-14로 뒤진 1쿼터와 33-41로 밀린 3쿼터에서 던진 오픈 3점슛은 모두 에어볼이었다. 짧은 슛거리는 체력저하를 의미한다.
박정은은 이미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두 차례나 무득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호근 감독은 박정은을 계속 중용하겠다고 밝혔다. 언젠가는 박정은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박정은은 이번 시리즈를 마치면 유니폼을 벗는다. 시즌 중에 3점슛 1천개를 완성시키며 대기록을 하나 보유했지만 챔피언트로피를 손에 쥐며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은 욕망은 간절하다. 그 절실함이 코트에서 투혼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노장의 관록이 나온다면 나머지 선수들도 덩달아 힘을 낼 수 있다.
▲자신감 잃은 앰버 해리스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앰버 해리스의 활약은 한마디로 ‘우리 해리스가 달라졌어요’였다. 저돌적인 드라이브인과 골밑플레이로 코트를 휘저었다. 그러나 15일 우리은행과의 1차전에서는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다. 상대가 WNBA(미국 여자프로농구) 통산 최다득점(7009점) 기록보유자인 티나 톰슨이었다.
이미 해리스는 시즌 중에 가장 상대하기 힘든 선수로 톰슨을 꼽았다. 골밑은 비워둔 채 외곽으로 나와 3점슛을 던지거나 안쪽으로 요리조리 파고드는 백전노장의 현란한 플레이에 휘말린 나머지 ‘달라진 해리스’는 실종되고 말았다.
15일 1차전에서 해리스는 첫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하자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후 슛을 던지는 타이밍도 평소보다 빨라졌다. 골밑에 서있는 양지희와 배혜윤까지 합동작전에 가세하다보니 마음이 더 급해졌다. 야투율이 33%에 그친 해리스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지 못한다면 삼성생명의 반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선에 집중된 득점루트의 변화
삼성생명의 득점루트는 현재 2가지다. 앰버 해리스의 골밑플레이와 이미선의 전천후 득점이 유이한 방법이다. 이미 해리스는 톰슨에 밀리고 있다. 반전을 기대해보지만 마지막 교두보는 이미선 뿐이다. 이미선이 부진하면 더 이상의 카드가 없다. 결국 우리은행의 수비도 이미선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삼성생명의 키플레이어로 일찌감치 이미선을 지목하고, 전담마크맨인 이승아에게 강한 수비를 주문했다. 시즌 중에도 이미선은 찰거머리같이 붙는 이승아에 고전한 바 있다. 1차전에서 이승아는 2쿼터 5분을 남기고 파울트러블에 걸렸고, 4쿼터 8분23초를 남기고 5반칙으로 물러났지만 이미선을 괴롭히는 역할은 완수했다.
이미선은 공격을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으로 나서 11점을 넣으며 고군분투했지만 지원사격부대가 없어 애를 먹었다. 홍보람(8점)과 이선화(4점)가 그나마 활로를 뚫어줬지만 부족했다. 미쳐주는 선수가 나와야 이미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수비 때도 평소 스틸이 가장 많은 이미선이 이날 1개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쉴새 없이 뛰는 우리은행의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이미선이 혼자 뛰어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차전에서 대패로 자존심을 구긴 삼성생명은 17일 춘천에서 펼쳐지는 2차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판이다. 반전의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고갈된 체력을 정신력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저력의 농구를 구사하는 삼성생명이기에 반전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홍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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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영희와 루즈볼을 다투는 박정은(위), 고군분투하는 이미선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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