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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당신의 '한줄기 빛'은 누구입니까?

기사입력 2013.01.30 13:02 / 기사수정 2013.02.12 07:5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실버라이닝(Sliverlinings)'은 '구름의 흰 가장자리' 혹은 '한줄기 빛'을 의미한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한줄기 빛'을 간절히 원한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한줄기 빛을 찾아 나선 두 남녀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팻 솔라티노 주니어(브래들리 쿠퍼)는 아내의 충격적인 외도를 목격한다. 순간적으로 울분이 폭발한 팻은 아내와 밀회를 나눈 직장 동료(학교 역사교사)에게 폭력을 가하는 한편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난동을 피운다. 이런 '과잉 행동'으로 결국 팻은 경찰에 연행되고 아내에 대해서도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는다.  이후 조울증과 과대망상증에 시달리던 그는 정신병원에서 8개월을 보내게 된다.

갑갑한 정신병원을 퇴원한 그에게 '한줄기 빛'은 이상하게도 여전히 아내인 니키(브레아 비)였다. 딴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 아내인데도 집착을 버리지 못하면서 다시 만나보기를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접근 금지 명령'을 받은 그로서는 아내에게 다가설 수 없었고, 아내인 니키도 그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진정한 한줄기 빛'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팻은 친구 로니(존 오티즈)의 집에서 우연히 티파니(제니퍼 로렌스)를 만난다. 티파니는 로니의 아내인 베로니카(줄리아 스타일즈)의 친구로 차가운 표정을 가진 여자였다.

조울증과 과대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팻은 티파니 앞에서 눈치 없이 실수를 연발한다. 그러나 티파니는 자신에게 실례를 범한 팻을 외면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모두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가진 공통점이 있었다. 아내의 외도로 자아가 붕괴된 팻처럼 티파니 역시 남편의 죽음 이후 '애정 결핍'에 시달리고 있었다.

티파니는 팻에게 "남편이 죽은 이후로 직장 동료 열 한 명과 모두 관계를 나눴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저돌적인 대시로 늘 애정의 상대를 찾아다닌 티파니는 자신과 똑같이 아픔을 겪은 팻에게 매력을 느낀다. 이들의 만남이 지속되면서 상처받은 남녀들의 '치유'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정신병자'들의 사랑이 아닌 '상처받은 이들의 치유'


팻은 조울증과 과대망상으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다. 정신병원을 나온 뒤에도 늘 사고를 쳐 부모를 난처하게 만든다. 주변 사람들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고지식한 팻은 변함이 없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아내인 니키에게 접근하는 것이고 이러한 집착은 더욱 심해진다.

팻에게 필요한 '한줄기 빛'은 과연 외도를 저지른 아내 니키일까? 영화는 아니라고 답한다. 상처로 얼룩진 과거를 하루 빨리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는 것이 답이라고 제시한다. 하지만 팻은 처음에는 그녀의 애정 표현을 외면하면서 좀처럼 손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티파니도 일반인들이 말하는 '정상인'의 범주에서 이탈해 있는 아웃사이더다. 연애세포가 끊임없이 넘치는 그녀는 남편의 죽음 이후 새로운 사랑을 찾아 저돌적으로 대시를 한다. 이러한 그녀에게 이웃들은 '미친 여자'라며 손가락질 한다. 

팻의 아버지인 팻 솔라타노 시니어(로버트 드니로)는 아들에게 "티파니 같은 여자는 가까이 하지 마라"라고 다그친다. 하지만 팻은 티파니와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그녀가 자신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한다.

팻과 티파니는 댄스 연습을 하면서 마음을 조금씩 열어간다. 눈치 없이 좌충우돌하는 남자. 예측불허의 행동과 거친 말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여자. 도저히 연인으로 발전하기 어려울 것 같은 관계다. 하지만 이들은 '한줄기 빛'이 내리쬐는 곳을 향해 함께 걸어간다.

팻과 티파니는 손을 마주잡고 춤을 추면서 서로의 아픔을 치유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정신병자'라는 비난과 손가락질을 모두 잊어버린다. 그들은 함께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아나간다. 두 남녀는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한줄기 빛'에 한걸음씩 다가선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는 두 남녀가 서로를 따라잡기 위해 달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두 사람이 달리던 지점은 늘 달랐다. 남자가 앞서가면 여자가 열심히 뒤따라잡고, 반대로 남자가 여자의 뒤를 쫓기도 한다.

이 영화는 달려가던 두 사람이 한 지점에 멈추었을 때 막을 내린다. 그리고 그들이 섰던 곳에는 '한줄기 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다.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돋보이는 무게감 있는 로맨틱 코미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의 진부한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사랑의 애틋함과 아기자기한 이야기 대신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장면들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또한 동화처럼 가공된 느낌을 주는 이야기도 찾아볼 수 없다. 거품을 걷어낸 상태에서 남는 것은 '상처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다. 남녀 주인공의 상처받은 눈빛은 2시간 내내 이어진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주인공들의 '명품 연기'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제니퍼 로렌스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타임지가 선정한 '2012년 최고의 연기 탑10'에도 진입했다. 브래들리 쿠퍼도 전미비평가위원회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두 배우의 하모니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로맨틱 코미디로는 드물게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이 작품은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을 비롯해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구름의 가장 흰 자리'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한줄기 빛은 누구입니까?'

지난해 11월에 공개된 이 영화는 오는 2월14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사진 =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스틸컷]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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