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강북멋쟁이' 열풍에 가요계가 뿔이 났다. 방송사가 음원 시장마저 잡아먹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사실 MBC '무한도전' 팀이 음원 차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강북 멋쟁이'에 대한 가요계 반응은 조금 달랐다. 가요계 관계자의 입을 빌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보도가 이어졌다. 급기야 16일에는 '사단법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 이름을 건 성명서가 발표됐다.
연제협이 내놓은 성명은 역설적이다. 성명에 등장하는 '방송사'를 '연예제작사'로 고쳐놓아도 어색하지 않다.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은 놀랍기까지 하다.
연제협은 방송사의 음원 시장 진출이 내수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디어 그룹이 가진 자본과 영향력이 공정 경쟁을 훼손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들은 "음반 기획자의 다양한 장르를 통한 신인발굴 및 육성을 포함한 음악 콘텐츠 제작 기획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장르 편중 현상은 분명 점진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그동안 가요계 관계자들은 다양성 확보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가?"하는 점이다.
국내 최초 공인 음악차트를 자처하는 '가온차트' 1월 16일 순위를 살펴보자. 1위 소녀시대 'I GOT A BOY'부터 20위 영화 OST '반창꼬'까지 차트 상위권은 댄스와 발라드 두 가지로 채워졌다. 장르 편중 현상은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히려 오랜 기간 대중음악을 잠식한 연예기획사가 '자본과 영향력을 가지고' 주도했던 것이 사실이다.
15·16일 치러지는 27회 골든디스크 시상식은 스스로를 "한해 동안 발매된 음반 판매량과 디지털 음원 이용량을 집계하여 수상자를 선정"한다며 "어떤 상보다도 가요계 단면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는 무대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음원 순위가 '가장 공정한' 기준이라는 의미다. 그랬던 '가요계 관계자'들이 인제 와서 음원 순위가 왜곡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음원순위가 '가장 공정한 기준'이라는 주장 역시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지난해 2월 가수 겸 제작자 조피디는 "음반 사재기, 1~2년 지나면 다 알 수 있다"며 공공연한 비밀로 떠도는 음반 사재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가요계를 가수들에게 맡기라"는 주장은 또 어떤가. 연제협 맹정호 부회장은 "방송사와 제작사 간에 사업영역을 존중하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선을 넘지 말자는 말이다.
'만능 엔터테이너'를 자처하며 가요계를 벗어나 방송·드라마·영화계에 진출하는 가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드라마에 소속사 가수들을 '끼워넣기'로 출연시킨다는 지적도 받았다. 가요계가 가진 음원시장에 대한 권리를 방송사가 빼앗은 것이라면 연예기획사들은 배우의 꿈을 가진 신인 연기자의 희망을 빼앗은 것이라는 공식 역시 성립해야 한다.
경쟁은 필연적으로 낙오자를 만든다. 방송사의 음원시장 진출이 못마땅하다면 가요계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낙오자가 발생하지 않는 체제를 만들거나, 현실을 인정하고 이겨내는 것이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정형돈 ⓒ MBC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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