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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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점령한 '마술열풍', 예능과의 불안한 조우

기사입력 2013.01.14 08:23 / 기사수정 2013.01.14 12:0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방송가에 '매직 바람'이 불고 있다. 공중파는 물론 종편 채널에서도 마술 전문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마술 배우기'가 유행을 타고 있다.

그동안 매직 프로그램은 명절 특별프로그램에 단골 메뉴로 오른 소재였다. 그러나 일요일밤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예능 프로그램이 '마술 코너'를 전면에 배치시켰다. 또한 종편 채널에서는 아예 마술 프로그램을 개별적으로 편성했다.

놀라운 아이디어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무장한 최현우(34)는 스타로 급부상했다. 최현우가 펼치는 화려한 퍼포먼스에 동참한 연예인들도 동반 상승 중이다. 오랫동안 마술은 한정된 공간에서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소규모의 무대에서 청중들을 감탄시켰던 마술은 미디어에 편승하면서 대중오락으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와 결합되면서 대중들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마술, 전통을 집어던지고 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다

20세기 중반까지 마술 공연은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 마술사의 퍼포먼스는 전통적인 형식으로 진행됐고 관객과의 소통은 제한돼있었다.

그러나 TV가 대중화를 이루면서 마술도 변화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TV를 통해 마술을 대중화시킨 장본인은 마크 윌슨(미국)과 폴 다니엘스(영국)가 있다. 미국에서 윌슨이 선풍을 일으킬 때 다니엘스는 위트 넘치는 입담까지 보태며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TV방송이 미국 전역에 보급되면 1950년대. 윌슨은 CBS 방송을 통해 'Magic Land of Allakazam'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공연 무대에 한계가 있음을 느낀 윌슨은 TV야 말로 마술의 대중화를 실현시켜줄 '통로'로 생각했다. 이러한 윌슨의 예상은 적중했고 7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마술사로 명성을 떨쳤다.

미국에 윌슨이 있었다면 영국에는 다니엘스가 버티고 있었다. 윌슨이 미국 전역에 전파를 타는 CBS를 활용했던 것처럼 다니엘스는 BBC를 통해 '매직 전도사'로 나섰다. 한 가지 트릭을 선사할 때마다 관중들의 웃음을 유도해낸 다니엘스는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자신의 퍼포먼스를 포장했다.

두 거장의 흐름 속에 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본격적으로 결합한 이가 나타났다. 캐나다 출신의 마술사 더그 헤닝(2000년 사망)은 매우 현대적인 방법으로 마술에 접근했다. 그의 쇼는 브로드웨이에서 상영됐고 에미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헤닝은 복장부터 파격적이었다. 마술사의 전매특허로 일컬어지는 검은 턱시도를 버리고 광대 분장은 물론 청소부, 수리공, 학생 교복 등의 복장을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자신의 퍼포먼스에 연극, 음악, 미술, 코미디 쇼 등을 결합해 예전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쇼를 제공했다.



이를 계승한 이는 그 유명한 데이비드 카퍼필드(56, 미국)다. 그 역시 여러 대중문화 코드를 그의 공연에 적용했다. 또한 예전에는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대형 퍼포먼스'를 통해 명성을 쌓았다. 특히 27세의 나이에 선보인 '자유의 여신상 없애기'는 전 세계적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의 공연에는 늘 유명 연예인들이 함께했다. 마술 역사가인 제임스 랜디는 "카퍼필드는 마술사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엔터테이너다"라고 평가했다.

엔터테인먼트와 '바늘과 실'이 된 마술, 한국의 예능을 사로잡다

어느덧 마술만 보여주는 무대는 사라졌다. 카드 마술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재치 넘치는 입담과 쇼맨십이 필요하다. 또한 무대 마술도 스토리가 담긴 연극적 요소가 도입됐다. 이른바 마술사인 동시에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술사가 된 최현우는 일요일밤 공중파 방송을 통해 '매직 콘서트'를 펼친다. 타 방송사와 비교해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일요일 일요일밤에' 제작진은 구원투수로 마술을 선택했다. 아직 만족할만한 시청률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 마술의 목적이다. 최현우가 펼치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사가 나오지만 퍼포먼스는 그림자로 밀려난다. 이 프로의 포커스는 연예인 패널들의 멘트와 과장된 액션으로 넘어갈 때가 많다.

여기서 마술과 예능의 불안한 조우가 나타난다. 엔터테인먼트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마술을 생각할 때 예능프로의 소재로 신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직 쇼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 정점은 패널들의 지나친 흥분과 불필요한 멘트로 퇴색된다.

윌슨과 다니엘스 그리고 헤닝과 카퍼필드는 패널들의 비중을 적절하게 활용했다. 매직쇼에서 주체가 되어야할 '퍼포먼스'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쇼 중간 중간에 양념처럼 녹아드는 패널의 멘트는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다. 또한 보는 이들의 놀라움을 유도해내는 마술쇼에서 패널들의 액션은 쇼의 재미를 부각시킬 수 있다.

그러나 퍼포먼스가 아닌 패널들의 흥분이 주가 될 때 마술쇼의 진정성은 떨어진다.

[사진 = 최현우 (C) MBC 방송화면 캡쳐, 데이비드 카퍼필드 (C) 데이비드 카퍼필드 공식 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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