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서영원 기자] 한파가 몰아치는 계절, 야구팬들은 WBC, 재계약, 이적 등의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며 야구를 즐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야구팬들은 다른 형태로 야구를 즐기고 있다. 이들은 프로 팀들의 경기장에서 직접 야구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프로 팀의 홈구장은 프로만 쓴다'는 통념을 깬 일본, 이들은 왜 야구장을 개방했을까.
고시엔의 정기, 누구나 느껴야 한다
고시엔은 한신타이거즈의 홈구장이다. 또 전일본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90년 이상 개최된 구장이기도 하다. 고시엔 구장의 사용률은 무려 9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1년 내내 야구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떻게 이런 수치가 나올 수 있을까.
일본 유명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는 고시엔 구장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저서 '야구장 습격사건'을 통해 “1970년대 고시엔을 누구나 밟을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라며 “꼭 야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행사를 통해 시민의 것으로 만들자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혀 고시엔 구장을 오사카 시민들의 놀이터로 변모시켰다고 설명했다.
고시엔은 일본 남자들이 꿈꾸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현재 고시엔에서는 한신 홈경기, 고교야구를 빼고도 수많은 스포츠 행사가 열린다. 미식축구대회는 물론 각종 동호희 수준의 야구대회도 잦다. 동네 체육대회도 고시엔 구장에서 열려 눈길을 끈다. 고시엔 구장은 시즌 중에도 인근 6개 중학교의 연합 체육대회가 20년 넘게 열리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는 “어떠한 방식이 됐든 고시엔의 그라운드에서 뛰놀며 한신과 야구에 대한 애정을 높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동아리야구팀, 도쿄돔서 플레이볼
일본야구의 또 다른 성지로 불리는 도쿄돔도 개방에 적극적이다. 도쿄돔은 요미우리자이언츠의 홈경기 외에 콘서트, 박람회 개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도쿄돔은 사회인, 대학동아리 등에도 전면 개방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이 됐다.
도쿄돔은 크게 두 가지 분류로 활용된다. 첫째는 수익사업이요, 나머지는 사회 환원용이다. 특히 사회 환원의 취지가 인상깊다. 오쿠다 히데오는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된 구장이다. 당연히 국민이 사용해야 한다”며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한마디를 던졌다. 실제 도쿄돔은 동아리야구를 위한 개방에 적극적이다. 최소한의 비용만 받고 전광판, 덕아웃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도쿄돔의 한 관계자는 “(동아리 야구선수들은)한때 도쿄돔 마운드를 꿈꾼 사나이들이다. 늦었지만 기분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은 구단 소유가 아닌 모든 프로야구 구장은 일반인이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히로시마 도요카프의 마츠다줌줌 스타디움,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메이지진구 구장 등도 원한다면 모두 활용할 수 있다.
야구장에서는 야구를 해야한다
오쿠다 히데오는 야구장의 개방에 대해 3가지 요점으로 분석했다. 첫째는 언제나 시설을 쓸 수 있게 돕는 관리자의 유무, 둘째는 야구계의 사회 환원, 셋째는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일본의 모든 스포츠구장은 잔디, 조명 등 일정 자격증을 보유한 관리자를 보유해야 한다. 그래야 24시간 상시 관리로 언제든 ‘플레이볼’이 가능하다. 또 여분의 흙과 잔디가 상시 배치돼야 한다. 그라운드가 손상되면 언제든 복구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 환원 항목은 프로야구를 떠나 야구라는 종목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얼마 전 은퇴한 가네모토 도모야키는 “야구장에서는 주체가 누구든 야구를 해야한다”며 야구장이 프로선수의 것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항목인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시각은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된 구장은 국민이 쓰도록 해야한다'는 얘기와 맥을 같이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이슈가 됐던 고척돔 신축에 따른 활용 문제를 빗대자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오쿠다 히데오는 “일반인에게 야구장을 개방해봤자 큰 수익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렇다면 국민을 상대로 돈을 벌어야하나”라며 야구 그리고 사회기반 시설에 또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사진=요미우리 아베 ⓒ 엑스포츠뉴스DB]
서영원 기자 schneider19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