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승부사' 김호철 감독의 투지는 한숨으로 바뀌었다. 선장을 잃고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배의 항해사로 나섰지만 여전히 항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러시앤캐시 드림식스가 시즌 개막 이후 6연패의 늪에 빠졌다. 지난 2011~2012 시즌 1라운드에서 드림식스는 3승4패를 기록하며 중위권을 유지했다. 당시에도 구단이 없는 상태였지만 선수들의 패기는 꺾이지 않았다.
드림식스는 지난 시즌 1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과 상무신협 그리고 LIG손보를 제압했다. 3패를 안겨준 삼성화재와 대한항공 KEPCO와도 접전을 펼쳤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도 끈질긴 투혼과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V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올 시즌의 발걸음은 매우 무겁다. 드림식스는 1년 넘게 새로운 인수 구단을 찾지 못했고 결국 러시앤캐시의 네이밍 스폰서 지원을 받아 올 시즌 V리그에 명함을 내밀었다.
꽉 막혀있던 숨통이 트였지만 첫 승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른 팀들은 일찍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드림식스는 전 감독과의 불화로 진통을 겪었다. 결국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무너져가던 지붕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들이 달려갈 때 드림식스는 뒤늦게 제자리를 박차고 걷기 시작했다.
김호철 감독은 드림식스의 감독으로 부임한 뒤 "선수들을 보니 감독이 없는 동안 운동을 많이 하지 않은 것 같다. 몸부터 만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감독은 "주인이 없는 설움 속에서 선수들은 상처를 많이 받을 것이다. 이러한 상처를 치유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덧붙었다.
구단이 없는 설움 속에서 힘들게 운동을 해온 선수들을 보듬는 것이 우선 과제였다. 또한 '프로 의식'이 결여된 선수들의 근본적인 문제점도 찾아냈다. 이 문제들을 동시 해결하기 위해 김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고 러시앤캐시를 조련했다.
시즌 초반에는 좋은 성과를 올리기 힘들 것으로 판단한 김 감독은 "초반 돌풍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부임한 뒤 선수들은 '해보자'는 열정을 안고 다시 코트에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뒤늦게 시즌을 준비한 러시앤캐시는 이미 몇걸음 앞서가던 상대 팀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러시앤캐시는 시즌 개막전인 대한항공과의 원정 경기서 한 세트를 만회하며 선전했다. 탈꼴찌 경쟁을 펼치고 있는 KEPCO와의 경기에서도 2-3으로 분패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열린 LIG손해보험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는 0-3으로 패했다. 25일 열린 대한항공과의 2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27개의 자체 범실로 무너졌다. 승패를 떠나 가능성을 보이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어이없는 범실이 속출했고 선수들의 집중력도 떨어져있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힘든 것은 '구단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 선수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25일 열렸던 러시앤캐시의 경기력은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자주 나오는 범실은 물론 세터들의 토스 난조가 이어지면서 공격성공률이 떨어졌다. 주전 선수들이 좋은 신장을 갖췄지만 대한항공과의 블로킹 경쟁에서 13-3으로 완패했다.
지난 시즌 드림식스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끈질긴 투혼을 펼치면서 많은 배구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현실은 어렵지만 미래를 향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던 패기는 V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6연패에 빠지면서 꿈마저 잃은 듯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승패를 떠나 예전에 가지고 있던 '패기'를 살릴 수 있는 경기력을 펼치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사진 = 러시앤캐시 드림식스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