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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 김연경 "터키인들이 더 걱정해주는 현실 서글퍼"

기사입력 2012.10.18 00:53 / 기사수정 2012.10.18 02:32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연습은 하고 있는데 경기를 뛰지 못해 너무 아쉬울 따름입니다. 하루 빨리 코트에 섰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안고 싸우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한국에서는 선수의 권리가 너무나 부당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개선 되어야합니다."

전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김연경(24)의 목소리는 여전히 씩씩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었다. 누구보다도 배구에 대한 열정이 강했던 그는 코트에 나설 수 없다. 대한배구협회로부터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 여자배구를 화려하게 수놓은 스타들은 대부분 소속팀에서 분전하고 있다. '숙적'인 일본의 에이스 기무라 사오리(26)는 터키리그에 진출해 연일 일본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MVP인 김연경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클럽선수권대회에 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카타르 도하에 있는 그는 오는 18일 오후 입국할 예정이다. 19일 국회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사연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싶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얘기할 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세부적인 법률사항까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변호사님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계속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법은 잘 모르고 있어서 변호사님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국정감사까지 올라가게 된 자세한 부분은 잘 모르고 있어요."

터키 사람들이 더욱 걱정해주고 있는 현실. 마음이 아파

'김연경 사태'를 처리하게 위해 나선 이들이 있다. 터키 페네르바체와 터키 배구협회 사람들이다. ITC를 받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은 김연경을 돕기 위해 이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페네르바체 구단주님과 터키 배구협회장님이 저를 도와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계세요. 지난번 FIVB가 결정한 사안이 얼마만큼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구단주님과 협회장님은 FIVB를 만나 이 문제를 재심해 준다고 하셨어요."



'김연경 사태'의 문제 발단은 국내 '로컬 룰'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이다. 국내에서 4시즌을 소화한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으로 3시즌 동안 해외리그에서 임대 선수로 활약했다. 김연경은 FA를 원했지만 로컬룰에 걸려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흥국생명 측은 "로컬룰이 지켜지지 않으면 기반이 약한 한국 배구판이 흔들릴 수 있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6시즌동안 구단에 속해있는 선수들의 입장은 달랐다.


"이런 싸움을 시작하기가 솔직히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 의견에 동의해주는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응원해주고 있어요. 동료들의 격려에 힘을 얻고 있죠. 솔직히 한국의 로컬룰은 선수들의 권리가 전혀 없어요. 6시즌동안 선수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몇몇 선수들은 부당하게 팀을 나와야하는 상황도 발생해요. 제가 아니면 분명히 다른 선수가 나설 상황이기 때문에 이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일본과 터키리그 경험을 치른 김연경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몇 단계 수준이 높은 선진 배구도 접했지만 선수들의 목소리가 너무 작은 국내의 현실도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난 시즌 페네르바체에서 함께 뛴 소콜로바(러시아)는 원래 페네르바체와 2년 동안 계약이 맺어졌어요. 하지만 1시즌만 채우고 다른 팀으로 이적을 했습니다. 선수의 뜻이 반영됐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선수의 권리가 너무 없다보니 구단의 입장에 끌려 다니게 되죠. 구단이 선수를 붙잡기 위해 설득 할 수 있지만 끝까지 붙잡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터키에서는 어떻게 선수를 그토록 붙잡아두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합의서를 통해 결정된 사안은 바로 고치고 싶다

가장 마음이 상했을 때는 삼자가 합의했던 합의서가 자신도 모르게 FIVB에 전달됐을 때다. 큰 실망감을 느낀 김연경은 선수생활에 대한 회의까지 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귀화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제가 생각했던 은퇴는 한국 무대에서의 은퇴였어요. 솔직히 배구를 그만둔다는 생각은 결코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귀화에 대한 얘기까지 나왔는데 그런 생각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저는 한국을 너무 사랑하고 국적을 바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죠."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연경은 삼자가 합의한 합의서를 사인을 했다. 대회를 눈앞에 둔 페네르바체에서 빨리 오라는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국해야할 날짜는 시급한데 흥국생명과의 일은 좀처럼 해결되지 못했다.

"정말 합의서에 사인을 하기 싫었지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합의서가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됐다고 해도 다른 목적으로 쓰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켜졌어야 했습니다. FIVB에 문의한 것은 국제 룰의 판단으로 이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는데 합의서로 판단이 내려진 것은 납득할 수 없어요."

한편으로 믿었던 대한배구협회에 대한 실망감도 컸다. 김연경은 "협회는 중재자로 나섰는데 선수보다 구단 편을 드는 것 같다. 협회의 중요성은 선수와 구단의 관계를 원활하게 조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구단의 편을 더 들어주는 것 같다"고 허탈하게 말했다.

이 문제를 김연경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예정이다. 크게 터져버린 이 사건은 국정감사장에 오르게 됐다. 18일 오후 입국 예정인 김연경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다.



[사진 = 김연경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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