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할 수 있을 때까진 최대한 좋은 모습 보이고 싶어요. 아직은 어리니까"
'어리다고?'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 지드래곤은 아직 어리다. 열아홉 살에 데뷔했던 그 때도, 스물다섯 살인 지금도 이제 20대 중반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20대와 30대 여성 사이에서 특히 폭발적인 앨범 예약 비율을 자랑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제가요?" 라면서 놀란다. 그러다가도 곧 "어쨌든 어린 애가 나와서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것 같으니까. 그런 걸 귀엽게 봐 주시는 것 아닐까요"라며 차분히 대답을 내놓는 모습에서는 또 마냥 어리게 만은 볼 수 없는 데뷔 7년차의 여유가 느껴진다.
솔로 미니앨범 'One Of A Kind'를 들고 돌아온 지드래곤을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지드래곤만이 할 수 있는 것' 보여주고 싶었다
앨범 타이틀이자 수록곡인 'One Of A Kind'가 공개된 후, 한동안 '지드래곤 솔직 가사'가 이슈로 떠올랐다.
가사에서는 '난 재수 없는 놈, 좀 비싼 몸/ 잘 나가서 죄송해요/ 남다르니까 그게 나니까/ 유행을 만드니까 다 바꾸니까 이 실력이 어디 갑니까' 등 직설적인 자기자랑에 여념이 없다가도 '예쁘게 좀 봐 주세요 욕하지 말아주세요/ 귀엽게 받아주세요 사랑해주세요'라면서 대중에게 너그러움과 아량을 당부하고 있다.
처음 노래가사를 접한 이들은 다소 당황스러워하다가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노래에 빠져든다. 노래 본연에 집중하게 만드는 지드래곤의 힘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솔직한 가사는 힙합 리듬과 어우러지면서 그의 개성을 오히려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자유분방하고 천방지축 같은 느낌을 담으려고 했어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노력했고, 그게 콘셉트 아닌 콘셉트처럼 보이게 된 것 같아요"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어려워 보이는 것들을 쉽게 푸는 걸 잘 하는 게 아닐까요? 재미없을 것 같은데 재미있게 푸는 방법. 실제로도 거창하게 준비한 것들보다는 스스로 즐기면서 이것저것 해 본 노래들이 대박이 났었구요"라고 털어놓는다.
지드래곤의 타이틀곡 '크레용(CRAYON)'은 '크레이지(Crazy)'와 '지용'의 합성어로, 'Crazy On'을 의미함과 동시에 '무엇인가에 미쳐 몰두하고 있는 지드래곤'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신조어다.
방송에서도 무대 곳곳을 누비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노래 가사에서도 영화 '다크나이트' 속 조커의 명대사로 꼽히는 'Why so serious?(왜 그렇게 심각해?)'를 중간에 넣어 눈길을 끌었다.
"'Why so serious'라는 말이 제겐 굉장히 센 단어였어요. 처음 테디형과 '크레용' 작업을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중간 중간 그 말만 넣어놨었거든요. 좀 재미있게 놀 수는 없을까? 왜 다들 즐기지 못하고 심각하지? 그런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에요" 라면서 "지금 무대에서 보이는 모습이 좀 미친 사람 같잖아요"라고 털털하게 웃어넘긴다.
평소에 영화를 보면서 좋은 대사를 발견하면 그 안의 내용을 풀어보고, 상상해보는 것은 물론 주변의 작은 물건까지도 여러 각도에서 해석을 해 보면서 작사, 작곡의 영감을 얻는다고 말하는 지드래곤에게서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솔로 앨범 활동은 '자유로움' 표현하는 출구
지드래곤은 티저 공개 당시 파격적인 제목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XX'를 공개하면서 앨범에 자발적으로 '19세 미만 청취 불가'를 표기해 화제를 모았다.
"사실 '그 새끼'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노래 제목이 '그 자식'이거나 '그 녀석'이었으면 지금의 느낌이 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부르기도 싫었을 것 같고. '그 새끼'라는 단어 하나에서 오는 느낌으로 만든 노래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이 노래를 듣기에는 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제 또래나 윗세대 분들이 듣기에는 더 잘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의 앨범은 '그XX' 이외에도 자우림의 김윤아, 넬의 김종완, 에픽하이 타블로 등 화려한 피처링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사람들의 목소리에 관심이 많아요. 목소리에 얼굴, 여러 가지 생활이 하나로 접목됐을 때 나오는 좋은 느낌들을 가진 사람들이 끌리는데 이번에 '미싱 유(Missing you)'를 함께 작업한 윤아 누나, '투데이(Today)'를 함께 한 종완이 형도 그랬고요. 평상시에 노래 들으면서 꼭 같이 작업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분들께 부탁한 건데, 확실히 선배들과 작업을 하게 되면 짧은 시간 동안 저한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기 때문에 더 많은 걸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빅뱅 활동보다는 솔로 활동을 통해 특유의 개성을 더 잘 살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드래곤이기에 활동을 준비하면서 빅뱅과 개인 활동을 구분 지어 준비하는지를 물었다.
"예전에는 솔로 활동 때의 스타일과 빅뱅 스타일을 다르게 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도 제가 어디에 속하든 '좋은 노래를 해야지'란 생각이 강해요. 스타일을 구분 짓는 게 오히려 더 많은 제약을 만드는 것 같거든요. 누구나 듣기 좋은 노래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어 패션에 관심 많기로 소문난 그답게 솔로 활동의 장점 중 하나를 '의상'으로 꼽는다.
"빅뱅 활동할 때는 다섯 명이 콘셉트 통일을 위해 어느 정도 맞춰 입어야 하는 게 있는데, 솔로 활동 때는 진짜 제 맘대로 입을 수 있잖아요. 스타일적인 면에서는 좀 더 자유스럽고, 다양한 옷들도 많이 입어볼 수 있어서 그런 점에서는 솔로 활동이 좋은 것 같아요"
음악에 관련된 질문에 유독 진지하게 대답했던 지드래곤에게 여유가 좀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무대 위에서는 자신감 있어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요. 그런데 지금 말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요. 무대 밖에서는 말투도 어눌하고 생각하는 것도 아직은 애 같아요"라고 답한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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