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18, 세종고)의 출발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였다. 주위의 관심에 대한 부담감과 반드시 결선에 진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따랐지만 특유의 ‘강심장’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손연재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윔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예선전 첫 날 경기에서 후프와 볼 연기를 펼쳤다. 자신의 주 종목인 후프에서는 28.075점을 받으며 개인 최고 점수를 수립했다.
손연재는 지난 4월에 열린 러시아 펜자 월드컵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때 받은 점수는 28.050점이었다.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시리즈에서 메달을 획득한 손연재는 최고의 무대인 올림픽에서도 좋은 출발을 보였다.
다음 종목은 볼이었다. 볼은 손연재가 다소 부담이 가는 종목이었다. 지난달에 열린 벨라루스 민스크 월드컵에서 손연재는 볼에서 큰 실수를 범했다. 볼을 등 뒤로 받는 마무리 부분에서 실수를 해 볼이 매트 밖으로 나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민스크에서 겪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부분을 집중 보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연기를 펼친 손연재는 마무리 부분만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등 뒤로 받으려던 볼은 오른쪽 어깨 사이로 빠져나갔다. 악몽의 순간이 다시 찾아오는 순간이었지만 손연재는 재빨리 볼을 잡아 매트에 바운드시키며 위기를 모면했다.
결국 손연재는 28점대를 넘기지 못했지만 27.825점의 좋은 점수를 받았다. 후프와 볼 점수를 합산한 중간합계 55.900점을 받은 손연재는 출전 선수 24명 중 중간순위 4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올림픽 무대를 처음 밟은 손연재의 이번 목표는 예선전 10위 안에 진입해 결선에 진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올림픽 리듬체조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선수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12위에 오른 신수지(21)였다. 신수지는 백일루션을 선보이며 분전했지만 결선 진출은 좌절됐다. 한국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손연재는 한국 최초 결선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손연재는 10일 저녁 남은 두 종목인 곤봉과 리본에 도전한다. 올 시즌 손연재는 이 두 종목에서 강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5월에 열린 불가리아 소피아 월드컵에서는 리본 종목에서 27.300점을 기록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곤봉도 올 시즌 내내 기복 없는 연기를 펼치며 좋은 점수를 받아왔다.
런던올림픽을 앞둔 손연재는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연기를 펼치겠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어야 보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부담감을 버리고 매트 위에서 홀가분하게 날아오른 손연재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중간 순위 4위를 달리고 있다. 곤봉과 리본에서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결선행을 확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손연재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