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여자배구대표팀은 36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36년 만에 한국 여자배구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이다.
4년 전에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출전에 실패하면서 한국 여자배구의 자존심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프로 리그가 존재하지만 고등학교 팀 수는 줄어들고 있고 배구를 하려는 유소년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형적인 현실 속에서 한국은 올림픽 4강이라는 신화를 창조했다. 특히 세계랭킹 1위(미국), 2위(브라질), 3위(중국), 4위(이탈리아)를 모두 상대하고 이룬 업적이라 더욱 특별했다.
런던올림픽을 준비한 12명의 멤버들은 모두 최선을 다했다. 특히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떠오른 김연경(24)의 활약은 눈부실 정도였다. 한 명의 위대한 선수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여실히 증명해냈다.
'살림꾼'인 한송이(28, GS칼텍스)는 안 보이는 곳에서 팀을 지켜냈다. 안정된 리시브와 자신감 넘치는 공격으로 브라질과 이탈리아를 꺾는데 큰 수훈을 세웠다. 올림픽 예선전부터 '다크 호스'로 떠오른 김희진(20 IBK기업은행)의 활약도 돋보였고 블로킹과 속공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 양효진(22, 현대건설)의 분전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여자배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점도 나타났다. 주전 세터인 김사니(31, 흥국생명)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조별 예선 터키 전부터 고전했다. 토스가 안정감을 잃으면서 전체적인 공격라인이 흔들렸고 팀의 플레이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맏언니' 이숙자(32, GS칼텍스)의 분전이 돋보였다. 이숙자는 이탈리아와의 2세트부터 교체 투입돼 경기를 반전시켰다. 한층 안정된 토스가 올라가면서 공격수들은 자신감을 되찾았고 김연경에 의존한 플레이를 벗어나 다양한 콤비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전 세터를 향한 신뢰감과 믿음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전에서 나타난 세터 운용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미국은 생각만큼 서브가 강하지 못했고 1,2세트는 충분히 해볼 만한 분위기였다.
3세트에서 7-14로 뒤쳐진 상황에서 뒤늦게 세터 교체가 이뤄졌다. 한국은 18-18 동점을 만들며 추격에 나섰지만 경기를 뒤집기엔 너무나 늦은 상황이었다. 국내 리그 경험이 있는 데스티니 후커(전 GS칼텍스)의 공격을 막지 못한 점도 패인의 요인이었다.
[사진 = 한국여자배구대표팀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