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한국의 그물망 같은 수비에 흔들린 브라질이 실책을 남발했지만 결코 못한 경기가 아니었다. 한국은 전력의 100% 이상을 발휘하며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을 3-0으로 완파했다.
모든 멤버가 잘한 한국은 '올림픽 메달 후보'
2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여자배구 B조 조별예선 3차전은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 중 하나였다. 또한 최근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펼친 경기 중 최고의 조직력을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 '세계 최강'인 미국에 1-3으로 패했다. 비록 승수를 쌓지 못했지만 금메달 1순위 후보인 미국을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 그리고 2차전에서는 반드시 이겨야할 상대인 세르비아를 잡았다. 두 경기 동안 김연경(24)은 공격을 책임지며 분전했다.
한국의 장점은 김연경이란 세계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약점은 김연경을 제외한 너머지 선수들의 분전 여부다. 지나치게 김연경에 의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한국여자배구대표 선수들은 브라질과의 경기를 통해 결코 김연경에 의존하고 있지 않음을 증명해냈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은 홀로 21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브라질의 사령탑은 지난 시즌까지 터키 페네르바체를 이끈 제 호베르투 감독이었다. 또한 주전 센터 파비아나는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으며 공격 스타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블로커였다.
김연경이 볼을 주로 때리는 코스에 수비진을 배치시켰고 블로커도 2~3명을 따라다니게 만들었다. 호베르투 감독은 앞서 열린 미국과 세르비아 감독보다 김연경을 잘 알고 있었다. 브라질의 철저한 마크에 김연경은 다소 고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의 분전이 필요했다. ‘삼바 대첩’의 일등공신은 한송이(28, GS칼텍스)였다. 서브리시브를 전담한 한송이는 상대 서브를 끝까지 버텨냈다. 서브리시브가 주전 세터 김사니(31, 흥국생명)의 머리 위로 올라가면서 세트플레이가 살아났다.
김사니는 김연경에 의존하는 경기운영을 탈피해 모든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했다. 상대 블로커를 적절하게 이용한 한송이는 알토란같은 16점을 올렸다. 또한 3세트 15-10의 상황에서 진행된 긴 랠리에서 천금같은 블로킹을 잡아냈다.
미국과 세르비아 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양효진(22, 현대건설)도 수훈갑이었다. 양효진의 브라질의 빠른 속공과 백어텍을 블로킹으로 잡아냈다. 특히 중요한 고비처에서 블로킹을 잡아내며 브라질의 발목을 잡았다. 김사니의 노련한 경기 운영도 돋보였고 리베로 김해란(28, 도로공사)의 눈부신 디그도 한국 승리에 힘을 보탰다.
여자배구의 '우생순'에 도전한다
올림픽 구기 종목 중 팬들에게 가장 감동을 준 것은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우생순'이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불굴의 투지를 발휘해 늘 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쳤다. 이러한 감동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란 영화로 제작됐고 여자 핸드볼의 관심을 높였다.
여자배구는 국내리그에서 남자배구보다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선전하면서 '여자배구의 우생순'을 꿈꾸고 있다. 런던으로 떠난 12명의 멤버는 지난 4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다. 기나긴 리그를 마친 뒤 모두 몸상태가 좋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해보자'라는 열정을 가지고 하나로 똘똘 뭉쳤다.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김)연경의 해외 이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이 걱정이지만 선수들이 자신을 버리고 하나로 뭉쳤다는 점이 가장 든든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대표팀에 모인 선수들은 국내리그를 치르면서 가질 수 있는 경쟁심을 버리고 올림픽 메달을 위해 하나로 단결했다.
'맏언니'인 이숙자(32, GS칼텍스)는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가졌기 때문에 자신이 경기에 뛰지 않아도 다른 선수들이 잘하면 만족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형실 감독도 "(김)사니와 (이)숙자는 라이벌 의식을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표팀에 들어오면서 서로 마음을 열었다"고 밝혔다.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마음가짐은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김연경의 활약은 물론 조직력까지 살아난 한국은 세계랭킹 2위인 브라질을 제압했다. 8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은 한국은 남은 터키와 중국 전 중 1승만 올리면 조3위로 8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 = 한국여자배구대표팀, 김연경 (C) FIVB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