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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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없이 대승한 수원…1999년 르네상스 향기가 난다

기사입력 2012.06.26 08:54 / 기사수정 2012.06.26 08:54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세 명이 모두 빠지니 허탈하다."

수원 블루윙즈의 윤성효 감독은 지난 23일 강원FC와 경기를 앞두고 속내를 드러냈다. 윤성효 감독이 밝힌 세 선수는 라돈치치와 스테보, 보스나로 수원의 절대적인 힘인 외국인 3인방이었다.

윤성효 감독이 허탈하다는 표현을 쓸 만큼 수원은 강원을 맞아 전력누수가 심했다. FC서울과 치른 FA컵 혈전이 그대로 상처가 됐다. 라돈치치가 장기간 이탈이 불가피한 부상을 입었고 수비수인 보스나도 서울전에서 사타구니에 통증을 호소해 3경기 결장이 확정됐다.

여기에 주포인 스테보마저 경고누적이 겹치면서 수원은 공수에 걸쳐 핵심 선수를 셋이나 잃고 경기에 나섰다. 제 아무리 우승을 노리는 수원이라 해도 한꺼번에 세 명이 빠지면 경기 운영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빠진 이들이 수원의 상승세를 견인하던 외국인 3인방이라 출혈은 더 컸다.

이 세 선수는 수원이 올 시즌 리그와 FA컵에서 기록한 37득점 중 17득점을 책임졌다. 라돈치치와 스테보가 나란히 8골을 기록했고 보스나도 강력한 캐논 프리킥으로 1골을 더했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에벨톤C(6골)까지 더하면 수원은 그야말로 '에스라인'에 의해 승패가 나뉜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게 된다.

외부의 평가는 물론 기록까지 '수원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가운데 강원전에 핵심 3인방이 빠졌으니 윤성효 감독의 고심은 상당했다. 더구나 징크스를 끊어냈다곤 하나 올 시즌 원정만 가면 작아졌던 팀 흐름도 있었기에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경기 후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이날 결과에 따른 긍정적인 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수원은 이들의 결장에도 강원에 4골을 넣으며 대승을 거뒀다. 스테보와 라돈치치에 치우쳤던 득점의 분포가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 특히 전북 현대서 이적한 이후 마수걸이 득점이 아직 없던 서정진의 골과 조커로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하태균이 골맛을 본 것이 고무적이다.

3명의 외국인 선수가 빠져 국내선수 위주로 경기에 나선 상황에서도 4골을 뽑아내며 건재함을 과시하자 수원은 자연스레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전관왕을 차지했던 1999년의 향기를 느꼈기 때문.

수원은 지난 1999년 정규리그와 아디다스컵, 대한화재컵, 슈퍼컵까지 전관왕을 차지했다. 당시에도 수원의 힘은 막강한 외국인 선수에 있었다. 샤샤와 비탈리, 데니스, 올리 등 지금도 수원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수들로 손꼽히는 이들이 함께 한 시즌이었다.

1999년 샤샤는 리그 18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비탈리는 도움 2위에 올랐다. 데니스도 만능골잡이의 역할을 톡톡히 했고 올리도 수비수답지 않은 공격력을 자랑했다. 막강한 외국인 라인업을 갖췄던 1999년에도 지금의 강원전처럼 모두 경고누적과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가 한 경기 있었다.


바로 1999년 8월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였다. 당시 포항은 황선홍과 홍명보, 라데가 팀을 나갔지만 이동국과 고정운, 박태하 등의 활약으로 여전히 명가다운 모습을 보여주던 팀이었다.

포항을 맞아 외국인 4인방이 모조리 빠진 수원에 언론은 "수원은 외국인 선수가 다한다', '수원이 지금까지 이겨왔던 것은 외국인 선수들 때문이었다'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당연히 포항의 우세가 점쳐졌고 경기도 전반 30분 만에 포항이 3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다는 말에 자극을 받은 당시 수원의 국내 선수들은 0-3의 상황에서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고 서정원의 2골과 이기형의 자책골을 만회한 결승골까지 더해지며 4-3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일궈냈다.

지금도 K리그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이날 경기는 국내선수로만 승리한 수원 구단의 뜻깊은 이정표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기에 1999년의 영광 재현이 목표인 수원에 스테보와 라돈치치, 보스나가 빠진 상황에서 이룬 강원전 대승은 1999년 르네상스의 향기를 안겨다 주기에 충분한 선물이었다.

[사진 (C) 수원 구단 제공]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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