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7.01 12:43 / 기사수정 2006.07.01 12:43
▲동점골을 넣은뒤 기뻐하는 클로제와 포돌스키 ⓒFIFA
1일 자정(이하 한국시간)에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8강전 첫 경기인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는 '안방마님' 독일이 120분간의 사투끝에 승부차기에서 4-2로 결말을 지어 4강을 확정지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너무 이른 만남','사실상의 결승전'이라는 팬들과 언론의 평가를 받은 경기답게 정말 120분과 마지막 승부차기의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사투였다.
이번 대회에서 화끈한 공격력과 탄탄한 수비력으로 대표되던 두 팀은 경기 초반 주로 수비에 역점을 두고 역습을 펼치는 모습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적인 미드필더인 미하엘 발락(첼시)에게 좀더 수비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며 토르스텐 프링스(베르더 브레멘)과 같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게 하였다. 또한 클로제에게도 적극적인 수비가담을 요구해 최전방에는 '루메니게의 재림'루카스 포돌스키(바이에른 뮌헨)만이 서는 모습을 보였다. 아르헨티나의 페케르만 감독도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위에 리켈메(비야레알)을 두어 중원에서 볼 점유율을 높인 뒤 리켈메의 한방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려는 작전을 구사했다.
서로가 지지부진한 공격을 펼친 전반이 끝난 뒤 시작된 후반, 아르헨티나는 4강으로 갈 수 있는 유리한 선제골을 선점했다. 49분 경에 리켈메가 찬 코너킥을 노련한 중앙 수비수 로베르토 아얄라(발렌시아)가 미로슬라프 클로제(베르더 브레멘)의 마크가 느슨해진 틈을 타 그대로 헤딩으로 연결해 골을 넣은 것, 키가 그리 크지 않지만 뛰어난 위치선정으로 헤딩골을 성공시키곤 했던 아얄라의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는 이대로 독일의 안방을 내줄 수만은 없었다. 그는 결국 지친 노장인 베른트 슈나이더(레버쿠젠)을 제외하고 폴란드전에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재빠른 오돈코르(도르트문트)를 투입, 독일의 풀죽어 있던 측면공격을 살리려는 의도의 교체를 시행한다. 오돈코르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쉴새없이 아르헨티나의 측면을 공격해 매서운 장면을 많이 연출해냈다. 그가 살아남에 따라서 왼쪽의 필립 람(FC 바이에른)의 오버래핑도 점점 잦아져 독일의 파상공세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독일 쪽으로 흘러갈 무렵에 아르헨티나 쪽에서 악재가 발생했다. 아르헨티나의 No.1 골리인 아본단시에리(보카)가 클로제와 헤딩경합을 하던 도중에 부상을 입은 것, 결국 71분에 골리는 레오 프랑코(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교체되었다. 페케르만 감독은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리켈메를 제외하고 에스테반 캄비아소(인테르)를 투입해 1-0의 승부를 그대로 굳히려는 의지를 보이고, 79분에는 에르난 크레스포(첼시)마저 훌리오 크루스(인테르)로 교체해 3명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페케르만 감독의 용병술은 실패했다. 패스를 공급해줄 카드인 리켈메를 빼 버리자 공격수에게 연결되는 결정적인 패스가 점점 줄어든 것이다. '제 2의 레돈도'라고 불리는 캄비아소나, 중앙에서의 패스 연결이 매끄러운 루이스 곤잘레스(포르투)는 중원에서의 볼 점유율을 높여줄 수 있는 선수일지는 모르나, 공격진에게 연결되는 창의적인 패스를 연출함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수비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르헨티나를 두고 독일은 공격하지 않을 만한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그들은 공격에 공격을 거듭해, 결국 아주 정교한 몹시 독일다운 골을 만들어냈다. 80분 경 발락이 올려준 공을 보로프스키(베르더 브레멘)이 헤딩으로 패스한 것을 클로제가 머리로 밀어넣어 동점골을 성공시켜 클로제 자신의 월드컵 통산 10번째 득점을 쏘아올렸다.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가 연장전까지 치뤄도 결과가 나지 않아 결국 승부는 가장 잔인한 방식인 '축구의 러시안 룰렛'이라 불리는 승부차기로 이어져, 독일 골키퍼 옌스 레만(아스날)의 선방에 힘입은 독일이 4-2로 승리, 우승을 향한 발걸음을 한발 더 내딛었다. 05~06 시즌에 중요한 때마다 아스날에서 멋진 선방을 보여준 레만 골키퍼는 이번 경기에서도 2개의 슛팅을 막아내며 독일을 승리로 인도했다.
경기에 이겨 4강전에 진출했지만 독일로서는 '발락의 딜레마'를 재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전반에 프링스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의 위치에서 뛴 발락은 독일에게 강한 수비력을 안겨줬을 지는 모르나, 공격이 매우 지지부진해 아르헨티나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없었다. 이는 발락이 공수 양면에 걸쳐 고른 능력을 지닌 선수이기에 나타나는 것으로, 그의 전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를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수비라인의 패스 연결이 매끄럽지 못해 추가실점을 할 잦은 위기를 맞았다는 것도 독일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고쳐야 할 문제로 보인다.
독일은 1일 4시에 펼쳐질 이탈리아-우크라이나의 승자와 4강전을 치르게 된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