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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상원고 2학년 에이스 이수민 이야기

기사입력 2012.04.09 10:02 / 기사수정 2012.04.09 10:02

김현희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달 17일 대구시민구장서 열린 상원고와 김해고의 경기는 말 그대로 ‘박빙 승부’였다. 당초 강한 타력을 앞세운 상원고의 완승을 예상했던 이들의 평가가 무색할 만큼 경기 내내 치열한 투수전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선발로 나선 상원고의 장신 투수 배재준, 김해고의 샛별 김현수 모두 양 팀 타선을 상대로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바로 이때 상원고 박영진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6회 초 수비서 잘 던지던 배재준을 내리고 2학년 투수를 투입한 장면이 그것이었다. 이수민(17)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수민은 이전까지 큰 주목을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경상중학교를 졸업한 1학년 정용준에게 눈길을 주는 이가 더 많았다. 그러나 이수민은 6회부터 12회 승부치기까지 김해고 타선에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5.2이닝 무실점(5탈삼진) 호투로 데뷔전 승리를 챙겼다. 시민구장을 찾은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란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면서 상원고의 1-0 승리가 확정되자 박영진 감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월 충청 친선대회에서 만난 박영진 감독은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지난해 청룡기 MVP를 수상한 '제자' 김성민이 자신과 이렇다 할 상담 없이 볼티모어 구단과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었다. 고교 졸업반도 아닌 선수가 프로팀과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분노했고, 이로 인해 박 감독은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렇게 괴로운 나날을 보냈던 모습이 그대로 얼굴에 나타났다.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제자이고 후배인데…그래도 그 놈(김성민)이 비행기 타기 전에 저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울면서 ‘감독님 죄송합니다’라고 하더군요. 이왕 간 만큼 뭐라도 하나 얻어왔으면 좋겠습니다.” 박 감독의 진심이다.

하지만 김성민이라는 특급 좌완 투수가 빠진 것은 분명 큰 타격이었다. 박 감독 역시 이 점을 가장 염려했다. 이에 대한 질문에 박 감독은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죠. 참 어렵지만, 그래도 해 봐야죠”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투수 조련사’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그였지만 처음부터 마운드를 재편하는 일은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았다.

이 때 박 감독 앞에 나타난 선수가 바로 이수민이다. 동계 훈련 내내 박 감독의 밀착 과외를 받은 이수민은 지난해 공백을 딛고 ‘제2의 김성민’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 김해고와의 첫 승을 바탕으로 ‘전국구’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이수민의 성장으로 기존 3학년인 우완 에이스 배재준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 됐다. 후배에게 질 수 없다는 마음을 가졌는지, 지난달 31일 열린 지역 라이벌 대구고의 경기에서 팀의 6-0 승리를 이끄는 완봉 역투를 펼치기도 했다. ‘김성민이 빠져나갔어도 상원고가 경상B조 우승 후보’라는 말이 잘못된 예상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를 지켜 본 프로 스카우터들은 칭찬 일색이다. 특히 김성민이 컨트롤에 다소 애를 먹었던 반면 이수민은 빼어난 볼 컨트롤을 자랑하고 있어 웬만한 고교 레벨 타자들이 손을 댈 수 없다고 얘기한다. 다만 2학년인 만큼 김성민을 능가하는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점을 박 감독이나 이수민 본인도 너무 잘 알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전국무대 우승을 꿈꾸는 상원고. 그 뒤에는 좌완 이수민이 있다.


[사진=상원고 이수민 (C) 상원고 팬카페 제공]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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