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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특집③] 신치용 감독, 17년 장수의 비결

기사입력 2012.01.20 12:16 / 기사수정 2012.01.20 12:1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가빈이 공격을 많이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잘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가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극대화시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팀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죠."

17년 동안 오로지 한 팀을 이끌고 정상을 지켜온 지도자가 있다. 한국 프로 구단 사상,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팀을 정상으로 이끈 이는 신치용(57) 감독 밖에 없다. 삼성화재가 창단된 1995년부터 17년 동안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 감독은 '기본과 원칙'이란 철학으로 한국 배구의 정상을 지켜왔다.

삼성화재도 선수들의 노쇠화와 세대교체 시점이 다가오면서 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점도 극복해내면서 장상의 자리를 지켰다. 외국인 선수의 편중된 공격이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신 감독은 "잘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 부분을 더욱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과 비교해 떨어지는 것이 삼성화재의 전력

올 시즌, 5연패를 노리고 있는 삼성화재는 현재(20일 기준) 19승 2패를 기록하면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한층 안정된 전력을 구축한 삼성화재는 21경기를 치르면서 단 두 번 밖에 패하지 않았다.

승점 54점을 기록 중인 삼성화재는 2위인 대한항공(승점 43점)에 9점 차로 앞서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정규시즌 우승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팀은 이토록 잘나가고 있지만 신 감독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과 비교해 우리의 전력은 떨어진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강력한 팀을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냉철한 시선에서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전력만 따지면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과 비교해 떨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지난 시즌과 비교해 좋아진 것은 사실이죠. 지난해에는 박철우가 팀에 적응을 못했고 세터인 유광우도 주전 세터로 첫 시즌을 보냈습니다. 또한, 석진욱도 무릎 부상으로 뛰지 못했죠. 이러한 점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올 시즌은 조금이나마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감독의 기준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배구 이해도'다. 일반적인 팬들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지만 경기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배구 이해도'라고 신 감독은 강조했다. 배구의 이해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플레이다. 서브리시브, 수비, 그리고 2단 토스 등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신 감독은 말했다. 또한, 경기를 할 때, 팀의 플레이와 상황을 파악하고 점도 중요하다고 덧붙었다.



"팀의 색깔이 결정되는 것은 그 팀의 감독이 어떤 가치관을 지녔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저는 선수들의 기본기를 중시하죠. 선수들이 연습을 할 때, 2단 토스를 못하면 엄청나게 화를 냅니다. 볼을 잘못 쳐서 아웃을 하면 크게 화를 내지 않아요. 하지만, 2단 토스 같이 중요한 기본기를 지키지 못하면 상황은 달라지죠. 수비로 걷어 올린 볼을 공격으로 성공시키려면 '중간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비와 공격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2단 토스에서 범실이 생시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죠."


삼성화재는 프로구단들 중, 2단 토스를 가장 잘하는 팀이다. 위기 상황이 와도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고 수비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확률이 높은 점도 2단 토스가 정확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2단 토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배구를 보는 팬들은 공격수의 호쾌한 스파이크에 열광한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이 이루어지려면 안정된 리시브와 수비, 그리고 2단 연결이 필요하다. 삼성화재가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과 비교해 전력이 떨어지지만 리그를 독주할 수 있는 이 부분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배구를 잘하려면 무엇이 중요한 지에 대한 가치를 알아야 합니다. 사실, 어느 선수든지 화려한 공격이 수비보다 재미있는 것을 알고 있죠.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2단 토스와 서브리시브 등의 가치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비와 리시브, 2단 토스는 공격과 비교해 재미가 없고 잘 안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죠. 저는 대학선수들을 만나면 기본기에 충실하고 리시브와 2단 토스만 잘하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해줍니다. 우리 팀에서 뛰고 있는 석진욱을 예로 들면서요."

석진욱(36)은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신장도 작고 나이도 많지만 기본기가 튼튼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선수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신 감독의 의견이었다.

감독의 권위가 서려면 지도자가 먼저 솔선수범 나서야 한다

17년 동안 팀을 지켜온 신 감독은 프로리그 출범 이후, 팀을 5번이나 정상에 올려놓았다. 특히, 석진욱과 여오현(33)과는 10년이 넘도록 함께 해왔다. 오랜 세월동안 이들과 함께 했지만 사제관계는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감독이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권위가 살아야 팀을 장악할 수 있고 감독의 의지대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권위가 살려면 감독이 솔선수범 나서야 합니다. 먼저 모범을 보이고 선수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렇게 하려면 감독이 원칙을 먼저 지켜야 합니다. 선수들을 편애하지 않고 그들의 입장과 생각을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선수들입니다. 선수들이 중심이 되야 팀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신 감독은 팀이 살아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선수로 박철우(27)와 유광우(26)를 손꼽았다. 이러한 생각은 올 시즌도 변하지 않았다고 신 감독은 털어놓았다.

"주전 세터인 유광우는 발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백토스에 약점이 있습니다. 라이트 공격수인 박철우는 유광우의 백토스를 때려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죠. 이 부분을 극복하려면 두 선수의 호흡과 훈련이 중요합니다. 이 두 선수가 안정감을 되찾으면 우승은 단언할 수 없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V리그 최고의 공격수인 가빈 슈미트(26)도 이제 3년차에 접어든다. 외국인 선수가 오랫동안 국내에서 활약하면 대부분 초심을 잃게 된다.

"저는 선수들에게 항상 겸손하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팀을 위해 희생을 해야만 조직력이 완성되기 때문이죠. 팀의 분위기가 이렇기 때문에 가빈도 여기에 따라가려는 입장입니다."

2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팀을 정상으로 이끈 노하우는 의외로 간단했다. 복잡한 형용사를 피하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하는 것을 선호하는 신 감독은 "기본적인 원칙과 신념"이라고 말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지도자는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감독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선수들을 편애하지 않고 원칙을 지켜온 것이 여기까지 왔습니다.(웃음)"

[사진 = 신치용, 석진욱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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