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나도 터키와 러시아 리그에서 시즌 도중 퇴출을 당했다. 베키(레베카 페리)가 내일이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기분을 알 것 같다."
16일 오후, 천안유관순체육관에 낯익은 이가 관객석에 앉아있었다. 올 시즌 GS칼텍스가 영입한 레베카 페리(23, 미국)였다. 동료이자 친구인 댈러스 수니아스(27, 캐나다)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페리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0월 27일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페리는 12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페리와 함께 승리의 주역이었던 한송이(27, GS칼텍스)는 "페리는 성격이 밝고 팀 융화도 뛰어나다. 앞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리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시밭길'이었다. 1승을 올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그 이후로 단 2승 밖에 올리지 못했다. 페리는 지난 13일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페리는 총 12경기에 출전하면서 220득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은 39.38%를 기록했다. 페리보다 한발 앞서 퇴출된 리빙스턴(31, 미국)을 제외한 5명의 외국인 선수들 중, 가장 쳐지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공격력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팀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공격의 대부분을 책임지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총체적 난조에 빠진 최하위 팀에게 여유는 없었다. 해결사의 역할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페리의 퇴출은 현실로 이어졌다.
GS칼텍스의 이선구 감독은 2라운드까지 "아직은 외국인 선수 교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팀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에도 부진했던 이브(도미니카)를 퇴출시키고 산야 포포비치(크로아티아)를 새롭게 영입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2009~2010 시즌 도중, 데스티니 후커(미국)를 영입한 뒤 한 시즌 최다연승인 14연승을 기록했다.
이러한 효과가 다시 재현되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지난시즌 최하위에 머문 GS칼텍스는 또다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결정을 내렸다.
퇴출 소식을 전해들은 페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곳에서 만난 팀과 감독님, 그리고 사랑했던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동안 놀라운 경험을 했고 다른 리그에서 더욱 성장하겠다. 아쉽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남겼다.
수니아스는 "페리는 이곳에 와서 알게 됐다. 외국인 선수가 10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로 말이 통하는 동료끼리는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 페리는 내일(18일) 미국으로 돌아가는데 많이 아쉽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 친구인 수니아스를 응원한 페리는 쓸쓸하게 자리를 떴다. 팀 공격을 책임지는 외국인 선수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팀 성적이 부진하면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기량을 가진 외국인 선수는 팀의 짐이 된다. 분위기 전환과 팀 성적의 전환점을 생각할 때, 외국인 선수의 교체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배구는 외국인 선수 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페리의 결정타 능력은 2% 부족했지만 실종된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사진 = 레베카 페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