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4.06.24 01:39 / 기사수정 2004.06.24 01:39
6월 23일. 찌뿌린 하늘이 말해주듯, 안양 축구의 날씨는 이날도 흐리다. 그러나 안양 시민들은 프로축구단을 다시 세우기 위해 다시 지친 몸을 추스리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외국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안양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그레이엄 피든(Graeme Peden)씨는 2002년부터 안양 LG 치타스를 응원해 왔던 서포터로서 연고 이전에 대해 분노하고 안양에 축구가 다시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안양 프로축구팀 창단에 대해 홍보하는 유니폼을 전달받고 환한 표정으로 필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필자: 언제부터 안양 축구팀을 응원했는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피든: 2002년 7월 14일, 월드컵이 끝나고 내가 살고 있는 안양지역 축구팀의 경기를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안양과 수원의 더비매치가 열린 안양종합운동장을 찾아가봤다. 비가 온 가운데서도 관중은 2만명이 넘게 왔고, 경기 결과도 안양의 3-0 대승으로 끝났다. 그 이후 안양 축구팀은 내게 마약과도 같은 존재여서, 경기가 열릴 때마다 홈과 원정을 불문하고 따라다녔다.
필자: 안양 축구팀이 경기 할 때 얼마나 많은 외국인 서포터들이 응원하였는지.
피든: 안양에서 축구가 열릴 때마다 30여명의 외국인들이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했었다.
필자: 안양LG치타스는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하여 현재는 FC 서울로 팀명을 바꾸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피든: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LG는 안양시민들을 저버리고 갔으며, 이에 대해 많은 안양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대다수도 안양 축구팀의 팬이었는데, LG가 서울로 연고 이전을 하자 나와 함께 분노하고 있다. 같이 안양 축구팀을 응원하던 우리 외국인 서포터들도 현재는 연고 이전에 분노하여 K-리그를 보지 않는다. FC 서울은 진정한 축구팀이 아니다. 현재 잉글랜드의 축구팬들도 LG의 연고이전에 분노하여 LG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필자: 안양 시민구단은 언제쯤 창단될 것 같으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피든: 2005년 혹은 2006년에 창단될 듯 싶다. 아마 2부리그인 K2-League에서 먼저 창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양에 프로축구팀이 생긴다면 나는 언제고 달려가서 안양 축구팀을 응원할 것이다. 내 몸속엔 안양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필자: 한국 축구에 대한 피든씨의 견해는...
피든: 본프레레 감독으로 결론이 났지만, 그전까지 대한축구협회가 보여준 행정능력은 실망 그 자체다. 그들이 아마추어(Amatuer)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잉글랜드와는 달리 K리그에는 너무 큰 도시 단위로만 연고 축구팀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외의 시민들이 순수히 지역 연고를 느끼고 축구팀을 응원하기가 매우 힘든 게 현실인 듯 싶다. 그래서 한국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자주 찾지 않는 것 같다.
필자: 유니폼이 피든씨에게는 너무 작을 것 같은데..
피든: 음, 너무 작다. 그래도 난 이 옷을 입고 다닐 것이다. 추후에 몇 벌 더 주문하고 싶은데, 그때 내게 맞는 크기의 옷을 만들어주면 될 것 같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되었던 대화는 그의 학원 수업으로 인해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안양의 진정한 서포터이고, 안양 지역에 다시 축구팀을 세우려고 노력하는 그 의지는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대화였다. 그레이엄 피든씨와 같은 서포터들이 많아질 때 안양 시민들의 축구에 대한 열망이 활화산처럼 불타오를 것이고, 안양 축구의 부활은 현실이 될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든 대화였다.
위 인터뷰의 필자는 FC안양시티즌(http://cafe.daum.net/FCANYANGCITIZEN) 카페 운영자인 김완근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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