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정규 시즌을 앞둔 구단들 중, 산악 훈련을 시도하는 팀들이 종종 있다. 평평한 평지를 떠나 드높은 고지에 정복하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동안 프로배구에서 높은 고지를 정복하기 위해 도전하는 팀들이 많았다. 하지만, 강팀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디펜딩 챔피언'인 삼성화재는 올 시즌 5연패를 노리고 있다. 만년 3위 팀이었던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우승후보' 대열에 합류했다. 여기에 '전통의 강호' 현대캐피탈도 버티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팀들에게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꿈과 같은 일이었다. LIG손해보험은 준플레이오프제가 도입된 지난 시즌 모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삼성화재에 패하며 더 높은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KEPCO45는 만년 하위 팀으로 낙인 찍혔다. 상무신협과 함께 '승수 쌓기 팀'으로 여겨졌다. 정규 시즌에 3번째로 도전하는 서울 드림식스도 이러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11~2012 시즌 첫 경기에서 이들 팀들은 만만치 않은 전력을 드러냈다. 아직 단 한 경기를 치른 상황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모두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 LIG손해보험은 삼성화재를 거의 잡을 뻔했다. KEPCO45도 대한항공을 끝까지 괴롭혔고 드림식스는 현대캐피탈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LIG손해보험 - 서브리시브와 블로킹 강화, 그리고 가빈 부럽지 않은 페피치
세터와 리시브 라인에서 늘 약점을 보여왔던 LIG손해보험이 올 시즌 개막전에서 변신을 시도했다. 팀의 '주포'인 김요한을 센터 포지션으로 돌리고 레프트 한 자리에 임동규를 투입시켰다.
김요한이 레프트에 버티고 있을 때, 이 자리는 늘 상대팀의 주요 표적이 됐다. 서브리시브가 약한 김요한은 수비에서 흔들리면서 덩달아 공격마저 무너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주전 센터 하현용이 입대를 한 상황이라 센터진도 취약해졌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경석 감독은 김요한을 개막전에서 센터로 기용했다. 그리고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뽑은 리베로 부용찬과 이경수, 임동규를 투입해 서브리시브 라인을 형성했다.
이경석 감독의 실험은 적중했고 삼성화재와 접전을 펼쳤다. 대어를 거의 잡을 뻔했지만 세터 황동일의 실책이 나오면서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비록, 삼성화재를 잡지 못했지만 LIG손해보험은 한층 탄탄해진 리시브와 수비를 보여줬다. 여기에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준 페피치의 공격력은 위력적이었다. 이경석 감독은 "우리 팀은 이 선수가 꼭 센터, 레프트라는 개념이 없다. 팀의 사정에 따라 레프트일 수도 있고 센터로 기용될 수 있다. 팀에 부상자가 많기 때문에 선수들의 포지션 변동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요한을 센터로 돌리고 임동규를 투입해 서브리시브와 수비는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공격의 비중이 페피치에 쏠리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김요한의 역할과 황동일의 분전이 LIG손해보험에게 절실하다. 또한, 이경석 감독이 기대하고 있는 리베로 부용찬의 활약도 LIG손해보험의 선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EPCO45-해결사 안젤코의 영입, '루키' 서재덕도 가능성 증명했다.
23일, 현대캐피탈을 잡은 드림식스와 함께 KEPCO45도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인 대한항공과 풀세트 접전을 펼친 KEPCO45는 팀의 약점이었던 ‘해결사의 부재’를 극복해냈다.
삼성화재를 2시즌(2007~2008, 2008~2009) 연속 챔피언에 올려놓은 안젤코가 KEPCO45로 돌아왔다. 예전과 비교해 기량이 떨어졌다는 설도 있었지만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홀로 36득점(공격 성공률 51.61%)을 올리며 분전했다.
지난 시즌, KEPCO45는 대학배구 최대어인 박준범을 영입하면서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인 밀로스가 제 역할을 다해주지 못하면서 '해결사 부재'를 드러냈다. 대형공격수가 부족했던 KEPCO45는 안젤코는 물론,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영입한 서재덕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서재덕은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15득점을 올리며 안젤코를 지원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KEPCO45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전천후 플레이어' 임시형의 활약이 KEPCO45의 변수로 예상된다.
서울 드림식스 -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벌떼배구'로 돌풍 노린다.
외국인 선수가 없는 드림식스는 '초호화 군단' 현대캐피탈을 잡는 이변을 연출했다. 주전 선수는 모두 과감한 서브를 구사하면서 현대캐피탈의 리시브를 흔들어놓았다.
여기에 위기에 몰리면 좀처럼 탈출하지 못했던 약점도 어느 정도 극복해냈다. 나쁜 볼을 처리해 줄 수 있는 대형공격수는 없지만 풍부한 공격진을 활용하면서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23일 홈 개막전에서 수나이스만이 20득점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한 자리 점수대에 그쳤다. 하지만, 드림식스는 김정환(21득점), 안준찬(16득점), 신영석(15득점), 최홍석(11득점) 등이 고른 득점을 올리면서 현대캐피탈의 높은 블로킹 벽을 붕괴시켰다.
드림식스의 박희상 감독은 "지난 시즌, 우리 팀의 서브리시브와 수비는 거의 바닥권이었다. 올 시즌은 이 부분을 보완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한층 빠른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드림식스는 외국인 선수 영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8월에 열린 코보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드림식스도 한층 전력이 안정감을 찾으면서 올 시즌 중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또한, 상무신협도 만만하게 볼 팀이 아니다.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올 시즌은 어느 팀도 쉽지 않다. 무척 재미있는 시즌이 될 것 같다. 상무신협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배구를 하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6개월 동안 치러지는 정규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리는 팀이 진정한 강팀이다. LIG손해보험과 KEPCO45, 그리고 드림식스는 일정기간동안 돌풍을 일으켰다가 끝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들이 장기레이스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릴 때, 올 시즌 배구 판도는 새롭게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LIG손해보험, 밀란 페피치, KEPCO45, 서울 드림식스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