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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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키엘, 스탠 뮤지얼의 뒤를 따르는가?

기사입력 2007.08.10 23:24 / 기사수정 2007.08.10 23:24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2000년 혜성처럼 나타나 11승을 기록하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좌완 에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릭 엔키엘(28). 그가 방망이를 들고 홈런을 날리며 돌아왔다.

엔키엘은 10일(한국시간) 부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홈 경기에서 7회 말, 샌디에이고 투수 덕 브로케일을 상대로 우월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엔키엘 자신에게나 팀에게나 이 홈런은 승리 쐐기포 이상의 홈런이었다.

2000년 메이저리그가 가장 주목했던 영 건은 밀워키 블루어스의 벤 시츠(29)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로이 오스왈트(30)도 아닌 엔키엘이었다. 엔키엘은 그 해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에서 11승을 거둔 '뉴 밀레니엄 최고 유망주'였다.
 
그러나 그 해 10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는 엔키엘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당시 대럴 카일(2002년 심장질환으로 사망) 과 엔키엘을 두고 1차전 선발 카드를 고민하던 토니 라루사 감독은 컨디션이 가장 좋았던 엔키엘을 낙점했다.

그러나 엔키엘은 3회 초 폭투를 5개나 던지며 제구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모습을 보였다. 애틀랜타 선발 그렉 매덕스를 상대로 2개, 앤드류 존스를 상대로 1개, 치퍼 존스를 상대로 1개, 안드레스 갤러라가를 상대로 1개 씩의 공을 포수 미트 밖으로 던지고 초라하게 강판당했다.

이후 엔키엘은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시리즈에서도 잠깐 등판했지만 두 개의 폭투를 던지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정규리그에서 보여줬던 엔키엘의 투구폼이 완전히 무너져버리면서 공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 갔던 것.

카디널스 팬들은 1957년 좌완 유망주로 극찬을 받았으나 갑작스런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사라진 맥스 본 맥다니엘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며 엔키엘을 안타까워했다. 엔키엘은 이듬해 1승 2패에 그쳤고 오랜 공백기를 가진 후 2004년 다시 마운드에 올라 1승을 거뒀으나 예전의 막강한 구위는 온데간데없었다.

이후 엔키엘은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로 전향, 힘든 나날을 보냈다. 어느새 30에 가까워진 나이와 뒤늦은 전향으로 '야구선수 엔키엘은 이미 끝났다.'라는 평가도 많았다. 더블 A에서 착실한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으나 엔키엘의 많은 나이에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외야수 전향 후 두 번의 방출대기 조치를 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던 엔키엘. 그러나 그는 샌디에이고전에서 외야수로서의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부활의 노래를 불렀다. 엔키엘의 10일 기록은 4타수 1안타 3타점.

투수 엔키엘은 이제 끝났다고 봐도 다름이 없다. 그러나 외야수 엔키엘의 메이저리그는 이제 시작이다. 과연 엔키엘은 투수로 실패하고 타자로 전향해 통산 .331 475홈런 1951타점의 대기록을 세운 스탠 뮤지얼의 길을 밟을 수 있을까? '왕년의 천재' 엔키엘의 변신에 부시 스타디움이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MLB.COM>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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