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소윤기자] LG 트윈스의 박종훈 감독이 6일 오후 자진사퇴를 결심했다.
박 감독은 LG와 2010년 감독으로서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에는 5년 계약을 약속받았던 박감독이지만 결국 2년 만에 LG 지휘봉을 놓게 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올 시즌 초반 LG는 그야말로 '잘 나가는 집안'의 전형이었다. 새로 데려온 외국인 투수 두 명은 모두 성공적이었으며 전년도 SK에서 LG로 이적한 박현준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A급 투수 3명을 보유했었다.
4월 한 때는 5016일 만에 팀 순위 1위를 기록하며 가을야구 진출의 꿈에 부풀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 번 무너진 분위기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결국 2011시즌 역시 6위로 마무리하고 말았다. 박감독은 다시금 좌절된 PS 진출 실패에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로 자진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LG 팬들은 선수들의 근성 없는 플레이를 다그치기 위해 대대적인 청문회를 하기도 했었다.
성적이 떨어지자 팬들은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열성적인 LG 팬들은 박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을 꼬집었고 어린 신인투수에게 너무 막중한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했다.
또한 선수단 장악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고 이에 감독 자질을 의심하는 여론이 LG 공식 게시판에 형성됐다.
그러나, 과연 LG의 9년 연속 PS 진출 실패의 가장 큰 이유가 박감독 때문이었을까?
올 시즌, LG의 4강 탈락은 예년과는 달랐다. 시즌 초반에는 최근 몇 년간 가장 좋은 성적이 나왔고, 빈틈도 없었다. 그렇기에 LG 팬들과 구단, 선수들에게 더욱 충격적인 해였을 것이다.
LG가 가을야구를 못하게 된 진짜 원인으로 매해 거론되는 '선수단 분위기'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점은 팀 조직력 결속에 큰 차질을 초래했다.
지난 8월, 임찬규와 조인성은 사인 미스로 인해 마운드 위에서 경직된 분위기를 초래했다. 2년 전에는 현재 넥센의 심수창과 조인성이 아예 말다툼을 벌인 사건도 있었다. 가을야구는 점점 멀어져가는데 스타 플레이어들과 고참급 선수들이 팀 결속력을 되려 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다.
10승 투수 3명에 팀 30승 선착을 한 LG가 올해도 포스트 시즌 탈락을 한 점은 이러한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너무나 오래 지속된 팀 성적 부진으로 인해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이 LG의 큰 문제다.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해결하기란 쉽다. 반대로 실체가 없는 것과 싸우는 것은 그 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에 더 무서운 법이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기류들을 박종훈 감독에게만 잡아낸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진 = 박종훈 ⓒ 엑스포츠뉴스DB]
박소윤 기자 lillie-_-@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