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9.27 09:31 / 기사수정 2011.09.27 17:12
[엑스포츠뉴스 = 김영민 기자] '왕조의 후예' 넥센 히어로즈에서 더이상 왕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넥센은 올 시즌 꼴찌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넥센은 시즌 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7위 한화에 7.5게임 차로 뒤지고 있다. 넥센이 전승을 거두고 한화가 전패를 하지 않는 한 사실상 꼴찌가 확정적이다. 넥센은 이로써 팀 창단 이후 첫 꼴찌를 기록했다. 전신 현대 유니콘스까지 치더라도 96년 이후 처음으로 8위에 머무는 불명예를 안았다.
넥센의 전신 현대 유니콘스는 역대 어느 팀 보다도 화려한 팀이었다. 96년 창단 원년 준우승을 시작으로 1998, 2000, 2003, 2004시즌 우승하면서 삼성과 함께 역대 두번째로 많은 우승 횟수를 자랑했다. 또한 12시즌 동안 8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삼성과 함께 2000년대 초반 양강체제를 형성했다.
현대에서 활약했던 선수들 면면은 화려했다. 특히 역대 최강으로 불리는 2000년도 현대의 라인업은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 등 3명의 18승 다승왕이 선발투수로, 기량이 최절정에 달했던 조웅천이 중간에서 맹활약했고 뒷문은 위재영이 지키며 빈틈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을 기록한 '괴물' 박재홍이 버티고 있었고 박경완, 박종호, 박진만, 전준호, 심재학, 이숭용, 퀸란이 한 라인업에 들어있었다. 이 해 박경완은 40홈런을 치며 시즌 MVP를 수상했고 2번타자 박종호는 타격왕이었다. 게다가 수비만 잘하는 선수로 인식됐던 9번타자 박진만도 0.278의 타율에 15홈런을 기록하며 타격의 눈을 뜬 시즌이었으니 상대투수로는 곤란할 따름이었다.
현대는 선수 육성에서도 최고였다. 96년 박재홍의 신인왕은 스카우트의 성공이라고만 평가할 수 없지만 98년 김수경과 2002,2003,2004시즌 조용준, 이동학, 오재영이 차례로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강력한 선수단 뿐만 아니라 신인 스카우트와 육성에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트레이드도 현대는 훌륭했다. 현대는 LG에 1998년 최창호를 내주고 박종호를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이어 최원호를 주고 심재학을 받는 트레이드를 했다. 이명수의 백업으로 데려온 박종호는 이후 타격왕까지 차지하면서 역대 최고의 2번 타자 중 한명으로 자리잡는다. 또한 한화에 김홍집 최영필을 주고 이상열을 데려왔다. 이상열은 홀드왕까지 차지하면서 좌완계투 중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재정난이 극심해진 2003,2004시즌엔 역대 최고의 트레이드라고 불릴 수 있는 두건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당시 활약이 뜸해진 박재홍을 기아에 주고 정성훈에 10억까지 받아온다. 또한 2004년 권준헌을 주고 송지만을 받아온 트레이드는 한화팬들에게는 두고두고 가슴이 쓰린 사건이었다. 송지만은 2010시즌까지 주전급 활약을 펼쳤고 권준헌은 부상에 시달리다가 조용히 은퇴하고 말았다.
반면 2011시즌 넥센에게 현대의 어느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 주전라인업에 정상급 활약을 펼치는 스타급 선수는 강정호 뿐이다. 마운드에서는 마무리 손승락을 제외하고는 강점을 찾아볼 수 없다. 투타에서 수많은 유망주가 자리잡고 있지만 넥센의 현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유망주들의 성장이 빠른 것일 뿐 사실 다른 팀에비해 많은 유망주들이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프런트는 어려운 재정 때문이기는 하지만 어이없는 트레이드를 연발하고 있다. 박재홍과 정성훈 사례와 같은 트레이드를 성사시키고 싶어도 박재홍같은 특급선수가 없고, 또한 더 많은 현금을 받아와야 하기 때문에 좋은 유망주를 받아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팀의 전성기에 묵묵히 팀의 구심점으로 활약했던, 팀의 상징과도 같던 이숭용마저 은퇴하면서 이전 현대 왕조의 모습을 더이상 넥센에게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끈끈한 팀워크는 여전하다고 하지만 현대 왕조의 시절부터 응원했던 팬들에게는 서럽기만한 한 시즌이었다.
[사진=손승락 ⓒ 엑스프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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