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6:35
스포츠

프로레슬링 해설위원 이재호 인터뷰

기사입력 2004.12.03 03:37 / 기사수정 2004.12.03 03:37

두정아 기자


프로레슬링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
 

현재 KBS SKY에서 WWE 버텀라인, 에프터번을 맡고 있는 이재호 해설위원. 대표급 프로레슬링 해설자로 자리매김한 그를 만나보았다.
 
인터뷰를 위해 자리잡은 붉은 카펫이 깔려있는 카페에는 머라이어 캐리의 캐롤송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12월이 돌아왔고 올해도 이 한 달은 다양한 캐롤 음반과 함께 할 것이다. 추운 겨울의 캐롤과 붉은 카펫의 이미지는 절묘한 하나의 연장선를 지니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산타할아버지가 사실은 엄마, 아빠였다는 때가 되면 알게되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크리스마스 때 산타모를 쓰고 방송을 했어요. 그런데 모자가 작아가지고 고생 좀 했죠. 하하. 요즘 모자는 왜 그렇게 다들 작게 나오는지, 올해도 써야할 텐데 걱정입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살리고 시청자의 이목 끌어보자는 취지인데 잘 어울렸나요?”

다른 프로그램을 보면 캐스터와 해설위원들이 장군 옷도 입기도 하고 프로 예고를 할 때에는 말끔히 양복을 입고 나오기도 한다. 분위기에 맞게 연출된 사회자들의 볼거리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다. 시나브로 대중적인 인기스포츠로 인식되어 가는 만큼 프로레슬링의 위상 변화는 이렇게 방송을 통해서도 재밌는 흐름을 엿볼 수 있다.

프로레슬링의 부활을 예고하듯 현재 우리나라의 프로레슬링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
우리나라에서 프로레슬링이 각본에 의한 쇼라는 것이 알려지고 난 뒤의 파문은 예상외로 컸다. 프로레슬링이 급부상하고 있을 때였다.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 날, 부모님이 선물을  트리 아래에 몰래 놓는 장면을 발견한 순간, 산타는 허구였고 상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듯이 프로레슬링이 쇼라는 것은 큰 환기와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다. 각본으로 인해 프로레슬링은 분명 더 나은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링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점이다.

지금부터 이재호 해설위원을 통해 프로레슬링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방송하시는 것을 보면 방대한 지식을 느낄 수 있는데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실수를 통해 얻어진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이기호 캐스터와 같이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많이 질문을 하시는 편이예요. 처음엔 준비 하지 않은 내용을 물어보니 당황했죠. 미리 준비했을 땐 상관이 없지만, 말도 못하는 사람이 방송에서 짧은 시간에 얘기하려고 하니 힘들었어요. 방송을 하면서부터 책과 잡지를 다량 구입해서 읽어가며 그 전의 지식과 합쳐 나름대로 체계를 잡은 것 같습니다. 보통 잡지나 책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레슬링 해설이 다른 종목에 비해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 것 같은데

무난하진 않죠. 엔터테인먼트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싸움이기도 하니까요. 워낙 언어도 심하기 때문에 순화해야할 것도 많고. 무엇보다도 프로레슬링 하면 국내에서 이제 안다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에 그만큼 해설하는 사람이 잘 더 알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해설 대상을 어디로 삼느냐가 중요하죠. 저 같은 경우는 마니아 층을 대상을 삼아요. 그래서 누구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슬뱅크에서 활동하시다가 해설위원이 되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해설한지 얼마나 되셨나요?

방송은 89회쯤 됐어요. 1년 9개월 정도. 제의 받을 때는 한참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계속 공부를 하려 유학을 준비하던 중 좋은 기회가 왔던 거죠. 그래서 공부는 당분간 보류가 됐죠.


첫 방송 때 어떠셨어요?
어떻게 했는지 정말 기억이 하나도 안나요. 그리고 지금 보라면 못 볼 거 같네요.(웃음) 원래 말주변이 없어서, 평상시에 말을 별로 안하는 편이예요. 레슬링 이야기 외에. 첫 방송 때는 굉장히 당황했었죠. 머릿속에는 할 얘기가 많은데 말 할 때는 정리가 안됐고 우선 부담감이 많았어요.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신기해 했죠. 가족들이 우선 프로레슬링에 대해 잘 몰랐고, 꿈도 안 꾸던 일이 현실이 되니까요. 


프로레슬링을 직접 관람하신 적이 있을실텐데. TV로 보는 것과는 많이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프로레슬링도 현장에서 보면 확실히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뒤쪽의 좌석을 좋아합니다. 대부분 앞에서 봐야 선수들 얼굴과 기술,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데 뒤에서 보면 선수 얼굴은 안보이지만 경기장 전체적 분위기와 플래시 터지는 것 등을 훤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뒷자리를 선호하는 편이예요.



아시아의 프로레슬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일본 같은 경우는 레슬링이 죽었다가 살아나는 분위기이거든요. 최저 점에 있다가 다시 올라가는 분위기죠. 특히 격투기랑 레슬링 팬이 나뉘어져 있어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견제, 적대시 하는 분위기예요. 하나가 인기 있음 하나는 떨어지기 마련이죠. 음, 우리나라는 프로레슬링은 먼저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WWE가 너무 화려해서 국내 프로레슬링이 시시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한데

네, 그 영향이 굉장히 큽니다. 우선 WWE가 너무 화려하고 관중들도 많고, 무대 장치등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WWE보던 사람들은 WWA를 보면 허탈감을 많이 느낍니다. 최근 선수들의 경기 수준이 높아져도 WWE 수준에 오르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한국 레슬링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팬입니다. 찾아가 줘야 합니다. 그래야 변할 수 있고요.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 팬이라고 알고 있는데

오스틴이 경기를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계속 오스틴 팬일 겁니다. 프로레슬링의 세계로 다시 저를 끌어들인 인물이니까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90년대 한참 인기 있다가 인기가 떨어졌을 때 다시 보게 만든 계기는 대부분 선수들 때문이죠. 브렛 하트가 대표적 케이스며 그런 선수들은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릴 때 좋아한 선수는 누구였나요? 

로디 '라우디' 파이퍼. 스코틀랜드의 킬츠 의상을 주로 입던 선수였어요. 당시는 영어를 못해서 알아듣지 못했지만 링에 들어와서 온갖 독설을 퍼붓는 선수였죠. 레슬링 하다가 영화배우로 전향을 했는데 현재까지 레슬러가 영화를 찍었을 때 작품성이나 흥행성에서 두 가지 모두 성공한 케이스가 드물어요. 어렸을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가 지면 속상했어요. 어릴 때는 순수했으니까. 지금은 방송과 인터넷 때문에 프로레슬링이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실을 알기 쉬운데 예전에는 반칙으로 때리면 같이 속상하고 맘이 아프고 그랬죠. 하하..



프로레슬링은 쇼라는 사실에 대해 논란이 많았는데

그래서 한때 레슬링을 즐기고 보는 사람에 대해 약간 한심해 하는 그런 의도가 보이기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프로레슬링이 한국에서 인기를 회복하기 전까지 멸시를 당했고, 아직도 그런 유치한 걸 보냐는 식이었죠. 당시 언론과 방송에서 신경을 안쓴 것도 있었고 일반인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적었던 탓도 있습니다. 현재는 그런 게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까지도 많이 남아있어요. 레슬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로레슬링 주 팬층은?

10대 20대 남자 팬들이 가장 많지만 정말 다양한 계층들이 즐기고 있는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 팬 수요를 알 수 없는 것이 각지에서 많이 옵니다. 여성분들도 많이 오고 할머니들도 보이구요. 언젠가 광주에서 60대 할머니 혼자 경기를 보러 오셨더라구요. 광주에서 아침에 차타고 왔다며 이거 보려고 이틀 밤을 지샜다고 하시는데 할머니 세대의 향수를 느끼려 하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스토리를 직접 구상해보신 적은 없으세요?

예전에 해설하기 전에는 무궁무진했어요. 스토리도 엄청 써보고,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 실질적으로 머릿속으로 그림도 그렸어요.(웃음) 해설을 시작하고 나서는 어떻게 하면 좋겠다,를 떠나서 저걸 팬들이 좋아할까?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해요. 스토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겠다,라는 생각보다는 금방 끝내야 겠다,라는 생각 또는 누구를 투입시키면서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레슬링 이외에 취미가 있으시다면?

지금을 활동하지 못하고 있지만 공으로 하는 거는 다 좋아해요. 어렸을 때 꿈이 운동 선수였어요. 야구나 축구선수를 하고 싶었지만 집안에 반대가 많았죠. 군대 가기 전에는 조기축구도 하고 학교에서 야구팀 주장도 맡았었지만 군대 다녀오고 아저씨가 돼서 공부만 했어요. 복학생들은 조용히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웃음)
또 요즘 위닝 일레븐에 빠져있어요. 선수들을 열심히 키우느라고 고생이 많아요. 제가 독일 팀 광인데요 마테우스를 좋아하죠. 요즘도 유로 2004에서 독일 떨어진 거 보고 속상하더라구요. 



선수들 등장음악이 있는데 음악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선수들 혼자서는 선택을 못하고 음악관련 사람들과 합의를 봅니다. 경력과 실력에 따라 선택권의 차이가 있어요. WWE를 특별한 단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우리나라 일반 기업을 생각하시면 돼요. 신인들은 뭐라고 해도 1, 2년 정도 참아야 되지 않나요. 마찬가지예요. 시간도 지나고 경력도 쌓여야 선택 폭이 넓어지고 참여도도 높아지구요. 음악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것이므로 선수 이미지에 따라 부각하고 싶은 부분을 선정해 음악이 선택되어 집니다. 선수들을 엑터라고 생각하면 하나의 드라마를 찍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죠.


요즘 자서전을 내는 선수들이 많은데.

오스틴, 락, 하디보이즈, 파이퍼 등의 자서전을 읽어봤는데 가장 주의해야하는 것은 읽는 사람이 100%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기 마련이므로 팬들은 정화를 시켜 받아들여야 합니다. 모든 책이 다 그렇지만 자서전은 특히 더 심하죠. 네임 벨류가 높은 선수의 책이라면 한번 더 정화시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레슬링 관련 책을 낼 계획은 없으세요?
아직 없네요. 엑스포츠뉴스가 성장해서 출판사 하나 차려주세요.(웃음)


만약에 책을 내신다면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싶으세요?

기술 쪽은 관심이 없고 각각 해설위원마다 조금 더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는데요, 저는 역사에 관심이 많아요. 전체 프로레슬링의 역사를 다루고 싶구요. WWE만이라도 역사를 쭉 훑어보고 싶습니다. 아니면, 80년대에 프로레슬링은 왜 흥행했나? 뭐 이런 것도 써보고 싶구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방송 열심히 하고 싶구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제 계획입니다. 좀 더 지식을 쌓아서 '프로레슬링은 이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두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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